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배경
한 국내 상장 공기업이 2020년 11월 아프리카 지역 발전소 공사와 관련한 현지 국세청의 세무조사 대응 과정에서 현지 회계법인을 통하여 공무원에게 미화 55,000달러 상당을 지급한 혐의로 해당 기업 및 관계자들이 기소되었습니다.1 이후 2026년 8월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항소심은 해당 회사의 전 상임이사에 대하여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국제뇌물방지법”) 위반 등을 유죄로 판단하였습니다.2
미국에서도 올해 8월 가나 발전소 개발·금융 사업과 관련하여 가나 정부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전직 투자은행 임원에게 「해외부패방지법(Foreign Corrupt Practices Act)」(“FCPA”) 위반 및 자금세탁 관련 혐의에 관한 유죄 평결이 내려졌습니다. 해당 사건에서는 개인 이메일, 페이퍼컴퍼니, 허위 송장, 차명계좌 및 현금인출 등을 이용하여 회사의 컴플라이언스 절차를 기망하고 뇌물 지급을 은폐·세탁한 행위가 확인되었습니다.3
두 사건은 별개의 사건이지만, 해외사업 과정에서 현지 공무원 접촉, 제3자 이용 및 자금 집행과 관련한 부패 리스크가 현실적인 형사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향후 해외사업과 관련하여 이와 유사한 부패 사건이 문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우리 기업들도 해외사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패 리스크에 지속적으로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 뉴스레터에서는 해외법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요 반부패 리스크를 살펴보고, 특히 해외법인의 사업 수행 과정에 대한 본사의 관리·감독 체계를 어떠한 방식으로 설계하고 고도화할 필요가 있는지 국내외 반부패 법제와 컴플라이언스 기준을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II. 주요 내용
1. 해외법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요 리스크
해외사업의 반부패 리스크는 공공입찰이나 대규모 사업의 수주를 위하여 고위 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전형적인 형태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사업 수행 과정에서 정부 내지 공기업 임직원과 다양하게 접촉하는 지점 및 제3자가 관여되는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대표적인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제뇌물방지법상 외국정부 지배기업의 임직원도 일정한 기준에 따라 ‘외국공무원등’에 포함될 수 있으므로 상대방의 지위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제2조 2호 다목).
- 수주·인허가 및 정부 대응: 공공입찰, 사업권 취득, 각종 인허가, 준공·검수, 세무·관세 조사 또는 행정처분 등의 과정에서 신속한 업무처리나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공무원에게 금품이나 편의를 제공하는 경우
- 공기업·국영기업 거래: 발전·에너지·금융·교통 등 국영기업과의 계약, 사업 승인 또는 금융·정부보증 과정에서 상대방 관계자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경우
- 제3자 이용: 중개인(에이전트), 컨설턴트, 통관업자, 세무·회계 자문사, 유통업자 등이 기업을 대신하여 정부기관과 접촉하면서 수수료나 성공보수의 일부를 공무원에게 전달하는 경우
- 회계·자금 집행: 과도한 성공보수, 구체적인 성과물이 없는 자문료, 개인계좌 또는 제3국 계좌 지급, 분할 송장, 반복적인 현금인출 또는 실제 업무와 다른 비용계정을 이용하여 부정한 지급을 은폐하는 경우
특히 제3자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계약상 상대방에게 지급된 자금의 최종 용도와 실제 업무 수행 여부를 본사가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미국 법무부 역시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평가하면서 제3자의 선정 필요성, 평판, 공무원과의 관계, 구체적인 업무내용, 보수의 적정성 및 실제 용역 수행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지를 주요 평가요소로 제시하고 있습니다.4
2. 본사의 관리·감독 체계
해외법인 컴플라이언스는 본사의 반부패 규정을 현지에 배포하고 교육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부패 위험이 높은 업무와 거래에 대해서는 본사가 위험을 파악하고, 거래·지급을 관리·감독하며, 이상 징후를 적시에 보고받을 수 있는 위험기반(risk-based) 관리체계를 갖추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① 위험 파악(고위험 영역 식별, 현황 파악), ② 거래·지급 통제(고위험 제3자 선정·공무원 관련 이익 제공에 대한 사전승인, 실사와 자금 집행의 연계), ③ 보고·검증(본사 직접 신고채널, 표본점검·내부감사를 통한 통제 작동 여부 검증)의 체계가 기본적으로 확보될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뇌물방지법 제4조는 임직원이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외국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경우 법인도 처벌하되, 법인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동일한 