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L Legal Update

2026.09.30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에 응한 주주에게도 대량보유 보고의무가 있는가?

- 대법원 2026. 9. 10. 선고 2026다200657 판결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대법원은 2026. 9. 10. 선고 2026다200657, 2026다200658(병합), 2026다200659(공동소송참가) 판결에서, 자본시장법상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에 응하여 의결권을 위임한 주주가 공동보유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법리를 판시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proxy solicitation)와 대량보유 보고의무(자본시장법 제147조)의 관계에 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실무적으로 상당한 의의가 있습니다.


I. 사건의 개요

피고는 코스닥 상장 반도체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의 주주들입니다(피고의 주식을 원고 A~D는 각 5주씩 보유, 원고 E는 50,000주 보유).

피고의 또 다른 주주인 소외 A회사 등은 법원으로부터 피고의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허가받아, 임시의장 선임과 정관 변경, 기존 이사·감사의 해임 및 신임 이사·감사의 선임 등 안건을 상정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임시주주총회”).

소외 A회사 등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피고의 다수 주주들에게 의결권 대리행사를 적극적으로 권유하여 위임장을 수령했는데, 그 과정에서 중간 업무대리인이 소외 B회사 등이 맡긴 일부 의결권에 대한 위임장을 파기하고 기존 위임장의 찬반표시와 다르게 새로 위임장을 작성하는 등 임의로 위조하여 제출하는 행위가 발생하였습니다.

피고는 이 사건 임시주주총회 후 대부분의 안건이 가결되었음을 공시하였고, 이에 원고들은 위 임시주주총회에 (i) 자본시장법상 대량보유 보고의무 위반에 따른 의결권 제한을 무시한 채 정족수를 산정하였고, (ii) 위조·변경된 위임장 등에 기초해 결의가 이루어지는 등의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결의 무효·부존재 확인 및 결의취소를 구했습니다.

1심과 항소심은 일부 안건에 대한 청구를 각하하고 나머지 결의무효·부존재·취소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으며, 대법원도 이를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II. 주요 쟁점 및 대법원의 판단

1. 자본시장법상 공동보유 및 대량보유 보고의무 위반 여부

자본시장법 제147조는 본인과 ‘특별관계자’(특수관계인, 공동보유자)의 보유주식 합계가 5% 이상이 되는 경우 대량보유 보고의무를 부과하고, 자본시장법 제150조는 보고의무 위반 시 5%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의결권의 제한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특별관계자’에 포함되는 ‘공동보유자’에는 의결권 또는 의결권행사의 지시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합의한 자가 포함되는데(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41조 제2항 제3호), 대법원은 이러한 합의가 묵시적일 수 있으나, 주주가 특정 주주총회를 위하여 일시적이고 철회 가능한 방식으로 제3자에게 의결권 행사를 대리하도록 하거나 자본시장법 제152조에 따라 의결권권유자에게 의결권의 대리행사를 위임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 행사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판단에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이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 소외 A회사 등 3인이 직접 보유한 주식은 합산해도 발행주식총수의 5%에 미달함
  • 소외 A회사 등에 대한 주주들의 의결권 위임은 이 사건 임시주주총회의 의결권 행사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을 뿐이며, 주주들과 소외 A회사 사이에 제출한 위임장을 철회하지 못하거나 위임장과 다르게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합의가 있었다고 볼 증거도 없고, 실제 위임 철회가 자유로웠음
  • 금융감독원도, 단순히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통해 찬반이 표시된 위임장을 확보한 것만으로는 5% 보고의무가 발생하지 않고, 별도의 공동보유(공동 의결권 행사 합의)가 있는 경우에만 보고대상이 된다는 취지로 안내하고 있음

이에 따라 대법원은, 소외 A회사 등과 위임 주주들 사이에 자본시장법상 공동보유 관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대량보유 보고의무 위반이나 그에 따른 의결권 제한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정족수 미달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위조·변경된 위임장에 따른 의결권 행사와 결의 효력

