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L Legal Update

2026.09.28

[수행사례] 물건수령증 교부만으로 리스료 지급거절권을 전면 배제하는 약관은 무효

- 수원고등법원, 금융리스 가공거래에서 상법 제168조의3 제3항에서 정한 물건수령의 추정이 복멸되면 리스이용자는 상법 제168조의3 제2항에 따라 리스료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단


최근 수원고등법원(제4-1민사부)은 렌탈물건이 실제로 공급되지 않은 금융리스 가공거래 사안에서, 리스이용자가 물건인수증명서를 발급하였더라도 실제 물건의 인도가 없음이 증명되면 물건수령의 추정은 복멸되고, 리스이용자는 물건을 수령할 때까지 렌탈료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수원고등법원 2026. 9. 17. 선고 2025나11990(본소), 2025나11991(반소) 판결]. 법원은 물건인수증명서 발급 이후에는 어떤 경우에도 렌탈료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고 정한 약관 조항을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법')에 따라 무효로 보았습니다. 그 결과 약 97억 6,535만 원의 지급을 명한 제1심 판결이 변경되어 렌탈사의 계약에 따른 규정손실금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금융리스 약관으로 리스이용자의 항변권을 제한하는 데에 한계가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아래에서 그 내용과 실무상 시사점을 소개합니다.


I. 사건개요

이 사건은 서울 시내버스 내 모니터 광고사업과 관련하여, 렌탈사(원고, 반소피고, 이하 ‘원고’)와 리스이용회사(피고, 반소원고, 이하 ‘피고’) 사이에 체결된 18건의 렌탈계약에 관하여 잔여렌탈료 및 계약에서 정한 규정손실금 청구(본소)와, 가공거래를 원인으로 한 부가가치세 부당이득반환 청구(반소)의 당부가 문제된 사안입니다.

버스 모니터 광고사업 구조는, (i) 렌탈사(원고)가 공급사에 모니터 제작·설치 매매대금을 지급하고, (ii) 공급사가 모니터를 제작·설치하며, (iii) 사업권자가 광고수익으로 리스이용자(피고)에게 용역대금을 지급하고, (iv) 피고가 이를 재원으로 원고에게 렌탈료를 지급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러나 피고의 직원이 공급사와 공모하여 실제 모니터 공급 없이 물건인수증명서를 발급하고 허위 세금계산서와 ‘돌려막기’를 통해 장기간 가공거래를 계속하였으며, 이러한 사실은 형사판결 및 과세처분 등을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가공거래가 밝혀진 직후 피고는 렌탈물건이 실제로 인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렌탈료 지급을 거절하였습니다. 원고는 이를 계약 위반으로 보아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주위적으로 계약에서 정한 규정손실금 약 106억 원을, 예비적으로 피고의 사용자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을 각 청구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가공거래인 이상 부가가치세(56억 원) 지급의무가 없음에도 이를 지급한 것이 부당이득에 해당함으로 이유로 56억 원의 부당이득반환을 반소로 청구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렌탈물건이 실제로 공급되지 않았지만 리스이용자가 물건인수증명서를 발급한 경우, (i) 렌탈물건이 인도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리스이용자가 렌탈료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지, (ii) 물건인수증명서가 발급되면 리스료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고 정한 약관 조항이 유효한지 여부입니다.


II. 판결의 요지

1. 제1심의 판단

1심(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렌탈계약과 규정손실금 약관의 효력을 대부분 인정하고 피고의 지급거절 주장을 배척하여, 원고의 본소청구를 대부분 인용(약 97억 6,535만 원)하고, 한편 피고의 반소청구를 전부 기각하였습니다. 


2. 항소심의 판단

항소심은 계약책임인 원고의 주위적 본소청구를 기각하였지만, 사용자책임인 예비적 본소청구를 인용하되 피고의 책임을 85%로 제한하여 피고에 대하여 약 78억 4,493만 원의 지급을 명하였습니다. 피고의 반소청구는 약 42억 1,350만 원 범위에서 인용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제1심의 결론이 크게 변경되었습니다.

1) 주위적 본소청구(계약책임): 전부 기각

항소심은 이 사건 렌탈계약을 금융리스계약으로 보면서도, 렌탈물건이 실제로 인도되지 않음이 증명된 이상 상법 제168조의3 제3항에 따른 물건수령의 추정은 복멸되므로, 피고는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렌탈물건을 수령할 때까지 렌탈료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렌탈계약 제5조 제5항은 ‘물건인수증명서 발급 후 물건의 부존재·하자 등을 이유로 렌탈료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항소심은 이 조항이 렌탈물건이 처음부터 인도되지 않은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해석한 다음, 다만 그와 같이 적용되는 한 약관법 제6조(신의성실 원칙 위반 약관 무효) 및 제11조 제1호(고객의 항변권을 상당한 이유 없이 배제·제한하는 조항 무효)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보았습니다. 상법 제168조의3 제2항이 강행규정이 아니더라도, 물건인수증명서 발급만을 이유로 예외 없이 지급거절권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약관 규정은 렌탈물건에 관한 모든 위험을 리스이용자에게 전가하고, 같은 조 제3항에 따른 물건수령의 ‘추정’을 사실상 번복할 수 없게 한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항소심은 피고의 렌탈료 지급 거절이 정당하므로 이를 이유로 한 원고의 해지가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예비적 본소청구(사용자책임): 일부 인용

