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트럼프 1기 행정부의 AI 정책 및 기존 미국의 AI 정책
2025년 1월 20일자로 취임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과거 1기 행정부 당시 AI 연구 개발을 촉진하고 기술 사용 장벽을 완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으며, 범정부 차원의 규제 프레임을 마련한 바이든 행정부의 AI 행정명령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피력해왔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AI 규제 방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바이든 행정부의 AI 행정명령과 트럼프 1기 행정부 AI 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1. 바이든 행정부의 AI 행정명령
바이든 전 대통령은 2023년 10월 30일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개발 및 사용에 관한 행정명령(Executive Order 14110)'에 서명하였으며, 바이든 행정부의 AI 행정명령 14110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2024년 7월 19일자 BKL 뉴스레터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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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개발 기업은 미국의 안보, 건강,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AI 모델에 대해 정부 검증 전문가 팀(AI 레드팀)의 안전성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정부에 제출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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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 NIST), 상무부, 에너지부 등은 AI 안전성 확보를 위한 표준 및 평가 방안을 마련을 권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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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부는 AI 기술로 만든 가짜 이미지 등의 콘텐츠 식별을 위해 워터마크 적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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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업은 AI 개발 및 훈련 과정에서 개인정보 불법 사용을 규제하는 지침을 만들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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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정부의 AI 사용과 조달을 위한 지침을 개발하여야 함
2. 트럼프 1기 행정부의 AI 정책
트럼프 1기 행정부의 AI 정책은 미국의 기술 리더십 유지와 국가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2월 행정명령(Executive Order 13859)을 발표함으로써 ‘미국 AI 이니셔티브(American AI Initiative)'를 수립하여 AI 혁신을 방해하는 불필요한 규제 장벽을 제거하고 AI·머신러닝과 같은 혁신 도구의 채택을 촉진하는 정책을 추구해, 시민의 자유, 프라이버시, 미국적 가치, 미국 경제와 국가 안보를 보호하면서 혁신을 가속화하고자 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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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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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R&D를 위한 컴퓨팅 인프라와 데이터 자원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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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표준을 위한 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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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규제 환경 조성 및 우수 인력 양성, 국제 협력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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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터치' 접근(light-touch approach) 방식을 채택해 혁신 촉진을 위해 AI 발전의 장벽을 제거하고 민간의 자율적 혁신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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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안보와 경제 경쟁력을 위한 AI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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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기관들의 AI 투자와 연구 개발 우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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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AI 연구소 설립을 통해 학계, 산업계, 정부를 연결하는 AI 연구개발의 허브 구축
II. 트럼프 2기 행정부의 AI 정책 방향
새롭게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도 1기 행정부 당시 선언한 미국의 AI 선두 국가 유지에 대한 일관된 입장은 물론, 시장지향적 접근(market-oriented approach) 방식의 규제 관점을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선거운동 기간 중 AI 정책을 핵심 의제로 부각시키면서 미국의 AI 기술 리더십 유지와 혁신 촉진에 중점을 둔 바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는 AI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규제를 완화하고 신흥 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대응하는 것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로서 예측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한 AI 정책 방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바이든 행정부의 AI 행정명령 14110 철회
