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배경
1. 금융투자업자의 주문기록 유지의무 및 업무용 정보통신수단 지정
금융투자업자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투자업 영위와 관련한 주문기록, 매매명세 등 영업에 관한 자료를 10년 이상 기록·유지할 의무가 있습니다(자본시장법 제60조 제1항,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62조 제1항).
금융감독원은 2011. 3. 「금융회사의 정보통신수단 등 전산장비 이용관련 내부통제 모범규준」을 제정하여 금융회사로 하여금 소속 임직원이 업무용으로 사용 가능한 정보통신수단을 별도로 지정하도록 하는 한편 그 사용기록 및 송·수신 내용을 포함한 로그기록을 3년 이상 보관하도록 하였고, 이에 따라 금융회사들은 각자 내부통제 지침을 마련하여 임직원들이 주문내용을 증빙할 수 있는 방식으로 주문을 수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2. 중국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지급거절 사태
2018년경 중국의 에너지기업인 CERCG가 지급을 보증한 미화 1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650억 원) 상당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이하 “이 사건 ABCP”)이 지급거절된 일이 있었습니다. 위 ABCP는 대한민국의 증권회사들이 인수하여 국내의 여러 금융투자업자들에게 판매한 상품이었는데, 당시 위 ABCP를 취득한 여러 금융회사들 사이에서 책임 소재 등이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 분쟁이 발생하였고, BKL은 S증권사와 Y증권사(이하 “원고”)를 대리하여 H증권사(이하 “피고”)를 상대로 ABCP 매매대금 지급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수행하였습니다. 당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이 사건 ABCP 합계 250억 원 상당의 매수를 요청하면서 원고들이 이를 먼저 취득하면 자신이 단시일 내 대금을 지급하고 인도받아 가겠다고 약속하였다가, 위 ABCP가 지급거절될 위험이 높아지자 피고와 원고들의 각 직원이 업무용으로 지정된 정보통신수단이 아닌 텔레그램으로 대화를 나누었다는 등의 이유로 그 대금 지급을 거부하였기 때문입니다.
II. 분쟁의 진행과정 및 판결 내용
위 사건의 제1심 법원은 ① 원고들과 피고의 직원들이 나눈 대화 내용이나 방식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대화가 원고와 피고를 구속할 수 없으므로 매매계약이 성립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이 사건 ABCP 매매대금 지급청구를 기각하고, ② 피고가 원고들에게 이 사건 ABCP를 매수할 것이라는 정당한 신뢰를 부여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계약교섭 부당파기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도 기각하였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① 원고들의 이 사건 ABCP 매매대금 지급청구는 기각하면서도, ② 피고가 원고에게 부여한 정당한 신뢰에 반하여 계약교섭을 부당하게 중도 파기하였으므로 원고들에게 각 해당 ABCP 대금의 70% 상당을 배상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고, 이러한 항소심의 판단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III. 시사점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자가 주문기록 관련 자료를 기록·유지할 의무가 있다는 점, 금융회사들이 임직원들로 하여금 지정된 업무용 정보통신수단을 사용하도록 통제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금융투자업자 간 거래에 관한 의사표시가 업무용으로 지정되지 않은 정보통신수단을 통하여 이루어질 경우 이는 계약의 성립을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러나 금융회사 소속 임직원들이 업무용으로 지정되지 않은 정보통신수단을 사용하여 거래에 관한 의사를 표시하였다는 사유만으로 매매 교섭의 존재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으며, 나아가 이러한 방식으로 의사를 표시한 일방이 상대방에게 거래가 성립되리라는 정당한 신뢰를 부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 사건 판결은 별도의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고 금융투자업에 관한 여러 규제가 적용되는 ABCP 장외시장 거래의 현실을 면밀하게 검토한 다음, 금융기관 담당자들 사이에 이루어진 비정형적 의사 교환이 계약을 성립시키는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더라도, 이러한 의사 교환에 따라 계약의 성립에 나아갈 법률상(신의칙상) 의무가 발생할 수는 있다는 점을 최초로 확인한 사안으로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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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KL은 중국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의 지급거절 사태와 관계된 여러 금융회사 임직원들의 교신 내용과 관련 민·형사사건의 증거 등 다양한 자료를 폭넓게 수집하여 끈질기게 분석하는 한편, 피고의 직원이 한 “약속”의 법리적 의미를 치열하게 논증하여 의뢰인의 손실을 크게 줄이는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냈습니다. 금융투자 분쟁에 대한 풍부한 실무경험과 탁월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나날이 증가하는 금융 관련 분쟁에 신속하고 효과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금융소송팀을 통해 구성원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므로, 금융 쟁송과 관련한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