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의 『통상 Legal Update』는 국제통상질서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패권경쟁, EU 신통상규범, 공급망 재편,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등 다양한 통상이슈의 전개 동향을 발 빠르게 파악하고 미국, EU, 중국 등 주요국의 통상관련 법률과 정책을 면밀히 분석하여 이에 관한 최신 정보를 정부, 기업, 관계기관에 제공합니다.
I.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의 의의
탄소국경조정제도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의 배출을 1990년 배출량 대비 55%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EU의 입법들, 즉 “Fit for 55 package”의 일부로 EU의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도(Emissions Trading System, ETS)와 연계된 규제입니다. CBAM은 소위 탄소누출(carbon leakage), 즉 강도 높은 온실가스 배출규제를 둔 고규제국으로부터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약한 저규제국으로 제품의 생산기지가 이동되거나 고규제국 소비자들이 국산품 대신 저규제국 수입품을 늘리는 등의 규제회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EU 역내 수입품에 대해 소위 탄소국경세로도 불리우는 온실가스 배출 관련 비용을 부과함으로써 수출품에 반영된 탄소가격 차이에 따른 EU 자국제품의 경쟁력 격차를 상쇄하고 실질적으로 EU ETS를 보완하는 내용의 규제입니다. CBAM 하에서는 수출업체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규제 차이에 의한 대상 제품의 가격 차이를 탄소배출권(carbon emission certificate) 구매를 통해 상쇄하게 하는데, 수출품 생산국과 EU간 온실가스 배출규제간 차이 여부는 해당 국가가 EU ETS와 유사한 제도를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CBAM은 실질적으로 EU ETS 하의 무상할당을 대체하는 역할을 하므로 CBAM의 적용대상과 EU ETS의 적용대상이 동일해지는 2034년 이후에는 EU ETS 하의 무상할당이 폐지될 예정입니다.
II. CBAM 잠정합의안의 주요 내용
1. CBAM 잠정합의안의 입법과정
지난 2021. 7. 14. EU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공개한 CBAM 법령 초안(proposal for a regulation establishing a CBAM)을 기반으로 EU집행위원회와 EU의 2개 입법기관들, 즉 EU 이사회(Council of the European Union) 및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 사이에서 이루어진 3자 협의(trilogue)의 결과, 2022. 12. 13.자로 Agreement of a provisional and conditional nature on the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이하 “CBAM 잠정합의안”)이 발표되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CBAM은 EU ETS를 보완하는 의미가 있으므로, 잠정합의안에는 기존 EU ETS 관련 지침(Directive)를 수정하는 내용 또한 포함되었습니다.
2. CBAM의 적용대상 제품의 범위 및 시행일정
CBAM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CBAM은 2023. 10. 1. 부터 탄소 관련 비용의 부과 없이 탄소배출량에 대한 측정 및 보고의무만 부과하는 전환기간(transition period)을 거쳐 2026년부터는 EU로 수입 되는 CBAM 적용대상 제품의 탄소배출량에 따라 CBAM 인증서(certificate)의 제출이 의무화됩니다. CBAM은 탄소집약적이고 배출량 측정이 비교적 용이한 제품부터 적용될 예정인데, 2021. 7.에 발표된 CBAM 초안에서는 CBAM의 적용대상으로 제3국으로부터 EU 역내로 수입되는 시멘트(cement), 철·철강(iron and steel), 알루미늄(aluminum), 비료(fertilizers), 전력(electricity)을 규정하였으나, 잠정합의안에서는 수소(Hydrogen)를 포함하여 6개 부문으로 적용대상이 확대되었으며, 전구체(precursor) 등 일부 제품과 나사, 볼트, 너트와 같은 일부 다운스트림(downstream) 품목이 추가되었습니다. 또한, 2025년까지인 전환기간(transition period)의 종료 이전까지 유기화학물질 및 폴리머 등 다른 품목으로 범위를 확장할 것인지 여부가 결정될 예정입니다.
향후 2034년까지 총 9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매년 CBAM 적용대상 제품을 확대하고 EU ETS하의 무상할당 비중을 축소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EU ETS 적용대상인 모든 산업의 수입품에 대해 CBAM을 적용하고 무상할당은 폐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각 연도별로 폐지되는 무상할당의 비중으로, CBAM의 적용 범위 또한 무상할당 폐지와 동일한 비중으로 확장될 예정입니다. 다만, 무상할당이 폐지되기 전까지 무상할당을 적용받는 분야의 경우 에너지 감사(energy audit)또는 탄소중립 계획 등의 추가적인 의무를 부담하게 됩니다.