항소심은 피고 직원의 가공거래에 관하여 피고의 사용자책임(민법 제756조 제1항)을 인정하고, 원고의 손해를 불법행위가 없었다면 지출하지 않았을 매매대금 약 215억 4,068만 원에서, 원고가 피고로부터 이미 받은 렌탈료 등 약 123억 1,135만 원을 공제한 약 92억 2,933만 원으로 산정하였습니다. 

다만 항소심은, 원고가 약 5년에 걸쳐 렌탈료 원금만 약 620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거래를 하면서도 렌탈물건의 실재 여부를 직접 확인하지 않은 점, 원고가 주장하는 검수 면제 내부 관행이 유효한 지침으로 확립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공급사가 여러 차례 변경되었음에도 그 경위를 확인하지 않고 시리얼번호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은 점, 철거 제품의 시리얼번호를 재사용한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을 그대로 믿은 점 등을 참작하여 피고의 책임을 85%로 제한하였습니다.

3) 반소청구(부가가치세 상당 부당이득반환): 일부 인용 

항소심은 이 사건 렌탈계약이 모두 실제 재화 공급이 없는 가공거래이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한 부가가치세 상당액이 법률상 원인 없는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위 부당이득반환채권에는 5년의 상사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 반소 제기일(2023. 5. 25.)부터 역산하여 5년 이전에 발생한 부분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보고, 나머지 금액의 반환을 명하였습니다.


III. 판결의 의의 및 실무상 시사점

이 판결은 금융리스에서 물건수령 추정이 복멸되면 리스이용자가 리스료 지급거절권을 행사할 수 있고, 약관으로 이를 전면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판단하였습니다. 동일 유형의 가공거래 분쟁에서 약관에 의한 항변권 제한의 한계를 보여주는 선례적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물건인수증명서 발급 후에는 물건의 부존재·하자를 불문하고 리스료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고 정한 약관은 실무상 널리 쓰여 왔습니다. 이 판결로 그러한 조항이 물건이 아예 인도되지 않은 경우에까지 적용되면 약관법상 무효가 될 수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금융리스업자는 물건이 인도되지 않은 경우를 리스료 지급거절권 배제의 예외로 명시하는 등 조항의 적용 범위를 재정비하여야 하고, 물건인수증명서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설치 사진·현장 확인서 등 인도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함께 받는 절차를 마련해야 합니다.

둘째, 상법 제168조의3 제3항의 추정은 법률상 추정이므로, 리스이용자가 실제 미인도 사실을 본증으로 증명하면 추정이 복멸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형사판결과 과세처분이 미인도 사실을 증명하는 핵심 자료가 되었습니다. 가공거래가 의심되는 리스이용자는 수사·과세 절차의 결과물과 물건의 부존재를 보여주는 객관적 자료를 조기에 확보하여야 하고, 지급 거절의 근거가 상법 제168조의3 제2항에 있음을 서면으로 명확히 해야 합니다.

셋째, 대금을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물건을 제작·설치하는 구조에서는 물건인수증명서만으로 실제 인도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렌탈사는 대금 지급 후 제작·설치 여부를 사후에 확인하는 절차, 시리얼번호의 체계적 관리, 공급사가 바뀔 때 그 경위를 확인하는 절차 등 내부통제 절차를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넷째, 계약책임이 부정되더라도 직원의 일탈로 가공거래가 발생하면 리스이용자는 사용자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리스이용자는 리스물건의 선정·검수·수령증 발급 업무를 한 명의 담당자에게 맡기지 말고 분리하여 통제해야 하고, 공급사 세금계산서와 실제 설치 내역을 정기적으로 대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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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위 사건에서 피고를 대리하였습니다. 상법개정위원회의 논의 자료를 적극 활용하여 상법 제168조의3의 입법취지를 법원에 설득하고, 금융리스도 물건사용을 전제로 한 계약이라는 성질을 강조하여 렌탈물건을 아에 사용할 수 없는 경우 렌탈계약상 지급거절권 배제 약관 조항이 약관법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점을 관철하였습니다. 그 결과 제1심에서 대부분 인용되었던 원고의 청구에 관하여 항소심에서 주위적 청구 기각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 판결 또는 관련 법률 쟁점에 대하여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시면 아래 연락처로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저자: 이혁 변호사, 신신호 변호사, 김상철 변호사, 노은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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