- 금융분쟁의 흐름을 읽는 격월간 브리핑
2026년 9~10월 자본시장에서는 토큰증권 제도 시행(2027. 2. 4.)을 앞두고 하위법규 개정안이 입법예고되는 등 인프라 정비가 본격화되었고, 대법원은 의결권 위임과 대량보유 보고의무의 관계, 역외 재간접펀드 운용사의 주의의무 범위, 공매도 처벌규정의 해석 등 금융투자 실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판결들을 잇달아 선고하였습니다.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의 금융소송유닛은 금융분쟁 전 영역에 걸친 소송 대리, 규제 대응 및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번 호에서는 위 주요 판례와 금융규제 동향, BKL 수행사례를 정리하여 소개합니다.
I. 새로 나온 주요 자본시장 관련 판례
✓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에 응한 주주에게도 대량보유 보고의무가 있는지 – 대법원 2026. 9. 10. 선고 2026다200657, 2026다200658(병합), 2026다200659(공동소송참가) 판결
[사안] 코스닥 상장 반도체 회사의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소수주주 측이 법원의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를 받아 다수 주주에게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여 위임장을 수령하였습니다. 기존 주주들은 위임장 권유에 응한 주주들과 소수주주 측이 자본시장법상 공동보유자에 해당하여 5% 대량보유 보고의무(자본시장법 제147조)를 위반하였으므로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되어 정족수가 미달한다고 주장하면서, 임시주주총회 결의의 무효·부존재 확인 및 취소를 구하였습니다.
[판단] 대법원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41조 제2항 제3호의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합의한 자'에 해당하려면 공동 행사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필요하며, 특정 주주총회를 위하여 일시적이고 철회 가능한 방식으로 의결권 행사를 위임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실제로 위임 주주들은 위임장을 자유로이 철회할 수 있었고, 위임장과 다르게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합의가 있었다는 증거도 없었으므로, 공동보유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아울러 업무대리인의 위임장 위조에 관하여도, 회사는 대리권 증명서면의 존부만 확인하면 되고 찬반 내용이 주주의 실제 의사와 일치하는지까지 심사할 의무는 없으며, 위조된 위임장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정족수 요건이 충족되므로 결의 효력은 유지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시사점] 이 판결은 단순한 위임장 캠페인이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만으로는 5% 대량보유 보고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대법원 차원에서 최초로 명확히 하였습니다. 경영권 분쟁 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자는 공동경영 약정이나 의결권 공동행사 합의가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5% 보고의무 발생 여부를 사전에 검토하면 충분하고, 회사 측은 대리권 증명서면의 형식적 확인에 충실하되 회의록·검사인 보고서·정족수 산출 근거 등을 체계적으로 보존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 역외 재간접펀드 운용사의 주의의무 (대법원 2026. 10. 8. 선고 2024다302965 판결)
[사안] 자본시장법상 집합투자업자(피고)가 설정·운용한 재간접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이 해외 기초펀드(A펀드·B펀드)에 투자하였는데, A펀드의 회계부정으로 인하여 환매가 중지되고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투자자들에게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였습니다. 이에 투자자들의 권리를 양수한 투자중개업자(원고)가 집합투자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판단] 대법원은 피고가 기초펀드 운용사로부터 받은 실사 문답서(AIMA DDQ)에 A펀드가 반복적으로 한정의견(qualified opinion)을 받았다는 기재가 있었음에도 해당 감사의견의 구체적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점, 한정의견 사유가 A펀드의 수익구조와 규모의 신뢰성에 의문을 품게 하는 사정임에도 이를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은 점 등을 들어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을 인정하고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시사점] 기초자산이 역외펀드라는 구조적 한계가 있더라도 집합투자업자의 실사·조사 의무 및 설명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입니다. 자산운용회사(특히 재간접펀드 운용사)는 기초펀드 실사 과정에서 수령한 감사의견·한정의견 등 회계 관련 정보를 즉시 확인하고, 투자자의 합리적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은 적시에 전달해야 합니다.