가장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AI 행정명령 14110을 철회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의 AI 행정명령이 “불법 검열”이자 AI 혁신을 저해하는 과잉 규제라고 지적하며, 해당 행정명령의 폐지를 예고해왔습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의 AI 행정명령 14110에는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정책이 일부 포함되어 있고, 새롭게 등장한 거대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을 중심으로 한 AI 환경에 맞는 정책들도 있기 때문에 전면 무효화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신 규제 완화와 혁신 촉진이라는 트럼프의 정책 철학이 담긴 새로운 행정명령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행정명령에서 시작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유지됐던 AI 연구투자, 국가 AI 연구기관에 관한 사항은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현재 트럼프 정책에서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이버 보안 가이드라인이나 국가안보 관련 권고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유지될 것으로 보이며, 국가AI연구소나 AI안전연구소 등은 그 추진 주체나 리더십이 변경됨으로써 그 기관의 성격이나 역할·임무가 변경될 수는 있겠지만 해당 기관이나 AI 지원 툴의 필요성 역시 계속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2. 'AI 아메리카 퍼스트(Make America First in AI)’
트럼프 대통령은 'AI 아메리카 퍼스트(Make America First in AI)’를 선언하며, 특히 중국과의 경쟁에서 미국의 리더십 유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AI를 국가 안보와 경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기술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더욱 강하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기업별 및 국가별로 고성능 AI칩의 수출을 제한하는 바이든 정부의 무역 통제 조치는 미국 ‘AI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에 맞춰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향후 미국은 국제 협력 측면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면서, 국가 안보 관점에서 미국의 우월성 확보를 위해 글로벌 AI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놓인 다른 국가에 대하여 강력한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3. 전반적인 규제 완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규제 완화를 통해 자유 언론과 인간 번영에 뿌리를 둔 AI 개발을 지원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1기 행정부 당시 채택한 라이트 터치 접근 방식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 AI 혁신에 대한 규제 부담을 감소시키고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J.D. 밴스 부통령 및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FTC)를 이끌 새로운 수장으로 지명된 앤드류 퍼거슨 역시 지나친 AI 규제가 빅테크 독점을 강화하고 AI 스타트업의 해외 이탈을 촉발해 미국의 기술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며 과도한 규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한바 있습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AI를 이용한 미국 시민의 언론 검열 금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국가 안보 도구로서의 AI를 활용할 계획이라는 점을 밝혔습니다. 따라서 데이터센터 건설,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 핵 에너지 개발 보장이나 저비용 에너지 옵션 확대 등 AI 개발의 핵심 인프라 확충 등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예상됩니다.
4. AI 윤리와 안전
트럼프 행정부는 AI 윤리와 안전 부분에 관해서 특별한 입장을 표명한 바 없어 향후 정책 방향을 지켜봐야 하겠으나 AI 개발 지원과 시장 확대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기조 하에 바이든 행정부보다 유연한 입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좌파 및 진보 성향으로 학습된 AI를 지칭하는 “워크 AI(Woke AI)1”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III. 시사점
전세계적으로 인공지능 규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고, 국내에서도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 통과되어 하위 법령 및 관련 정책들이 마련되고 있는 현상황에 미국 AI 정책 변화와 트럼프 정부의 동향은 매우 중요합니다.
미국의 'AI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이 가시화되면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자국 기업들이 AI 연구 개발과 상용화에 있어 유리한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국내 기업들에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반면, 미국 정부가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경우, 국내 기업들은 미국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기술 이전, 공동 개발, 시장 접근성 확대 등의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의 대중국 AI 견제 정책이 강화되면서 동맹국 간 AI 공급망의 안정화가 중요해질 것입니다. 특히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은 이러한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국내 기업들에게 기술 개발 및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정책이 가시화되면, 국내 기업들에게 미국의 AI 규제나 기술 표준 준수를 요구하는 직접적 압박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술 개발 및 상용화 과정에서 추가적인 비용이나 제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AI 기술이 글로벌 수준에서 경쟁력을 갖춘 경우, 미국과 중국 간 AI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특정 기술이나 제품에 대해 중립적 혹은 협력적 입지를 통해 반사이익을 얻는 전략도 유효하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위와 같은 흐름에서 국내 기업과 정부는 AI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국 중심의 AI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 산업적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국내 AI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향후 동향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불확실성과 기회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기업 차원에서는 다양한 글로벌 AI 규제 내용을 아우르는 자체 AI 책임 전략 또는 AI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구축하여 이를 준수하고, AI 관련 윤리 및 안전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 워크(Woke)란 '깨어있음', '각성'으로 번역되는 신조어로, 보수 진영에서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 이슈에 과잉반응하는 이들을 비꼬는 의미로 사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