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자산에 대한 민사집행절차의 명문화 및 통일적 집행 기준 마련
대법원은 2026. 7. 2. 「민사집행규칙 일부개정규칙안」을 입법예고하였습니다(의견제출 기한: 2026. 8. 11., 시행 예정일: 2026. 10. 1.). 이번 개정안은 가상자산의 법적 성질과 거래 구조에 부합하는 민사집행절차를 마련하고, 각급 법원의 집행절차를 통일하여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종래 민사집행법령에는 가상자산 집행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어 실무상 ‘그 밖의 재산권’에 대한 집행 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왔고, 법원마다 처리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번 개정규칙안은 가상자산이전청구권 및 가상자산 자체에 대한 강제집행, 현금화, 보전처분 등의 절차를 포괄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이러한 실무상 공백을 해소하고자 합니다.
이하에서는 이번 개정안의 배경, 주요 내용 및 실무적 시사점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I. 개정 배경
종래 가상자산에 대한 민사집행은 「민사집행법」 제251조의 ‘그 밖의 재산권에 대한 강제집행’ 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러나 가상자산은 유체동산이나 채권과 그 성격이 다르고, 특히 채무자가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개인 지갑(비수탁형 지갑)에 직접 보유하는 경우에는 기존의 채권집행 방식만으로는 실효적인 집행이 곤란하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또한 가상자산에 대한 집행 방법에 관하여 법원마다 처리 방식이 상이하여 실무상 혼란이 발생하였습니다. 일부 법원은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이전청구권을 채권으로 보아 압류 및 추심명령을 내리는 방식을 취하였으나, 가상자산 자체를 독립적인 집행대상 재산으로 인정할 것인지, 그 현금화 절차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관하여 통일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실무와 학계에서는 입법적 정비의 필요성이 꾸준히 지적되었고, 대법원 이번 개정규칙안을 마련하게 된 것입니다.
II. 주요 내용
1. 가상자산이전청구권에 대한 강제집행
채무자가 제3자(가상자산거래소 등)에 대하여 가상자산이전청구권을 가지는 경우, 그에 대한 강제집행은 법원의 압류명령에 따라 개시됩니다(안 제175조의2). 법원은 압류명령에서 제3채무자에게 채무자에 대한 가상자산 이전을 금지하고, 채무자에게는 이전청구권의 처분과 가상자산의 수령을 금지합니다(안 제175조의3).
압류채권자는 제3채무자로 하여금 압류명령 송달일부터 1주 내에 서면으로 다음 사항을 진술하게 할 것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안 제175조의4): (1) 이전청구권의 인정 여부 및 그 내용, (2) 해당 가상자산의 보유 여부·종류·수량, (3) 우선권자의 존재 및 권리 내용, (4) 다른 채권자의 압류·가압류·가처분 집행 여부.
2. 가상자산이전청구권의 현금화
법원은 압류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압류된 이전청구권을 압류채권자에게 양도하는 명령 (가상자산이전청구권양도명령) 또는 집행관에게 매각을 명하는 명령(가상자산이전청구권매각명령) 그 밖의 적당한 방법으로 현금화할 수 있습니다(안 제175조의5).
매각명령에 따른 매각방법으로는 ① 가상자산사업자에게 매각 위탁, ② 가상자산사업자에 개설된 집행관 계정으로 이전 후 매각, ③ 제3채무자로부터 집행관에게 이전 후 제3채무자 이외의 자를 통해 매각, ④ 현금화가 용이한 다른 가상자산으로 교환 후 매각 등이 규정되어 있습니다(안 제175조의6).
3. 가상자산(채무자 직접 보유)에 대한 강제집행
채무자가 직접 보유하는 가상자산에 대한 강제집행도 법원의 압류명령으로 개시됩니다(안 제175조의7). 법원은 압류 시 채무자에게 처분을 금지하고, 그 가상자산을 집행관에게 이전할 것을 명합니다(안 제175조의8).
특히 가상자산의 이전집행은 압류명령이 채무자에게 송달되기 전에도 가능하며, 집행관이 가상자산을 이전받은 때에 압류의 효력이 발생합니다(안 제175조의8). 이는 채무자가 압류 사실을 인지한 후 가상자산을 사전에 처분하거나 은닉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으로, 채권자의 집행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4. 가상자산(채무자 직접 보유)의 현금화
압류된 가상자산에 대해서도 압류 채권자에게 양도하는 명령(가상자산양도명령) 또는 집행관에게 매각을 명하는 명령(가상자산매각명령), 그 밖의 적당한 방법으로 현금화가 가능합니다(안 제175조의9).
