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간 경쟁법 분야에서 빅테크 기업의 온라인플랫폼 시장에서의 각종 독과점 남용행위에 대한 규제 필요성에 대해 국경을 초월하여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이에 따라 각국별로 규제 입법의 형태도 다양한 양상을 띄고 있는데,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에서는 2023. 5. 2.부터 게이트키퍼(gatekeeper)의 자사우대(self-preferencing), 결합판매(tying), 최혜대우 요구(MFN: Most-Favoured Nation) 등 독점화 기도 행위를 규율하는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이, 2024년 상반기부터는 모든 온라인 중개 서비스 사업자의 불법 콘텐츠 유통 금지, 추천알고리즘 투명성 확보 등의 의무를 규정한 「디지털 서비스법(Digital Service Act, DSA)」이 각각 시행될 예정입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각종 온라인 플랫폼 규제 입법이 추진되었으나 과잉규제에 따른 각종 부작용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하여 결국 2023. 1. 3. 의회 회기 종료 시까지 의회는 AICOA, OAMA, PCOA 등 주요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기로 결정하였고, 계류되어 있던 관련 법안들은 전부 폐기하였습니다.
I.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미 하원 반독점소위원회는 16개월간의 조사 끝에 2020. 10.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적 지위남용 우려를 지적하는 내용의 “디지털 시장의 경쟁조사(Investigation of Competition in Digital Markets)”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후 미 하원은 2021. 6월경 5개 반독점 패키지 법안을 발의하였고, 미 상원은 대형 앱마켓 사업자를 규제하기 위한 법안(OAMA: Open App Market Act) 등을 추가로 발의하였습니다.
[5개 반독점 패키지 법안]
이 당시 발의된 여러 법안 중 결과적으로 5번만 통과되었고, 그 외의 법안들 전부는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특히 EU DMA의 미국판이라고 불리는 법안인 「The American Innovation and Choice Online Act(“AICOA”)」와, 대형 앱마켓 사업자가 자사 앱마켓 및 자사 앱마켓의 결제시스템 이용을 강제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법안인 「The Open App Market Act(“OAMA”)」, 그리고 빅테크의 잠재적 경쟁자 인수 행위를 규제하는 「Platform Competition and Opportunity Act(“PCOA”)」의 통과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었습니다.
그러나 위 법안들은 이번 117대 미 의회가 회기 내에 통과시키지 않음에 따라 전부 폐기되었고, 이에 따라 미국에서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위한 추가 입법 여부는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그 배경으로 아래와 같은 요인들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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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의 규제대상이 광범위하고 불명확하고, 기존 경쟁법과 별도로 온라인플랫폼에 대한 추가 규제가 필요한지 여부에 대한 분석이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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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플랫폼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소산업의 성장 및 혁신에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미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하여야 한다는 비판론이 제기된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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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의 주된 관심사가 자국 온라인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보다 대중 무역규제로 옮겨간 점(*미국 상·하원은 틱톡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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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보호, 컨텐츠 규제, 사이버보안 등 플랫폼에 대한 규제에 있어 어떤 우선순위를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 및 방안에 있어 민주당과 공화당 간에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정치적인 합의 타결에 실패한 점(민주당은 개인정보보호에 관심이 더 많고, 공화당은 컨텐츠 규제 분야에 관심이 더 많음)
II. 기타 해외 동향
대만 공정거래위원회(公平交易委員會)는 2022. 12. 온라인플랫폼 규제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는 보고서(디지털 경제 경쟁 정책 백서, 數位經濟競爭政策白皮書)를 발간하였습니다. 이 보고서는 (1) 세계 주요 국가들의 빅테크 기업 규제에는 경쟁법적 관점보다 무역 협상 카드, 자국 기업 보호 등 다양한 의도와 목적이 개입되어 있고, (2) 온라인플랫폼 규제를 위해 기존의 경쟁법과 다른 기준과 수단이 필요한지 여부에 대한 더 심도있는 분석이 필요하며, (3) 상대적으로 시장규모가 작은 국가에서는 시장규모가 큰 일부 국가들의 온라인플랫폼 규제방식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DMA 법 집행에 대한 실효성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제시하는 등 신중한 입장을 취하였습니다.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ACCC: Australian Competition and Consumer Commission)는 2020-2025 진행중인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 시장 실태조사 (Digital Platform Services Inquiry)의 일환으로 2022년 11월 플랫폼 규제에 대한 권고안을 발표하였는데, DMA 형태의 별도 입법이 아닌 영국의 Code of Conduct 모델에 기초한 규제 방안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III. 시사점
위와 같이 온라인플랫폼 규제 강화에 강한 목소리를 내왔던 미국이 결국 자국 내 소비자 및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여 관련 입법에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였다는 점은 다른 국가들의 입법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한국의 특수한 플랫폼 시장 상황과 규모를 감안하여 별도의 입법을 통한 온라인플랫폼 규제가 과연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기존 경쟁법 체계를 통한 규제가 효율적인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별도의 입법을 통한 플랫폼 규제의 필요성 및 당위성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의견 수렴이 충분히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