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분쟁의 흐름을 읽는 격월간 브리핑
7월과 8월의 자본시장에서는 중복상장, 합병가액 산정기준 등 투자자들과 규제당국이 관심을 가져 왔던 이슈에 대해 새로운 기준들이 마련되었습니다. 가상자산시장에서도 시장의 건전성을 제고하고 가상자산의 특성에 맞는 효율적 법집행을 위한 기준들이 마련되었습니다. <BKL 금융소송 리포트>는 새로 나온 주요 자본시장 관련 판례와 주목할 만한 금융규제 동향을 소개하여 드리며, 보다 상세한 내용은 링크된 각 주제별 소식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I. 새로 나온 주요 자본시장 관련 판례
► 펀드 투자 권유시 미국법상 담보권 실행방식에 대해서도 설명의무가 인정될까? (대법원 2026. 7. 16. 선고 2025다212617 판결)
[사안] 미국 리조트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사모부동산신탁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가 개발사업 중단으로 손실을 입자, 펀드를 설정·운용한 집합투자업자(자산운용사)와 펀드의 수익증권을 판매한 투자중개업자(증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사안입니다.
위 사안에서는 ‘채권자가 담보권 실행에 따른 매각에 갈음하여 부동산소유권을 이전받기로 하는 합의(DIL 관련 조항)’의 존재와 내용에 대한 설명의무가 인정되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대법원은 ① 원고(투자자)는 메자닌 대출의 구조와 원금 손실 위험에 관하여 충분한 설명을 들은 점, ② 메자닌 대주의 손실은 DIL로 인해 추가로 발생한 위험이라고 볼 수 없고, DIL 실행 여부에 따라 메자닌 대주의 원금회수 가능성이 달라진다고 볼 수 없는 점, ③ DIL 관련 조항은 메자닌 대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장치이며, 손해의 근본 원인은 예측하기 어려운 코로나19로 인한 개발사업 중단인 점 등을 근거로, 자산운용사와 증권사가 DIL 관련 조항에 관한 설명의무, 투자자보호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원심 판단을 확정하였습니다.
[시사점] 투자자에게 대출 구조에 대한 설명이 실제로 충분히 이루어졌고, 대주의 손실이 DIL로 인하여 추가로 발생한 위험으로 볼 수 없다는 사정을 전제로 판단이 이루어진 사안입니다. 투자설명서 및 운용제안서에 담보 구조와 후순위 위험을 구체적으로 기재하고 그 설명 경위를 문서로 남겨두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고, 해외 담보권 실행제도처럼 국내 투자자에게 낯선 장치가 계약구조에 포함되어 있다면 그 장치가 새로운 위험을 창출하는지를 검토하여 설명 대상 포함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 지역주택조합 조합원들이 조합의 신탁회사에 대한 채권을 압류·추심한 경우, 신탁회사는 자금관리 대리사무계약상 자금집행 보류사유로 대항할 수 있을까? (대법원 2026. 8. 13. 선고 2026다203000 판결)
[사안] 조합원들이 조합에 대한 화해권고결정(분담금 반환)을 집행권원으로 삼아 조합이 신탁회사에 대하여 갖는 일체의 채권에 대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사안입니다. 신탁회사는 ‘향후 현금수지의 부족분이 예상되거나 차기 집행될 선순위 자금의 집행에 영향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요청받은 자금집행을 보류할 수 있다’는 대리사무계약 조항을 근거로 조합원들의 청구를 다투었습니다.
대법원은, ① 신탁업자는 자금관리를 위해 계좌를 단독으로 개설하여 자금을 운영할 권한이 있는 점, ② 대리사무계약상 조합원 환불금(본건 분담금 반환)만이 단독으로 최선순위 집행 대상인 것은 아닌 점, ③ 대리사무계약은 조합 채권자로부터 압류 등 권리제한사항이 발생하는 경우 자금집행을 유보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이는 ‘향후 현금수지 부족분이 예상되는 경우’와 밀접하게 관련되는 점, ④ 신탁회사 자금관리계좌의 잔액보다 채권자들로부터의 권리제한사항 금액 합계가 현저히 큰 점 등을 근거로, 자금집행 보류 사유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시사점] 신탁업자는 자금집행의 절차·요건·범위에 관한 대리사무계약 조항 등 압류 전에 압류채무자에게 대항할 수 있었던 사유로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법리를 확인하면서, ‘향후 현금수지 부족분 예상’이라는 실체적 판단을 요하는 보류 조항도 대항 가능 사유로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신탁업자의 입장에서는 대리사무계약상 자금집행 보류사유를 점검하고(권리제한사항 발생시 자금집행 유보 가능), 자금관리계좌의 잔액 등 보류사유의 근거가 되는 수치와 근거를 상시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 대주단이 대출실행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는데 신탁회사에게만 책임준공의무 이행을 요구할 수 있을까? (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7. 23. 선고 2025가합10627 판결)
[사안] 분양 부진으로 필수사업비가 부족해지자 대주단이 공사비 지급을 위한 대출금 인출을 중단하였고, 신탁회사가 책임준공의무 이행을 위해 잔여 한도대출금 인출을 요청하였으나 거절되어 시공이 중단된 사안입니다.
원고(대주)는 신탁회사를 상대로 책임준공의무 위반에 따른 대출금 및 지연손해금의 지금을 청구하였으나, 법원은 ‘수탁자가 판단하여 요청하는 경우 대주단은 대출조건에 불구하고 대출금 전액을 실행하여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아 수탁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한다’는 신탁특약 조항을 근거로, 대주단이 신탁계약에서 정한 대출실행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이상 신탁회사에게만 책임준공의무의 이행을 요구하는 것은 형평에 반한다는 이유로 대주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시사점] 책임준공 미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대주단 측이 승소해 온 기존 경향과는 달리 대주단의 대출실행의무 미이행을 근거로 대주단 측 청구를 기각한 판결로서, 유사한 사안에서 참고가 될 선례입니다.