3. 전환기간 중 보고의무 및 2026년 이후 CBAM 인증서 제출의무
2023. 10. 1.부터 시작되는 전환기간 동안 CBAM의 적용대상인 제품을 EU로 수입하는 수입업자는 매분기별로 각각의 수입제품에 포함된(embedded) 온실가스 배출량, 원산지에서 각 수입제품에 부과한 탄소가격 등의 정보가 포함된 보고서(CBAM report)를 매분기 종료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제출하여야 합니다.
2026년 이후 CBAM 적용대상인 각 수입제품 관련하여서는 분기별 보고의무 외에 연간 CBAM 명세서(CBAM declarations)를 제출하여야 하고, 각 수입제품에 포함된 전년도 적용대상 온실가스 배출량에 상응하는 CBAM 인증서를 구매하여 제출하여야 합니다. 이와 관련된 보다 상세한 내용은 CBAM 법령 초안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 저희 법인의 2021. 8. 3.자 뉴스레터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4. CBAM 적용 제품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산정
원칙적으로 CBAM이 적용되는 각 수입제품과 관련된 직접배출원이[1]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대상이며 특정 요건 하에서는 간접배출원도 포함될 예정입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산정은 전력 MWh당 CO2e 배출량 톤 또는 유형별 제품의 톤당 CO2e 배출량 톤으로 표시된 총 내재배출량(embedded emissions)을 기반으로 하며, 실제 배출량을 정확하게 결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기본값(default value)을 참고하여 결정됩니다.
CBAM 인증서 가격은 EU ETS 온실가스 배출권 경매가격의 주(週)당 평균가격에 연동되며 비(非) EU 생산자가 원산국 탄소가격제도에 의하여 온실가스 배출비용을 이미 지불한 경우 소명을 통해 일부 또는 전액을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즉, 한국 등 자국법상 배출권거래제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을 부과하는 국가의 수출업자가 EU 내로 CBAM 적용 대상 제품을 수입할 때 CBAM에 따라 지불해야 하는 CBAM 인증서 금액에서 이미 지불한 온실가스 배출 관련 비용에 상응하는 금액을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미국 등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다른 조치를 시행하고 있더라도 법적으로 탄소 관련 비용을 부과하지 않는 국가로부터의 수입에 대해서는 이러한 공제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EU ETS와 연계된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는 스위스와 EU ETS에 참여하고 있는 유럽경제지역(European Economic Area, EEA) 국가(노르웨이·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 등에 대해서는 CBAM이 전면 면제되며, 향후 EU는 최종적으로 배출권거래제를 이행하거나, EU와 통합된 전력 시장을 가진 제3국에 대하여 CBAM 적용 면제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II. CBAM의 통상법 위반 소지
최근 WTO 상소기구의 형해화 등으로 인하여 통상법의 실효성에 대해서 의문이 있기는 하지만, 앞서 EU집행위원회는 CBAM이 WTO 규범에 합치하도록 설계하였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2] 그러나 동 조치와 관련하여 온실가스 배출 관련 비용이 실질적으로는 탄소국경세에 해당하여 EU 내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정당하게 부과될 수 있는지 여부와 온실가스 배출량 및 CBAM 인증서 가격 산정에 대한 방법론, 징수 방법 등 제도의 구체적인 요소에 대해서도 WTO 의무를 준수하는지에 대해서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 조치의 구체적인 실행 방향에 따라 위반 소지는 달라질 수 있으나, 현 시점에서의 예상되는 위반 소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최혜국대우 의무: WTO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제1조의 최혜국대우 의무는 회원국의 수입 제품에 부여된 모든 혜택이 즉시 그리고 무조건적으로 다른 모든 회원국에 부여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EU가 CBAM을 통해 외국에서 수입된 동종상품을 차별하는 경우, 이는 최혜국대우 의무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 내국민대우 의무: GATT 제3.2조는 수입상품에 대해 국내상품 보다 덜 유리한 조건으로 내국세 등을 부과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CBAM 인증서 구매 관련 비용이 내국세로 간주되는 경우, 내국민대우 위반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경우 EU는 EU 내 생산자가 EU ETS에 따라 동일한 부담금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제품과 수입 제품 간의 대우는 차별적이지 않다고 반론할 여지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CBAM 조치가 동종 국내 제품에 비해 수입 제품에 대해 더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행정적인 요건을 부과하는 경우 내국민대우에 합치하지 않는 조치로 판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양허관세 약정: GATT 제2조에 따라, EU는 수입제품에 대한 양허관세(bound rate)를 약속하였습니다. 