구조의 양벌규정에 관하여, 법인의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여부는 △해당 법률의 입법 취지, △예상되는 법익 침해의 정도, △양벌규정을 마련한 취지,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과 실제 결과, △법인의 영업 규모,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과 지휘·감독 관계,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법인이 실제로 취한 조치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5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핵심은 규정의 존부가 아니라 해당 해외사업의 위험을 사전에 평가하고, 그 위험을 관리할 현실적인 체계와 조치를 수립하며, 그 수단을 실제로 사용하였는지에 있다고 이해됩니다. 따라서 기업은 ① 사전 위험 식별, ② 보고·승인·감독의 권한·책임 배분, ③ 고위험 제3자·비정상 지급에 대한 실사·승인·모니터링 실시, ④ 위험 신호 발생 시 적시 보고·조사·시정 등을 사후적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관리체계를 설계하고, 관련 자료를 적절히 보존할 필요가 있습니다.
3. 미국 FCPA 및 영국 Bribery Act 적용 가능성
해외사업에서는 한국 국제뇌물방지법만을 검토하여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거래 구조상 미국이나 영국과의 연결점이 있다면, 미국 FCPA와 영국 Bribery Act가 역외에서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FCPA의 경우, 우리 회사 또는 그룹사가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되어 있는지, 미국 법인·임직원·대리인이 해당 거래에 관여하였는지, 부정한 지급과 관련된 행위가 미국 내에서 이루어졌는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연결점이 하나라도 있으면 한국 기업이라도 FCPA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6 해외 자회사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여 곧바로 모회사가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지만, 모회사가 자회사의 위반행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였거나, 자회사에 대한 통제·지시 및 해당 거래에 대한 인식 정도 등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7 FCPA는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갖추었다는 사정만으로 기업의 책임이 면제되는 구조는 아니지만, 해당 프로그램이 적절하게 설계되고 실효적으로 운영되었는지 여부는 기소 결정, 합의 조건 및 벌금 수준 등에 중요하게 반영됩니다.8
나아가 미국 법무부는 2025년 집행지침을 통하여 핵심 인프라·국가안보 관련 사건과 거액의 뇌물·정교한 은폐가 수반된 중대 사건에 집행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밝혔으며,9 지난달의 가나 발전소 사건의 유죄 평결은 이러한 FCPA 집행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영국 Bribery Act의 경우, 회사가 영국에서 설립되었거나 영국에서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행하고 있다면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회사의 임직원·대리인·자회사 등이 회사를 위하여 뇌물을 제공한 경우, 그 행위가 영국 밖에서 이루어졌더라도, 회사 자체의 “뇌물방지 실패” 책임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10 다만 회사가 뇌물을 방지하기 위한 적정한 예방절차(‘adequate procedures’)를 갖추고 있었음을 입증하면 방어가 가능하며, 영국 정부는 그 핵심으로 △위험에 비례한 절차, △경영진의 의지, △위험평가, △실사, △커뮤니케이션(교육), △모니터링이라는 여섯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11
마지막으로, 이른바 ‘급행료(facilitation payment)’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FCPA에는 일상적 정부 업무 촉진을 위한 소액 지급에 관한 제한적 예외가 남아 있지만,12 한국은 2014년 이 예외를 삭제하였고13 영국도 급행료를 불법 뇌물로 취급합니다.14 여러 나라의 법이 동시에 적용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글로벌 반부패정책은 가장 엄격한 기준에 맞추어 설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III. 시사점
해외사업을 활발하게 수행하는 기업들은 해외법인의 실제 사업 수행 과정과 본사의 관리·감독 체계를 연결하는 방향으로 컴플라이언스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해외법인의 부패 위험을 본사 차원에서 실질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수주·인허가·세무·관세 등 정부기관과의 접촉, 고위험 제3자의 이용, 선물·접대 및 비정상적인 자금 집행 등은 본사가 지속적으로 파악하여야 할 주요 위험영역입니다. 본사가 해외법인의 매출이나 사업성과만을 보고받는 데 그치지 않고, 그러한 성과가 어떠한 거래 및 비용지출을 통하여 이루어졌고 부패 위험이 차단된 활동이었는지까지 필요한 범위에서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제3자 관리와 반부패 통제를 실제 계약·자금 집행 절차와 연계해야 합니다.
