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6. 7. 16. 선고 2025다212617 판결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대법원은 최근 미국 소재 부동산 개발사업 관련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의 수익증권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미국법상 담보권 실행방식인 DIL(Deed in Lieu of foreclosure, 이하 “DIL”) 관련 조항을 설명하지 않은 것이 투자자보호의무 또는 설명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26. 7. 16. 선고 2025다212617 판결, 이하 “대상판결”). 대상판결은 투자자가 전문투자자인 경우에도 투자자보호의무가 배제되지 않는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그 설명의무의 인정 범위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I. 사건의 개요
1. 당사자들의 지위
원고는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에 해당하는 주권상장법인으로서, 미국 라스베가스에 대규모 복합리조트를 개발하는 사업(이하 “이 사건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사모부동산신탁 펀드(이하 “이 사건 펀드”)에 투자하였습니다. 피고 A자산운용은 이 사건 펀드를 설정·운용한 집합투자업자이고, 피고 A증권은 피고 A자산운용과의 위탁판매계약에 따라 이 사건 각 펀드의 수익증권을 원고에게 판매한 투자중개업자입니다.
2. 이 사건 펀드의 구조와 DIL 관련 조항
이 사건 개발사업은 단계별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여 각 SPC가 선순위 대출(사업 부지와 건설 중인 건물을 담보로 함)과 메자닌 대출(SPC의 지분을 담보로 함)을 각 실행 받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었는데, 이 사건 펀드는 위 메자닌 대출을 투자대상으로 하는 펀드였습니다.
이 사건 사업의 대주들 사이에 체결된 약정에는 DIL에 관한 조항(이하 “DIL 관련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DIL은 미국법상 인정되는 제도로서 채권자가 담보권 실행에 따른 매각에 갈음하여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받기로 하는 합의를 의미합니다. DIL 관련 조항에 따르면, (1) 선순위 차주는 선순위 대출의 기한이익 상실사유가 발생할 경우 선순위 대주에게 DIL 실행을 제안할 수 있고, (2) 선순위 대주는 메자닌 대주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10일 이내에 메자닌 대주가 선순위 대출채권을 매입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최고할 수 있으며, (3) 메자닌 대주가 정해진 기간 내에 선순위 대출채권을 매입하지 않으면 선순위 대주가 DIL 제안을 수락할 수 있습니다.
원고는 피고 A증권을 통해 2018. 10. 26. 및 2019. 4. 8. 이 사건 각 펀드의 수익증권을 매수하면서 투자금 합계 150억 원을 지급하였으나, DIL 관련 조항에 관하여는 설명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3. 투자금 손실 및 소 제기
이 사건 개발사업은 2020. 4.경 코로나19로 인하여 중단되었고, 2020. 11.경에는 선순위 대출 및 메자닌 대출에서 기한이익 상실사유가 발생하였습니다. 메자닌 대주가 선순위 대출채권 매입권한을 행사하지 않자, 선순위 대주는 2021. 2. 24. DIL 관련 조항에 따라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았고, 원고는 투자금 전액에 대한 손실을 입었습니다.
원고는 피고 A증권이 자신을 기망하였거나 자신이 중요부분에 관하여 착오를 일으켰다고 주장하며 사기 또는 착오 취소를 원인으로 한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한편, 피고들이 투자금 회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사항인 DIL 관련 조항의 존재와 내용을 설명하지 않아 설명의무 또는 투자자보호의무 등 구 자본시장법상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등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2025. 4. 1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고, 원고가 이에 상고하였습니다.
II. 주요 쟁점 및 대법원의 판단
1. 사기 취소 및 착오 취소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 부분
대법원은 ① 경매절차와 별개로 DIL이 채권회수방법 중 하나로 존재한다는 점이 투자 여부 판단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없고 원고가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상품임을 인식하고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원고의 투자금 손실은 DIL 관련 조항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개발사업 중단과 부동산 가치 급락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그러한 위험은 투자권유 당시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던 위험이라거나 원고가 투자결정 시 중요하게 고려하였을 위험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피고 A증권의 기망행위 및 원고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2.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부분 (설명의무·투자자보호의무 위반 여부)
대법원은 판단의 기초로서 다음의 종전 법리를 재확인하였습니다.