가상자산양도명령이 확정되면 법원사무관등이 집행관에게 압류채권자가 신청서에 기재한 가상자산주소로의 이전을 요청하고, 집행관이 이전을 실시합니다(안 제175조의10). 가상자산매각명령의 경우에는 가상자산사업자를 통하여 매각일의 시장가격 또는 그 밖의 적정한 가액으로 매각합니다(안 제175조의11).
5. 집행신청 취하 등의 경우 조치
강제집행 신청이 취하되거나 집행취소 결정의 효력이 발생한 경우, 이전된 가상자산 또는 이전청구권의 원상회복에 관한 처리절차가 규정되었습니다(안 제175조의12). 집행관이 원상회복 조치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법원이 매각결정을 할 수 있으며, 매각대금에서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를 담보권자 또는 채무자에게 교부합니다.
6. 채권집행규정 등의 준용
가상자산 및 가상자산이전청구권의 집행에 필요한 경우, 기존 민사집행법·민사집행규칙상 채권집행, 배당절차 및 현금화에 관한 규정이 준용됩니다(안 제175조의13).
7. 가상자산이전청구권에 대한 담보권의 실행
담보권실행 신청서 관련 규정(제192조)에 가상자산이전청구권이 추가되었고, 그 담보권 실행을 위한 집행절차가 신설되었습니다(안 제200조의2). 이로써 가상자산이전청구권을 담보로 취득한 채권자도 개정규칙안에 따라 담보를 실행할 수 있게 됩니다.
8. 가상자산 등에 대한 보전처분(가압류·가처분)
가상자산 및 이전청구권에 대한 가압류 집행절차가 신설되었습니다(안 제213조의2). 이에 따라 판결 전 단계에서도 채무자의 가상자산 처분을 금지하고 집행관에게 이전하는 보전조치가 가능해집니다. 아울러 가상자산 등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 집행절차도 신설되어(안 제216조의2), 가압류 규정이 준용됩니다.
9. 시행일 및 적용범위
이번 개정규칙은 2026. 10. 1.부터 시행됩니다(부칙 제1조). 개정규칙 시행 당시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도 적용되며, 시행 전에 있었던 압류명령·현금화명령·보전처분은 개정규칙에 따른 명령으로서의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 봅니다(부칙 제2조).
III. 시사점
1. 채권자 관점
이번 개정으로 거래소 보관 자산과 개인지갑 보유 자산 모두에 대해 압류부터 현금화까지의 절차가 명확해져 채권 회수 가능성이 제고되고, 집행 전략을 사전에 수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송달 전 이전집행 규정의 신설로 채무자의 사전 처분 우려가 있는 사안에서 집행의 실효성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기존에는 거래소에 대한 가상자산이전청구권 가압류가 실무적으로 인용되고 있었던 것 외에, 가상자산 자체에 대한 가압류나 가상자산 관련 가처분 인용례를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보전처분(가압류·가처분) 규정의 신설로 채권자로서는 소 제기 전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보전조치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 가상자산사업자(거래소) 관점
가상자산사업자는 제3채무자로서 이전금지 의무, 진술의무 대응, 집행관 명의 계정 개설 협조, 매각 위탁 수행 등 새로운 절차적 역할과 부담이 발생합니다. 시행일(2026. 10. 1.) 전까지 압류명령 접수·처리 절차 및 관련 이용약관을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3. 향후 과제
첫째,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저유동성 가상자산의 매각 기준·시점에 관한 실무 기준의 정립이 필요합니다.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성이 크므로 공개 시장에서 언제 매각하느냐에 따라 채권자의 회수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법원이 일관된 기준을 제시하고 집행관이 이에 따라 처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개인지갑(비수탁형 지갑)에 보유된 가상자산의 경우, 지갑주소 및 개인키를 확보하지 못하면 실제 이전이 사실상 불가능하여 집행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관하여는 채무자의 개인키 제출의무 부과 등 추가적인 입법적 보완이 논의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해외 가상자산사업자에 보관된 자산에 대하여는 국내 법원의 압류명령에 대한 해외 사업자의 협조가 전제되어야 하므로, 국내 법원 명령의 역외 실효성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국제 사법공조 체계의 정비 및 양자·다자 협력 방안의 모색이 향후 과제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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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윤정노 변호사, 고지훈 변호사, 노은영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