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유통업체와 그 임직원들이 정부의 국가예방접종사업(이하 “NIP 사업”) 백신 입찰과정에서 들러리 업체를 세워 문제된 사건에서,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에스케이디스커버리 주식회사 및 그 임직원을 대리하여 원심의 유죄 판결을 파기하고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 무죄 판결(서울고등법원 2024. 7. 23. 선고 2023노833 판결)을 이끌어 냈습니다.
I. 사건의 개요
에스케이디스커버리 및 그 임직원(이하 “피고인들”)은 2016. 6. 경 조달청이 발주한 HPV 4가(가다실) 백신 입찰(이하 “이 사건 입찰”)에 참가하면서 유찰 방지를 위해 들러리 업체를 입찰에 참여시켰다는 혐의를 받아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위반죄(이하 “공정거래법위반죄”) 및 입찰방해죄로 기소되었습니다.
제1심은 이 사건 입찰에 경쟁이 존재하고, 피고인들의 행위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였으며, 입찰의 공정을 해하였다고 보아 피고인들에게 공정거래법위반죄 및 입찰방해죄에 대하여 모두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 입찰에 실질적인 경쟁이 존재하지 아니하고, 피고인들의 행위가 경쟁을 제한하지 아니하였으며, 입찰의 공정을 해하는 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인들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제1심부터 피고인들을 대리하며 관련 사실관계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이 사건 입찰의 구조적 특수성을 강조하였고, 원심판결을 뒤집고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II. 항소심 판결의 내용
1. 공정거래법위반의 점(무죄)
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 입찰과 관련된 백신 공동판매계약의 내용과 이 사건 입찰의 낙찰조건, 백신 공급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 사건 입찰에서 에스케이디스커버리와 다른 업체들이 실질적인 경쟁관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i) 이 사건 입찰이 있기 전 다국적 제약사인 MSD(백신 제조사)가 에스케이디스커버리와 독점적인 공동판매계약을 체결하였던 점, (ii) 이 사건 입찰이 공급확약서를 제출해야만 낙찰 받을 수 있는 구조였던 점, (iii) 공동판매계약의 내용상 MSD가 에스케이디스커버리 외의 제3자에게 공급확약서를 발급할 가능성이 없었던 점, (iv) 질병관리본부도 백신 공급의 독점적 특성을 이해하여 당초 수의계약으로 진행할 것을 검토한 점, (v) 에스케이디스커버리가 이 사건 입찰 이전에 민간에 공급한 물량에 대하여 세금계산서 정산의 문제가 존재하였고, 에스케이디스커버리 외의 제3자가 낙찰될 경우 정산 문제를 처리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고려하였습니다. 이를 토대로 법원은 이 사건 입찰의 낙찰자는 공동판매사인 에스케이디스커버리가 될 수밖에 없었고, 이 사건 입찰에는 실질적인 경쟁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법원은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해 어떠한 경쟁제한적인 효과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았고, 피고인들의 행위가 예정가격 및 투찰금액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없었다는 점과 이 사건 입찰이 유찰되어 수의계약으로 진행되었더라도 계약금액이 낮아질 가능성이 없었다는 점을 모두 인정하였습니다. 나아가 법원은 오히려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해 NIP 사업이 적시에 시행될 수 있었고, 그로 인한 소비자후생 증대효과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법원은 피고인들에게 실질적인 경쟁을 제한하거나 낙찰가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다는 점에 대한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도 판단하여 피고인들의 공정거래법위반의 고의도 부정하였습니다.
결국 서울고등법원은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전부전부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2. 입찰방해의 점(무죄)
서울고등법원은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입찰에서 공정한 자유경쟁을 통한 적정한 가격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상태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이 사건 입찰은 실질적인 경쟁관계가 존재하지 않아 애초부터 ‘공정한 자유경쟁을 통한 적정한 가격형성’을 전제하기 어려운 구조이므로, 입찰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법원은 공동판매사, 일반 도매상 및 질병관리본부 담당자들의 인식을 두루 고려하여 피고인들의 입찰방해의 고의도 부정하였습니다.
이에 서울고등법원은 입찰방해의 점에 관하여도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III. 본 사건의 의미
본 판결은 유찰 방지를 위한 들러리 입찰에서 입찰의 구조적 특수성이 고려되어 입찰담합의 예외가 인정된 판결입니다. 입찰에 들러리를 세우는 행위를 하였다는 외관만 보면 경쟁제한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었으나,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백신 입찰의 구조적 특수성으로 인하여 실질적인 경쟁이 존재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을 강조하여 경쟁제한효과가 없었다는 점을 체계적으로 입증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2016년부터 시행된 NIP 사업의 경과, 백신 가격의 결정 방식 및 백신 공급 방식을 구체적으로 분석한 다음, 에스케이디스커버리가 아닌 제3자가 낙찰되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였다는 점, 들러리의 유무는 이 사건 입찰의 유찰 여부만을 결정할 뿐 그 외의 조건(가격 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 NIP 사업의 적시 이행으로 인하여 제반 비용 절감이라는 소비자후생 증대효과가 존재하였다는 점 등을 정치하게 논증하였습니다. 이에 항소심은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피고인들의 각 혐의에 대하여 전부 무죄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본 판결은 올해 초 선고된 한국백신 판결(대법원 2024. 2. 15. 선고 2023도7318 판결)과 유사하나, 한국백신 판결에서는 범죄성립을 위한 주관적 구성요건인 ‘고의’가 부정된 것에 불과하고 본 판결에서는 더 나아가, 범죄성립을 위한 객관적 구성요건인 ‘실질적인 경쟁관계의 존재’와 ‘경쟁제한효과’까지 모두 부정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이에 본 판결이 현재 진행 중인 관련 사건(공정거래위원회 및 조달청의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포함하여 향후 유사한 사건의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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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다년간 각종 공정거래 관련 형사소송을 대리하면서 수많은 노하우와 경험을 보유하고 있고, 기존 통념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판단을 도출하는 사건에서 고객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어 오고 있습니다. 특히, 공정거래 관련 형사소송에 관한 풍부한 경험과 법률지식을 갖춘 변호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 규제기관 등과 수시로 긴밀하게 협업함으로써 관련 소송에 관한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