이 사건에서는 소외 B회사 측 주주들이 특정 회사를 통해 이 사건 임시주주총회의 각 안건에 관한 찬반 의사를 명기한 위임장을 제출하였으나, 이를 전달받은 업무대리인(복대리인)이 인감도장을 이용해 위임장을 파기하고, 특히 이사 선임안에 관하여 원래와 다른 찬반 내용으로 재작성하여 제출한 사실이 인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이 사건 임시주주총회의 결의에 위조된 위임장에 의한 의결권을 정족수에 포함시킨 하자가 있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 상법 제368조 제2항은 “주주는 대리인으로 하여금 그 의결권을 행사하게 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그 대리인은 대리권을 증명하는 서면을 총회에 제출하여야 한다.”라고만 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회사는 대리권을 증명하는 서면 여부만 확인하면 되고, 위임장에 표시된 찬반 내용이 실제 주주의 의사와 일치하는지까지 실질적으로 심사할 의무는 없다.
  • 주주총회의 결의에 하자가 있다는 점에 관하여는 하자를 주장하는 측이 그 하자를 증명하여야 하며, 회사나 소집권자가 대리인의 자의적 행사·위조에 적극 가담하거나 이를 알면서 묵인했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대리인의 의사와 본인(주주)의 의사가 달랐다는 이유만으로 의결권 행사 자체를 무효로 보기는 어렵다. 업무대리인들의 증언에 비추어 볼 때, 피고나 소외 A회사 측이 업무대리인의 자의적 의결권 행사 사실을 알았다거나 이에 적극가담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 검사인의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원고들이 위조되었다고 주장하는 3,907,214주에 해당하는 위임장 부분을 이사 선임안의 찬성표에서 전부 제외하더라도 출석주주의 의결권 과반 및 발행주식총수 1/4이라는 정족수 요건은 여전히 충족되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원심이 결의 유효를 인정한 판단에 법리오해가 없다고 하면서 이에 대한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III. 판결의 의의와 실무상 시사점

1. 공동보유·보고의무와 의결권 위임의 구별

실무상 상장회사의 주주가 다른 주주에게 의결권을 위임한 경우 자본시장법상 공동보유관계가 인정되는지에 관하여 논란이 있어 왔습니다. 이는 자본시장법상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하는 합의가 존재하는 경우 공동보유관계에 해당하고, 주주총회의 의결권을 위임하는 행위가 위 합의에 해당하는지 명시적인 대법원의 판단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실무상으로는 1회적인 의결권 위임만으로는 공동보유의 합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공동보유에 관한 보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판결은 특정 주주총회를 위해 일시적으로 의결권을 위임·대리행사하는 행위와, 자본시장법상 “공동보유(공동 의결권 행사 합의)”를 명확히 구분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실무상 공동보유에 관한 보고를 하지 않은 관행이 적법하다는 점을 확인하여 주었습니다.

단순한 위임장 캠페인이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만으로는 5% 대량보유 보고의무가 바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여,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위임장 모집이 곧바로 보고의무 위반·의결권 제한 문제로 확대 해석되지 않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2. 위임장 위조·변경과 회사의 확인의무 범위

회사는 의결권 위임장을 심사함에 있어서 대리권의 존재(형식적 요건)만을 확인하면 되고, 개별 위임장에 기재된 찬반이 실제 주주의 의사와 일치하는지를 실질적으로 심사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습니다.

대리인·복대리인의 위임장 위조나 의결권의 자의적 행사로 인한 분쟁은, 회사가 그 사실을 인지·가담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주와 (복)대리인 사이의 손해배상 문제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며, 정족수에 실질적 영향이 없으면 결의 효력은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3. 실무 대응 포인트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자(소수주주·경영진 등):

  • 위임장 수령·보관·전달 과정에서 제3자(업무대리인·복대리인)가 개입하는 경우라면, 위조·변경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업무 프로세스를 정비하고, 주주와의 위임 범위·내용을 명확히 문서화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 공동보유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공동경영 약정, 의결권 공동행사 합의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5% 보고의무 발생 여부를 사전에 검토해야 합니다.

회사(이사회·의장·검사인 등):

  • 주주총회에서는 “대리권 증명서면의 존부” 확인에 충실하고, 회의록·검사인 보고서·정족수 산출 근거 등을 체계적으로 남겨 두는 것이 이후 분쟁에서 중요합니다.
  • 소집공고·소집권자 표시는 법원 소집허가 등 특수한 경우에도 그 취지가 명확히 드러나도록 작성하고, 신분 확인 절차 등 회의장 질서유지 조치 역시 객관적 증거(영상, 출입 명부 등)로 남겨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저자: 전세영 변호사,  윤지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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