✓ 공매도 금지규정에서 말하는 '매도'의 의미 (대법원 2026. 10. 8. 선고 2025도17317 판결)
[사안] 외국은행인 피고인은 거래소 회원으로서 투자자들과 총수익교환계약(TRS)을 체결하고, 투자자의 매도스왑 주문에 따른 위험 회피를 위하여 주식 매도주문을 거래소에 제출하였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이 보유 또는 차입하지 않은 주식 약 157억 원 상당에 대한 매도주문을 제출하여 공매도를 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하였습니다.
[판단] 대법원은 자본시장법 제180조 제1항 각 호의 '매도'란 매도호가와 매수호가가 합치되어 매매체결이 된 경우를 의미하고, 거래소 회원이 거래소에 호가를 제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호가 제출만으로 공매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실질적으로 미수 행위를 기수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결과가 되며, 법률의 위임 없이 하위법령을 근거로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을 확장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시사점] 불법 공매도 처벌의 기수 시점이 호가 제출이 아니라 매매체결이라는 점이 명확해졌습니다. 다만 위법한 공매도 주문은 여전히 과징금 부과 대상(자본시장법 제429조의3 제1항)이 될 수 있으므로, 주문 단계에서의 내부통제 및 사전 점검의 중요성은 유지됩니다.
II. 금융규제 동향
1. 입법
✓ 토큰증권 관련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하위법규 개정안 입법예고 - 금융위원회(2026. 10. 2.)
[배경] 금융위원회는 2026. 9. 4. 토큰증권 협의체 제3차 회의에서 정형증권까지 단계적으로 토큰화하는 정책방향을 발표한 데 이어, 2026. 10. 2. 전자증권법 시행령·자본시장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및 관련 고시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습니다(의견제출 기한: 2026. 11. 11.).
[주요 내용] 개정안의 핵심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토큰증권 발행 허용 증권 범위: 주식, 사채, 국채, 지방채, 채무증권, 신탁 수익권, 유동화증권, 투자계약증권 등 정형증권까지 토큰증권으로 발행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습니다.
② 분산원장 요건: 전자등록기관과 2개 이상 계좌관리기관으로 참여자를 구성하고, 분산원장 이용에 대한 직접적 대가 지급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 등의 요건이 구체화되었습니다.
③ 발행인계좌관리기관 등록: 최저자기자본 40억 원, 전문인력 4명 이상, 등록 후 6개월 이내 업무 개시 등의 요건이 규정되었습니다.
④ 채무증권 장외거래소 인가단위 신설: 최저자기자본 60억 원, 일반투자자 연간 순매수 한도 1억 원 등을 골자로 한 유통체계가 마련되었습니다.
⑤ 개인신용정보 관리: 실명정보는 분산원장과 분리된 연계장부에 기재·관리하고, 분산원장 기재 정보에 대한 조회 권한을 제한하도록 하였습니다.
[시사점] 이번 개정안은 토큰증권 제도 시행을 약 4개월 앞두고 발행·유통 인프라의 세부 요건을 구체화한 것으로, 시장 참여자는 분산원장 참여기관 확보, 발행인계좌관리기관 등록 준비, 장외거래소 인가 검토 등을 선제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거래한도·자기자본 기준·분산원장 요건 등은 입법과정에서 조정될 여지가 있으므로, 이해관계자는 의견제출 기회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2. 금융감독
✓ 역외 구조를 통한 토큰증권 발행과 전자증권법의 적용 범위 – 금융위원회 법령해석 회신(2026. 8. 20.)
[배경] 개정 전자증권법(2027. 2. 4. 시행)에 의한 토큰증권 제도 시행 전 과도기에, 국내 금융투자업자가 발행한 MMF를 편입한 역외 펀드를 역외 기관투자자가 토큰증권 형태로 발행·판매하는 구조가 전자증권법에 저촉되는지가 실무상 문제되었습니다.
[주요 내용] 금융위원회는 해당 구조에서 토큰증권 발행행위는 국외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로서 그 효과가 국내에 미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전자증권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회신하였습니다. 따라서 국내 금융투자업자가 역외 기관투자자에게 MMF를 판매하는 행위는, 역외 토큰화 구조를 인지하더라도 전자증권법 위반이 아닙니다. 다만 토큰증권이 국내 거주자에게 재판매되거나 국내 금융투자업자와 역외 기관투자자가 사실상 동일인인 경우에는 해석이 달라질 수 있음이 유보되었습니다.
