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 관련 대법원 2026. 10. 8. 중요판결 소개
대법원은 2026. 10. 8. 펀드 기초자산이 역외펀드인 경우 자산운용사가 부담하는 주의의무에 관한 판결(2024다302965호)과 자본시장법 제180조 제1항의 공매도 금지규정에서 말하는 '매도'의 의미에 관한 판결(2025도17317호)을 선고하였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 상당한 의미가 있는 이 두 판결의 요지와 의의를 소개합니다.
I. 집합투자신탁(펀드)의 기초자산이 역외펀드인 경우 집합투자업자(자산운용회사)가 부담하는 주의의무(대법원 2026. 10. 8. 선고 2024다302965 판결)
1. 사건의 개요
원고는 자본시장법상 투자중개업자이고, 피고는 재간접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1호 및 2호 펀드(이하 ‘이 사건 각 펀드’)를 각 설정·운용한 자본시장법상 집합투자업자입니다. 원고는 피고와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각 펀드의 수익증권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하였습니다.
이 사건 각 펀드는 모두 해외 기초펀드 운용사가 설정한 A펀드(북미·유럽·호주 지역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대상 단기 선순위 담보대출 및 투자자문서비스 펀드)와 B펀드(재무 환경이 어려워진 기업 대상 자금 지원·재무구조조정 서비스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였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0. 1.경 A펀드의 회계부정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였습니다. 피고는 2020. 2. 11.경 A펀드의 환매 중지에 따라 1호 펀드의 상환금 지급 연기를, 2020. 3. 10. 1호 펀드가 투자한 B펀드의 환매대금 집행 연기를 추가 통보하였습니다. SEC는 2020. 5. 11. 기초펀드 운용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였고, 이에 미국 플로리다주 법원은 2020. 5. 12. 기초펀드 운용사에 대한 영구 금지명령과 법정관리인 지정을 하여 현재까지 법정관리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피고는 2020. 11. 25. 2호 펀드에 대해서도 A펀드·B펀드의 청산 진행으로 만기 상환금 지급 연기를 통보하였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각 펀드 투자자들의 대부분과 투자원금의 80% 상당액을 보상금으로 지급하고 투자자들의 수익증권·손해배상채권 등 제반 권리를 양수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는 투자자들에게 보상금 합계 약 101억 9,800만 원을 지급하고 제반 권리를 양수한 뒤,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의 요지
제1심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고, 원심은 이에 대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으나, 대법원은 집합투자업자인 피고의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을 인정하여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대법원이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을 인정한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기초펀드에 대한 한정의견 고지 사실의 미확인: 피고는 기초펀드 운용사로부터 받은 실사 문답서(AIMA Due Diligence Questionnaire, 이하 ‘AIMA DDQ’)를 통하여 ‘A펀드가 2014, 2016, 2017년 반복적으로 한정의견(qualified opinion)을 받은 사실이 있으며 해당 연도의 감사의견을 참조하라’는 답변을 받았음에도, 해당 감사의견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지 아니함
② 한정의견의 의미와 중대성: 감사기준에 의하면 한정의견은 ‘재무제표에 중대한 오류가 있지만 전반적이지 않거나, 충분하고 적절한 감사 증거를 확보할 수 없어 발견되지 않은 오류가 중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A펀드에 대한 한정의견 사유는 IB 수익에 관한 것으로, 이는 A펀드의 수익구조와 규모의 신뢰성에 의문을 품게 하는 사정이었음
③ 회계투명성 강조와 투자판단에 대한 영향: 특히 피고가 이 사건 각 펀드의 상품설명서 등에 ‘A펀드가 분기별로 외부 회계기관의 평가를 받는다’고 기재하는 등으로 A펀드의 회계투명성을 강조한 점에 비추어, 위와 같이 회계투명성을 의심하게 할 만한 사정은 적어도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해당함
④ 역외펀드라는 한계가 정보제공의무를 면제하지 아니함: 집합투자업자는 스스로 상품설명서에서 강조하였던 이 사건 각 펀드의 수익구조, 규모 및 회계투명성 등과 관련하여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발견한 경우 관련 자료를 확인하거나 검증하는 등의 합리적 조치를 취하였어야 하고, 이러한 의무는 그 펀드가 “역외펀드”이어서 관련 사항을 직접 실사·확인하거나 검증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달라지지 아니함. 특히 이 사건의 경우, 피고는 적어도 회계감사인으로부터 반복적인 한정의견을 받았다는 사실과 한정의견의 내용 등을 투자자들에게 알렸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을 조사하거나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아니함
3. 판결의 의미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의 집합투자업자에 대하여 '투자신탁에 관하여 제1차적으로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시켜야 할 지위'를 강조한 판례들 중 하나입니다(참조 뉴스레터: 대법원 2026. 7. 16. 선고 2025다212617 판결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특히 이 판결은 기초자산인 역외펀드 감사의견(한정의견)에 대한 확인·고지의무까지 투자자보호의무의 구체적 내용으로 포섭한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역외 재간접펀드의 경우 기초펀드에 대한 직접 실사·검증이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으나, 대법원은 설령 그러한 사정이 존재하더라도 집합투자업자의 실사·조사 의무 및 설명의무는 면제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실무적으로 자산운용회사(특히 재간접펀드 운용사)는 기초펀드 실사(DDQ 등) 과정에서 수령한 감사의견·한정의견 등 회계 관련 정보를 즉시 확인하고, 투자자의 합리적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은 적시에 투자자에게 전달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II. 공매도 금지규정에서 말하는 '매도'의 의미(대법원 2026. 10. 8. 선고 2025도17317 판결)
1. 사건의 개요
외국은행인 피고인은 거래소의 회원으로서 투자자들과 총수익교환계약[Total Return Swap, TRS; 투자자에게 기초자산의 시장위험(자산가격 변동으로 발생하는 이익과 손실)을 이전하고 그 대가를 지급받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고, 투자자의 주식 매도스왑 주문에 따른 위험을 회피(헤지)하기 위하여 이에 상응하는 수량의 주식 매도주문을 거래소에 제출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은 실제 보유하거나 차입한 주식뿐만 아니라 ‘아직 차입하지 않았지만 외부에서 차입이 가능할 것으로 파악되는 주식 수량’까지 합산한 범위에서 매도주문이 자동으로 제출되는 잔고관리시스템을 운용하였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의 임직원들이 피고인이 보유 또는 차입하지 아니한 9개 회사 주식 약 157억 원 상당에 대한 매도주문을 한국거래소에 제출되게 함으로써 보유하지 아니한 상장증권을 매도하였다는 공소사실로 피고인을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하였습니다.1 제1심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고, 원심은 공소장변경을 이유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면서도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에 검사가 상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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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규정] 자본시장법 제180조(공매도의 제한)
① 누구든지 증권시장(…)에서 상장증권(…)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매도(이하 “공매도”라 한다)를 하거나 그 위탁 또는 수탁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제2호에 해당하는 경우로서(이하 “차입공매도”라 한다) 증권시장의 안정성 및 공정한 가격형성을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르는 경우에는 이를 할 수 있다.
