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 부통령은 8월 19일(미국 현지 시각)부터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고 있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8월 6일 티머시 월즈(Timothy Walz) 미네소타주 주지사를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지정하였습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해리스 부통령으로 대체되고 월즈 주지사가 러닝메이트로 지정된 후 특히 경합주에서의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점차 높아지면서 유리한 모멘텀을 잡았다는 평가도 있는 만큼 향후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우리 산업과 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과 월즈 주지사의 기존 발언과 정책적 입장을 통해 향후 여러 현안들에 대해 어떤 정책을 취할지, 국내 반도체나 배터리 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래와 같이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I. 외교정책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가장 선명하게 내세우면서 나토(NATO)와 같은 전통적 동맹에 비판적인 시각을 취했습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전통적 동맹을 중시하며 국제 협력을 중시하는 외교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후변화, 인권 문제, 분쟁 등에 있어 국제사회와 협력을 추구하기 보다는 미국 중심의 다소 고립적인 외교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있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이와 같은 글로벌 이슈에서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강조할 가능성이 큽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북한 문제 등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도 두 후보의 접근방식은 크게 다를 것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며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한 바 있습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전통적 동맹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주한미군의 역내 평화 유지 역할을 중시하며,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도 상대적으로 외교적·협력적인 접근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큽니다.
II. 미-중 관계와 아시아 정책
1. 바이든 행정부 정책의 계승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된다면, 해리스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아시아 정책을 계승하고 동맹국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중국으로부터 디리스킹(de-risking)을 강조하면서 중국과의 관계에서 미국의 이익을 보호할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고, 대만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시위를 비판한 바 있습니다. 또한, 해리스 부통령은 중국의 인권 상황, 홍콩 민주화 탄압, 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 침해 등에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현 바이든 행정부와 마찬가지 입장으로 이해됩니다.
다만, 미국 부통령은 자신의 독자적인 정책적 태도를 밝히지 않고 대통령의 입장을 대체로 따른다는 점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그 동안 부통령으로서 취한 발언이나 태도가 앞으로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2. 보호주의적 정책의 완화 가능성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중국산 상품에 대한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적 정책을 비판한 적이 있는데,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사실상 유지한 현 바이든 행정부와는 다소 다른 지점이라는 점이 지적됩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 기간 동안 위와 같은 해리스 부통령의 입장이 유지되었는지가 불분명하고,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 정책 등 보호주의적 정책을 완화할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이는 해리스 행정부 출범 후의 중국의 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상황, 국제 정세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선거운동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안한 모든 수입품에 대한 일률적 관세(최소 10%, 최대 20%,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60%) 부과가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일상품의 가격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한 가구 당 매년 3,900달러의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고 비판하였습니다. 따라서,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보호주의적 색채가 강하지 않은 접근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3. 월즈 주지사의 풍부한 중국 경험
월즈 주지사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한편으로는 무역관계를 진흥해야 주장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의 인권 침해에 비판적이고, 중국 기업의 대미 투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월즈 주지사는 중국과의 무역이 결국 미국에 이익이 될 것으로 여기고, 중국을 대체할 무역 파트너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적대적 무역정책이 미국의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하면서, 기후변화나 농업 등 여러 분야에서 중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월즈 주지사는 우리나라와 일본을 방문하고, 주지사 임기 동안 미네소타에 진출한 일본 기업 수가 50% 증가하는 등 외국 기업의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데 적극적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월즈 주지사는 일본 기업의 투자를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중국 기업의 투자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또한, 중국과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들을 만나 지원 의사를 표시하는 등 중국의 인권 문제에 강한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부통령 한 명이 미국과 중국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중국에서 교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월즈 주지사의 중국 경험은 해리스 행정부의 중국 정책을 정교하게 수립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한편, 월즈 주지사가 중국에 대한 이해가 있다고 하여 반드시 친중적인 입장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중국에 대한 이해가 있는 해리스 행정부와의 관계에서 더 복잡한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요컨대, 해리스 행정부는 대체로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및 아시아 정책을 계승하여, 중국과의 관계에서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아시아 동맹국들과 협력을 강화하고자 할 것입니다. 다만, 과거 해리스 부통령이 중국산 상품에 대한 높은 관세 부과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바 있으며, 월즈 주지사 또한 중국과의 자유무역을 강조했던 점을 고려할 때, 해리스 행정부가 중국과의 통상관계에서 조금은 더 자유무역적인 기조를 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참고로, 중국 정부는 해리스-월즈 후보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한 바 없으나, 중국 언론은 월즈 부지사가 중국에서 교사로 근무한 내용 등을 긍정적인 시각에서 보면서도, 중국의 인권 실태, 홍콩 민주화 운동, 남중국해 문제 등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하여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보이고 있습니다.
III. 기후변화와 청정에너지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후 기후변화와 청정에너지에 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과거 발언과 태도를 고려할 때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분야에서 상반된 접근방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화석연료 산업을 지지한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기후변화 문제의 중대성과 긴급성을 강조하고, 신속한 해결을 촉구해 왔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중시하며,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전기차 인프라 확충을 통해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리스 부통령은 청정에너지 분야의 기술 혁신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미국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월즈 주지사 역시 주지사로 재임하면서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특히, 작년에는 2040년까지 미네소타주의 모든 발전소가 풍력과 태양광 같은 환경친화적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이 법안에 서명하면서 월즈 주지사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하고, 청정에너지 산업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언했습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 반스(Vance)가 기후위기의 존재를 부정하는 발언을 한 것과 달리, 월즈 주지사는 기후변화 해결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환경친화적 정책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와 같은 배경을 고려할 때, 트럼프 행정부 시절 철회된 자동차 배출 규제, 청정전력 계획(Clean Power Plan) 취소, 파리협정 탈퇴 등 100개 이상의 다양한 기후변화 정책과 환경 규제가 해리스 행정부 하에서는 재도입되거나 강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행정부 시절 채택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지지하고 유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IV. 반도체·배터리 산업의 수혜 가능성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반스 부통령 후보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반대하며 전기차로 인해 미국 자동차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해리스 부통령과 월즈 주지사는 IRA를 적극 지지하고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기차의 중요성을 인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반도체 산업을 미국 경제와 기술 경쟁력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역량 강화를 중시해 왔습니다. 또한, 배터리 산업이 청정에너지 전환과 전기차 확대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이 두 산업이 미국의 에너지 안보와 경제적 미래에 중대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공급망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미국 내 제조 역량을 강화하고, 기술적 자립을 이루기 위한 전략으로 이해됩니다. 따라서,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으로 취임할 경우, 미국에 진출한 우리나라의 반도체 및 배터리 관련 기업들이 이 정책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미국과 동맹국 간의 공급망 강화 전략은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해리스 부통령이 반도체 및 배터리 산업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통해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유지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관련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이 자국 내 제조 역량을 극대화하려는 정책을 지속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으며,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혁신과 효율성 강화가 필수적일 것입니다.
따라서, 해리스 행정부의 정책은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단기적으로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기술적 우위 강화에 따른 도전도 함께 가져올 수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비해 지속적인 혁신과 글로벌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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