[시사점] 이번 해석은 효과주의적 접근에 따라 전자증권법의 역외적용 범위를 획정한 최초의 공개 유권해석으로, 국내 자산을 기초로 하는 글로벌 토큰화 상품 구조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부여하였습니다. 유사한 구조를 검토하는 기업은 국내 거주자 재판매 금지의 실효성 확보, 동일인성 리스크의 사전 점검, 전자증권법 외 규제(외국환거래법, 자본시장법 역외적용 등)의 별도 검토가 필요합니다.
✓ 해외법인 반부패 리스크와 본사의 관리·감독 체계 구축 필요성
[배경] 국내 상장 공기업의 아프리카 지역 해외사업 관련 국제뇌물방지법 위반 항소심 유죄 판단(2026. 8. 19.)과, 미국에서 가나 발전소 사업 관련 FCPA 위반 유죄 평결(2026. 8.)이 잇달아 나오면서, 해외사업 과정에서의 부패 리스크가 현실적인 형사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이 다시 확인되었습니다.
[주요 내용] 해외사업의 반부패 리스크는 수주·인허가 과정의 금품 제공, 공기업·국영기업 거래, 중개인·컨설턴트 등 제3자를 통한 공무원 접촉 등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국제뇌물방지법 제4조는 법인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핵심은 위험기반(risk-based) 관리체계의 실제 작동 여부에 있습니다. 또한 미국 FCPA와 영국 Bribery Act는 미국·영국과의 연결점이 있는 경우 역외에서도 적용될 수 있으며, 영국 Bribery Act의 경우 적정한 예방절차(‘adequate procedures’)의 입증을 통한 방어가 가능합니다.
[시사점] 해외사업을 수행하는 기업은 ① 본사 차원의 부패 위험 실질 파악, ② 제3자 관리와 반부패 통제를 계약·자금 집행 절차와 연계, ③ 관리·감독 체계 작동의 지속적 검증 및 기록 보존이 필요합니다. 여러 나라의 법이 동시에 적용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글로벌 반부패정책은 가장 엄격한 기준에 맞추어 설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III. BKL 수행사례
1. 국내 A은행 대리, 미화 3,800만 달러 규모 미국 채권압류 사건 전부 승소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국내 A은행을 대리하여 미국 조지아주에서 진행된 미화 약 3,800만 달러 규모의 채권압류(garnishment) 사건에서 전부 승소 결정을 이끌어 냈습니다. A은행의 조지아주 사무소는 실제 은행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연락사무소(representative office)인 반면 관련 고객 계좌와 자산은 한국에 소재하고 있었는바, 조지아주 법원은 A은행이 조지아주 채권압류 법령상 “금융기관”에 해당하지 않으며 조지아주 채권압류의 효력이 한국 소재 고객 계좌에까지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태평양은 국제소송그룹과 금융그룹의 협업을 바탕으로 한국법 분석과 미국 현지 소송 대응을 긴밀하게 연계하고, 미국 현지 대리인과 공조하여 약 3,800만 달러의 잠재적 책임을 해소하였습니다. 이번 결정은 미국 주법상 채권압류의 효력이 국내 은행이 한국에서 관리하는 고객 계좌에까지 미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중요한 선례적 의미를 가지며,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 강제집행 대응에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2. 금융리스 가공거래 사건에서 리스이용자 대리, 약 97억 원 규정손실금 청구 기각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수원고등법원에서 선고된 금융리스 가공거래 사건에서 리스이용자(피고)를 대리하였습니다. 제1심에서 약 97억 6,535만 원의 지급을 명한 판결에 대하여, 태평양은 상법개정위원회의 논의 자료를 적극 활용하여 상법 제168조의3의 입법취지를 법원에 설득하고, 금융리스도 물건사용을 전제로 한 계약이라는 성질을 강조하여 물건인수증명서 교부만으로 리스료 지급거절권을 전면 배제하는 약관 조항이 약관법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점을 관철하였습니다. 그 결과 항소심에서 렌탈사의 계약책임에 기한 주위적 청구(규정손실금) 전부 기각 판결을 받았습니다.
저자: 윤정노 변호사, 고지훈 변호사, 윤지효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