- 소유하지 아니한 상장증권의 매도
- 차입한 상장증권으로 결제하고자 하는 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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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자본시장법 제180조 제1항 각 호에서 말하는 ‘매도’란 상장증권에 대한 매도호가와 매수호가가 합치되어 매매체결이 된 경우를 의미하고, 거래소 회원이 거래소에 호가를 제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시하며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그 구체적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죄형법정주의(형벌법규의 엄격한 해석): 구 자본시장법 제443조 제1항 제10호는 ‘공매도를 한 자’를 처벌할 뿐 미수범 처벌규정을 따로 두지 않고, 매매체결 시스템상 매도호가가 제출되었더라도 매매체결 전까지 언제든지 호가를 취소할 수 있음. 매매체결 전 호가 행위만으로 이를 ‘공매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실질적으로 미수 행위를 기수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결과가 되어 형평에 맞지 않음
② ‘매도’의 사전적 의미: 자본시장법은 ‘매도’ 개념을 별도로 정의하지 않으며, 표준국어대사전은 매도를 ‘값을 받고 물건의 소유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다’로 정의하고 있으므로, ‘매도’는 계약에 따른 처분행위라는 개념을 내포함
③ 체계적 해석: 자본시장법 제443조 제1항 본문의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은 ‘거래’로 인한 이익을 의미하므로 기본적으로 매매체결을 전제로 함. 또한 자본시장법은 제180조의4·제429조의3 등에서 ‘공매도’와 ‘공매도 주문’이라는 용어를 명시적으로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음
④ 하위법령의 한계: 자본시장법 제208조 제2항의 ‘매도주문’ 및 ‘청약이나 주문’에 관한 규정은 허용되는 차입공매도의 구체적인 절차를 정한 것이고, 구 금융투자업규정(2025. 3. 5. 금융위원회고시 제202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금융투자업규정’) 제6-30조의 ‘청약 또는 주문’ 기준 역시 해당 개별 조항의 적용 범위에 한정됨. 형벌법규는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하므로, 법률의 구체적 위임 없이 하위법령을 근거로 공매도의 개념을 확장할 수 없음
⑤ 거래소 회원과 일반 투자자 간 균형: 거래소 회원이 아닌 투자자는 주문을 내는 것만으로도 ‘공매도의 위탁’에 해당하여 처벌이 가능한 것과의 균형상, 거래소 회원도 호가 제출만으로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음. 그러나 이러한 처벌의 필요성은 법의 개정을 통하여 충족시켜야 하며 형벌법규의 확장해석을 통하여 그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아니함
3. 판결의 의미
본 판결은 자본시장법 제443조 제1항 제10호 위반죄(불법 공매도)의 ‘매도’가 매매체결 시점에 성립한다고 판시하여, 거래소 회원이 단순히 시스템을 통한 호가 제출만으로는 위 죄의 기수에 이르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검사는 금융감독원이 2009년 공매도 가이드라인 이래 매도주문 제출 시점을 기준으로 불법 공매도를 규율하여 온 점, 금융투자업규정이 공매도를 ‘청약 또는 주문’으로 규정하는 점 등을 근거로 주문 제출행위만으로 공매도 금지 규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대법원은 법률의 구체적 위임 없이 하위법령이나 금융위원회 고시 등을 근거로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을 확장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은 죄형법정주의에 기반한 엄격해석 원칙을 강조하면서, 시행령이나 금융위원회 고시 등 하위법령에 의한 형벌법규 구성요건의 확장 불가를 재확인한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대법원은 거래소 회원의 호가 제출행위에 대한 처벌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이는 형벌법규의 확장해석이 아닌 법률 개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실무적으로는 금융기관·증권회사의 공매도 컴플라이언스 체계에서 형사처벌 대상인 공매도 행위의 기수 시점이 호가 제출 시점이 아니라 매매체결 시점이라는 점이 명확해졌습니다. 다만 이는 형사처벌의 구성요건에 관한 판단으로서, 위법한 공매도 주문을 하거나 그 주문을 위탁 또는 수탁한 자는 여전히 공매도 주문금액 범위에서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자본시장법 제429조의3 제1항), 주문 단계에서의 내부통제 및 사전 점검의 중요성은 여전히 유지된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 윤지효 변호사, 서동후 변호사, 이대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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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주문 대부분은 실제로 체결되었으나, 공소사실은 주문 제출행위만을 구성요건행위로 특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