제3자의 선정 단계에서는 그 필요성, 소유·지배관계, 공무원과의 관계, 업무내용 및 보수 수준 등을 확인하고, 계약 이후에도 실제 용역 수행 여부와 지급의 적정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필요한 실사나 승인이 완료되지 않았거나 개인계좌 지급, 과도한 성공보수, 성과물이 확인되지 않는 자문료 등 위험 신호가 발견된 경우에는 지급을 보류하고 추가 검토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본사의 관리·감독 체계 작동을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은 해외법인의 컴플라이언스를 본사 규정과 교육을 단순히 현지에 배포하는데 그쳐서는 안됩니다. 해외법인의 독립적인 경영을 존중한다는 것이 본사의 컴플라이언스 감독까지 배제한다는 의미는 아니므로, 고위험 거래에 대한 표본점검, 내부감사, 본사 신고채널 및 위험 발생 시 조사·시정 절차 등을 통하여 준법통제가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고, 위험평가, 제3자 실사, 승인·지급기록, 제보·조사 및 후속조치에 관한 자료도 적절히 보존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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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유한)태평양(이하 "BKL")은 해외법인에서 발생한 반부패 이슈로 인한 국내외 민형사분쟁, 관련 제재대응, 해외법인 컴플라이언스 구축 업무에 풍부한 실무경험과 탁월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BKL의 지원이 필요하시거나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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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경제신문 (2021.11.19). “[단독]한전기술 가나 T2 뇌물공여 혐의 검찰 무더기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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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D (2025.8.26). “횡령ㆍ배임사실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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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Department of Justice (2026.8.6). “Former Banker Convicted for Scheme to Bribe Ghanaian Offici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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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Department of Justice (2024.9). “Evaluation of Corporate Compliance Programs, E. Third Party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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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위반·업무상배임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5도464 판결].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을 게을리하였는지 여부는 당해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당해 법률의 입법 취지, 처벌조항 위반으로 예상되는 법익 침해의 정도, 위반행위에 관하여 양벌규정을 마련한 취지 등은 물론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과 그로 인하여 실제 야기된 피해 또는 결과의 정도, 법인의 영업 규모 및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이나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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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minal Division of the U.S. Department of Justice and the Enforcement of the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2012.11.14). “A Resource Guide to the U.S. Foreign Corrupt Practices Act, Who is Covered by the Anti-Bribery Provis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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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minal Division of the U.S. Department of Justice and the Enforcement of the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2012.11.14). “A Resource Guide to the U.S. Foreign Corrupt Practices Act, Parent-Subsidiary Lia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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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minal Division of the U.S. Department of Justice and the Enforcement of the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2012.11.14). “A Resource Guide to the U.S. Foreign Corrupt Practices Act, Corporate Compliance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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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Department of Justice (2025.6.9). “Guidelines for Investigations and Enforcement of the Foreign Corrupt Practices Act (FC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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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wn Prosecution Service (2019.9). “Bribery Act 2010: Joint Prosecution Guidance of The Director of the Serious Fraud Office and The Director of Public Prosecu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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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v.UK (2025.1.22). “Bribery Act 2010 gui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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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minal Division of the U.S. Department of Justice and the Enforcement of the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2012.11.14). “A Resource Guide to the U.S. Foreign Corrupt Practices Act, What are facilitating or expediting pay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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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2014년 일부개정(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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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stry of Justice (2011.3). “The Bribery Act 2010, Facilitation Payments”.
저자: 김지이나 변호사, 노은영 변호사, 김보찬 외국변호사(미국 New York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