II. 금융규제 동향
1. 입법
► 합병가액 산정기준 ‘시가’에서 ‘공정가액’으로 변경 – 자본시장법 개정안 의결 (2026. 8. 20.)
개정 자본시장법은 합병, 분할(분할합병), 중요한 영업·자산의 양수도, 포괄적 주식교환·이전 등 조직개편행위(이하 '합병 등')의 가액을 주식가격,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산정된 공정한 가액으로 결정하도록 하였습니다.
합병 등에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매수청구 가격도 이사회가 주식가격·자산가치·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산정하여야 하며, 합병 이사회는 합병 등을 결의하는 경우 그 목적, 기대효과, 가액의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공시하여야 하고. 외부 평가기관으로부터 가액과 거래조건의 적정성 등에 대한 평가를 받아 그 결과를 공시하여야 합니다.
이사회는 법령상 규정된 필수적인 절차(외부평가, 공시)를 준수하고. 합병가액의 적정성을 주주들에게 설득하기 위한 구체적인 근거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주식매수청구권의 매수가격과 행사 규모 역시 종전보다 예측하기 어려워지게 되었으므로, 합병계약 체결 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일정 한도를 초과하는 경우의 계약 해제 또는 거래조건 변경 조항 등을 두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 개정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및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매뉴얼 시행(2026. 8. 20.)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안은 ①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심사 대상에 새롭게 포함된 ‘가상자산사업자의 대주주’의 범위를 규정하고, ② 신고 불수리 요건으로서 자금세탁 및 금융 관련 법률 등 위반이력(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 건전한 재무상태 및 사회적 신용 요건(자기자본 또는 출자총액 대비 부채비율 200% 이하 등)을 마련하고, ③ 가상자산사업자의 인적, 물적 요건 및 내부통제체계 요건에 대해서도 규정하였습니다.
또한 시행령 개정안은 ① 가상자산 이전 시 적용되는 정보제공의무(“트래블룰”)의 대상을 금액제한 없이 전체 거래로 확대하고 수취 가상자산사업자에게도 정보확보 의무를 부과하며, ② 해외 가상자산사업자 또는 개인지갑과 가상자산 이전거래를 하는 경우 위험도에 따라 거래 허용 범위를 차등화하고 1천만 원 이상 거래에 대해서는 자체적인 의심거래 관리체계를 구축·운영할 의무를 부과하였습니다.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제 및 가상자산 이전거래 관련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강화되는 만큼, 신고요건 및 결격사유에 대한 정확한 법률자문 및 자금세탁방지의무 이행을 위한 시스템 정비의 중요성도 강조될 것으로 보입니다.
► 가상자산은 어떤 방법으로 집행할 수 있을까? – 가상자산 관련 민사집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 (2026. 7. 2.)
대법원은 가상자산의 법적 성질과 거래 구조에 부합하는 민사집행절차를 명문화하고 통일적 집행 기준을 마련하기 위하여, 가상자산 관련 민사집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습니다.
개정안은 ① 채무자가 제3자(가상자산거래소 등)에 대하여 갖는 가상자산이전청구권에 대한 강제집행 절차, ② 압류된 가상자산이전청구권을 압류채권자에게 양도하거나 매각하여 현금화하는 절차, ③ 채무자가 직접 보유하는 가상사잔에 대한 강제집행 및 현금화절차, ④ 가상자산이전청구권에 대한 보전처분(가압류·가처분) 및 담보권 실행 절차 등 다양한 집행절차 규정을 마련하였습니다.
이번 민사집행규칙 개정으로 채권자는 거래소 보관 자산과 개인지갑 보유 자산 모두에 대해 압류부터 현금화까지의 절차가 명확해져 채권 회수 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편 가상자산사업자는 제3채무자로서의 이전금지 의무 외에도, 집행관 명의 계정 개설 협조, 가상자산의 매각 위탁 수행 등 강제집행 절차에서 여러 역할과 의무를 부여받게 되므로, 이에 대한 업무처리 절차와 이용약관을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2. 금융감독
►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 중복상장 제도개선 세부기준 확정(2026. 7. 7.)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2026. 3. 18. 자본시장 체질개선 발표 이후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중복상장 원칙금지·예외허용을 위한 세부기준을 담은 한국거래소 상장·공시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안과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안)에 대한 공식 의견수렴(제·개정안 예고)을 개시하였습니다.
① 적용범위 : 외감법상 연결재무제표 대상 종속회사 또는 공정거래법상 수직적 지배관계에 있는 계열회사(모회사가 지분 20% 이상 보유하는 계열회사, 또는 해당 계열회사가 다시 50% 지분을 초과 보유하는 계열회사)의 상장에 적용
② 모회사 이사회의 5대 의무 : 일반주주에 대한 영향평가, 주주보호 방안 마련, 주주소통 및 동의 확인, 이사회 찬반결의 및 자회사 통지, 의무이행 사항 단계별 공시
③ 특례심사기준 충족 필요 : 자회사와 모회사의 영업·경영 독립성, 모회사 이사회의 5대 의무 준수 및 이사회의 찬성 결의, 모회사 투자자 보호조치로서 주주동의 원칙적 권고(물적분할 자회사의 경우 필수)
중복상장의 경우 IPO 단계부터 특별위원회 구성, 주주영향평가, 보호방안 설계 등을 선제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고, 물적분할 자회사의 경우 주주동의가 필수이므로 주주총회 안건 설계 및 의결권 구조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요구됩니다.
저자: 윤정노, 고지훈, 윤지효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