하지만, CBAM 인증서 구매 관련 비용이 관세로 간주되는 경우에는 기존 EU가 약속하였던 양허관세를 초과하여 관세를 인상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다만, GATT 제2조 2(a)항은 WTO 회원국이 동종 국내 제품 등에 대해서 내국민대우에 합치되는 방식으로 부과된 내국세에 상응하는 내국부담금(a charge equivalent to an internal tax)을 부과하도록 허용하고 있으므로 EU는 이를 기반으로 정당성을 주장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 수량제한금지 의무: GATT 제11.1조는 수량제한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CBAM이 사실상(de facto) 수량제한을 부과하는 국경제한(border restriction) 조치로 간주되는 경우 CBAM은 제11조에 비합치하는 조치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 무역규정 이행 관련 의무: GATT 제10.3조는 회원국이 무역규정을 일관되고 공평하며 합리적인 방식으로 이행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CBAM의 실제 이행 과정에서 국내 상품에 비해 수입 상품에 더 과도한 행정적인 부담을 요구하는 조치를 부과하는 것으로 인정된다면 동 조항을 위반할 소지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WTO 위반 소지에 대해서 EU는 GATT 제20조에 명시된 일반적인 예외에 따라 정당성을 주장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경우 EU는 CBAM이 인간, 동물 또는 식물의 생명이나 건강을 보호하거나, 고갈되는 천연 자원의 보존과 관련된 조치임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자의적이거나 정당화할 수 없는 차별의 수단을 구성하거나 국제무역에 대한 위장된 제한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적용되지 않음을 입증하여야 할 것입니다.
III. 향후 법안 처리 일정 및 우리 기업의 대응 방안
1. CBAM 잠정합의안의 처리 일정
CBAM 잠정합의안은 실무협의를 거쳐 EU 이사회 및 의회의 최종승인을 거쳐야 하며, 합의문은 오는 3월 의회에서 본 회의를 거쳐 2주 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승인 이후 EU 관보(Official Journal)에 게재되며, 게재 20일후 공식 발효됩니다.
2. 우리 기업의 대응 방향
현재 우리나라 제품의 탄소집약도 수준이나 이미 국내에서 시행 중인 강도 높은 배출권거래제 등을 고려할 때, EU의 CBAM 도입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산업계의 의견도 있으나, 특히 철강 등 잠정합의안에 따른 1차 적용대상 제품 관련 업계에서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 대비와 탄소 경쟁력 강화에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특히 최종적으로 확정된 법령에 따라, CBAM의 적용 범위와 수준이 확대되거나 강화될 경우 또는 배출량 측정방식이 변경되는 경우 우리 기업에 대한 영향도 달라질 수 있으므로 면밀한 동향 파악이 요구됩니다. 특히, 적용 범위와 수준이 확대되거나 강화될 경우에는 중소기업도 직접적인 규제범위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어 공급망에의 직간접적인 영향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CBAM은 향후 EU ETS가 적용되는 모든 산업 및 제품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고, EU 뿐만 아니라 주요국가들 또한 CBAM과 유사한 조치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현재 잠정합의안에 따른 CBAM 적용대상 품목 및 산업 외에서도 대응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으며, 최종 합의안 발표 이후 전환기간 동안 CBAM 관련 입법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통상TF를 운영하며 다양한 통상업무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였으며, 탁월한 전문성과 풍부한 실무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국제통상이슈를 최전선에서 대응하고 있으며, 통상, 투자, 중재, 무역구제, 관세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고객이 필요로 하는 현실적이고 실무적인 해결책을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 탄소배출원은 배출성격 및 범위에 따라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직접배출원(Scope 1), 전력 사용 등 간접배출원(Scope 2), 폐기물 처분 등 기업활동의 결과로 발생한 기타 간접배출원(Scope 3)로 구분됨
- https://ec.europa.eu/commission/presscorner/detail/en/IP_22_7719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