- 자본시장법에 의한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의 집합투자업자는 투자신탁에 관하여 제1차적으로 정보를 생산·유통시켜야 할 지위에 있으므로, 투자중개업자나 투자자에게 투자신탁의 수익구조와 위험요인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여 투자자를 보호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함
- 수익증권을 판매하는 투자중개업자는 투자자의 거래상대방 지위에서 투자를 권유하고 수익증권을 판매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집합투자업자로부터 제공받은 투자설명서나 운용제안서 등의 내용을 명확히 이해한 후 수익구조와 위험요인을 정확하고 균형 있게 설명하여 투자자를 보호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함.
- 위와 같은 집합투자업자와 투자중개업자의 투자권유 단계에서의 투자자 보호의무는 투자자가 전문투자자라는 이유만으로 배제되지 않으며, 다만 투자자가 그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사항이거나 투자권유 당시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투자위험이 아닌 경우에는 그러한 사항에 대해서까지 설명의무가 인정된다고 할 수 없음
이러한 법리를 바탕으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면서 ‘DIL 관련 조항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 또는 해당 금융투자상품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이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① 메자닌 대주는 선순위 차주에 대한 지분질권만을 가지고 있어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면 투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데, 원고는 메자닌 대출의 구조와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원금 손실 위험에 관하여 충분한 설명을 들은 점
② DIL로 인한 메자닌 대주의 손실은 부동산 가치가 선순위 대출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지분질권의 가치가 훼손될 수밖에 없는 메자닌 대출의 본질적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DIL로 인해 추가로 발생한 위험이라고 볼 수 없는 점
③ DIL이 실행되었을 경우와 경매절차가 진행되었을 경우 사이에 메자닌 대주의 원금회수 가능성이 달라진다고 볼 수 없는 점
④ DIL 관련 조항은 오히려 메자닌 대주에게 선순위 대출채권을 매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여 그 권리를 보호하는 장치인 점
⑤ 원고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근본 원인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웠던 코로나19로 인한 개발사업 중단인 점
III. 판결의 의의와 실무상 시사점
대상판결은 투자자가 전문투자자라는 사정만으로 집합투자업자 및 투자중개업자의 투자자보호의무·설명의무가 배제되지 않는다는 기존 대법원 법리(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4다214588, 214595 판결 등)를 재확인하면서도, 설명의무의 인정 범위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대상판결은 설명의무의 범위를 판단함에 있어, 문제된 사항이 투자자가 이미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위험의 본질적 속성에서 파생된 것인지, 아니면 그로부터 독립하여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별도의 위험인지를 구분하는 접근을 취하면서, 메자닌 대출의 후순위성에 따른 원금 손실 위험에 대하여서는 이미 설명이 이루어졌고, DIL 관련 조항은 그러한 본질적 위험을 구체화하는 계약상 장치에 불과하여 별도의 설명의무가 인정되는 대상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이는 복잡한 담보 구조를 가진 부동산 개발금융 상품의 투자권유 과정에서는 투자위험의 본질적 요소에 관하여 충분하고 균형 있는 설명을 제공하였는지 여부가 핵심 판단기준이 되고, 그 위험을 구현하는 개별 계약조항 하나하나를 모두 설명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의무위반이 인정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다만 대상판결은 개별 사안의 구체적 사실관계, 특히 메자닌 대출 구조에 대한 설명이 실제로 충분히 이루어졌다는 사정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1 향후 유사한 금융 상품의 투자권유 실무에서는 투자설명서 및 운용제안서에 담보 구조와 후순위 위험을 구체적으로 기재하고 그 설명 경위를 문서로 남겨두는 것이 여전히 중요합니다. 아울러 해외 담보권 실행제도처럼 국내 투자자에게 낯선 장치가 계약구조에 포함되어 있다면, 그 장치가 새로운 위험을 창출하는지를 검토하여 설명 대상 포함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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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는 생소하지만, 미국법상 DIL은 "Deed In Lieu", 즉 담보권 실행 대신 부동산소유권 증서로 변제한다는 취지로서 한국법상 대물변제와 유사한 개념입니다. 이 사건 사업에서 메자닌 투자가 이루어진 시기는 공교롭게도 코로나19의 전세계적 발발 6개월쯤 전이었고, 코로나19의 창궐을 예상했더라면 그 누구도 투자를 하지 않았겠지만, 미국 네바다주상 대물변제가 허용된다는 사실의 존재 여부는 투자 진행, 결정과는 전혀 무관하여 DIL의 존재를 투자 결정 당시 설명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투자 실패와는 인과관계가 전혀 없다는 것이 법원의 실제 판단으로 보입니다.
저자: 강동욱, 문성호, 윤지효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