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국내외 리걸테크 동향
거대언어모델 기반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변호사 시험을 상위 10%로 넉넉하게 통과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아울러, 기존 법률 분야와 IT 및 AI 기술이 자연스럽게 결합한 “리걸테크”(Legal Tech) 분야도 새로운 서비스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도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대법원 ‘법고을’ 등 법률업무 지원 웹페이지나 소프트웨어가 있었으나, 플랫폼 기반으로 웹 환경이 진화하고 LLM을 이용한 생성형 AI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① 법률 리서치, ② 법률문서 작성, ③ 법률문서 번역, ④ 계약서 관리, ⑤ e-디스커버리, ⑥ 실사 효율화 등으로도 리걸테크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II. 리걸테크의 법적 쟁점 –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
소비자와 변호사 간 연결을 중개하거나 변호사 업무의 전부ㆍ일부를 대체하는 리걸테크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플랫폼들이 소비자 후생을 증대시키는 새로운 서비스로 인정될 수 있을지, 아니면 기존의 변호사업 관련 규제에 비추어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를 취급하거나 알선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논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다음과 같이 국내외에서 대표적인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1) 대한변호사협회 ‘로톡’ 고발 및 징계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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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걸테크 업체인 로앤컴퍼니는 ‘로톡’이라는 서비스를 통하여, 웹사이트 내지 앱을 통해 소비자들이 변호사를 검색하고 상담예약 하도록 연결하여 주는 ‘변호사 검색ㆍ상담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2020년 11월 누적된 형사판결 데이터베이스 및 AI 기술을 통해 형사판결의 형량을 예측하는 ‘형량예측 서비스’를 개시했습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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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법2을 근거로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대한변호사회 회규)를 개정하여 ① ‘변호사가 아닌 자가 변호사 소개 등 광고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변호사 광고규정’(이하 “대가수수 광고금지규정”)과 ② ‘변호사가 아님에도 판결 등의 결과 예측을 표방하는 서비스를 취급하는 행위를 하는 자에게 변호사가 광고를 의뢰하는 것을 금지하는 변호사 광고규정’(이하 “형량예측 광고금지규정”)을 각 신설하고, 로톡을 이용한 변호사들이 위 신설규정들을 위반하였음을 사유로 징계절차에 착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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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앤컴퍼니는 위 신설규정들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하였고,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① 대가수수 광고금지규정에 대해서는 헌법에 위반한다고 판단3하였으나, ② 형량예측 광고금지규정에 대해서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4하였습니다(헌법재판소 2022. 5. 26.자 2021헌마619 전원합의체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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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결정 이후에도 대한변호사협회는 로톡 이용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를 전부 유지한 반면, 법무부는 로톡 이용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를 대부분 취소하였습니다5. 다만 법무부는 징계대상 변호사들 중 ‘형량예측 서비스’를 광고한 변호사들의 경우 혐의가 인정되나 이용기간이 짧고 서비스가 중단된 사정을 고려하여 불문경고 결정을 하였습니다(법무부 2023. 9. 26.자 보도자료 “법률플랫폼 가입 변호사에 대한 징계 결정 취소” 참조).
2) 미국 리걸줌과 무면허 법무 여부 관련 법적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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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걸줌(Legal Zoom)은 2001년에 설립된 미국의 온라인 법률 서비스 제공업체로, 법인 설립, 상표 등록, 특허 출원, 유언장 작성, 신탁 설정, 법률 문서 작성, 변호사 연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변호사 자격이 없는 상태에서 여러 변호사를 콜센터 상담원처럼 고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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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노스캐롤라이나주 변호사 협회는 리걸줌이 무면허 법무(Unauthorized Practice of Law, UPL)를 하고 있다며 서비스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리걸줌은 업무방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으로 맞섰고, 2015년에 양측이 합의에 도달하면서 리걸줌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합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리걸줌(LegalZoom.com Inc, LZ)은 2021년 나스닥에 상장하여 2024년 11월 15일 현재 시가총액은 11억 3,600만 달러(약 1조 5,000억원)에 이릅니다. 그러나 최근 2024년 6월, 뉴저지주에서도 리걸줌이 '무면허 법무'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집단 소송이 제기되는 등 리걸줌의 ‘무면허 법무’ 관련 논란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3) 프랑스 ‘아이아보카’ 서비스 관련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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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는 2024년 ‘아이아보카’(I.Avocat6)라는 AI 법률서비스가 론칭되었습니다. 위 서비스는 챗봇 앱 기반으로 포괄적인 법률상담 및 서면작성 등 서비스 제공을 표방하였습니다. 특히, “50년간의 법원 판결문과 결정문을 학습한 AI”를 통해 "자격증은 없지만, 어떤 변호사와도 경쟁할 수 있는" 법률 조언을 연 69유로에 제공한다고 홍보하였습니다.
- 이에 대하여 파리지방변호사회는 ‘아이아보카’가 변호사가 아님에도 사실상 라이센스 없이 변호사 업무를 수행한다고 하여 앱스토어에서 내려줄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아이아보카’는 서비스를 유지하되 ‘아이리걸(I.Legal)’로 명칭을 변경하는 방법으로 대응하였습니다.
4) 법무법인 대륙아주 형사고발 및 징계 사건
III. 입법적 해결 노력과 전망
이러한 논란을 명확하게 정리하기 위하여 2024년 7월 ‘리걸테크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었습니다(권칠승 의원 대표발의). 위 법률안은 리걸테크 기업이 ‘허가’를 받을 것을 전제로 법률분야 종사자 및 일반인에게 특정 범위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법률을 적용한 결과의 예측 서비스는 허가제로 하고, 일반인 대상으로는 허가 없이 그러한 예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안 제10조, 제15조).
다만, 법률안에 대해서는 ①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는 선험적ㆍ논리적으로 도출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국가별 변호사업 규제, 법률시장의 상황, 법률 서비스 제공자격과 퀄리티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따라 결정할 수밖에 없는 점, ② 리걸테크가 일부 “변호사 업무”를 대신한다고 할 경우 변호사에게 당연히 요구되는 비밀유지, 이해상충, 저작권 보호 등의 개념을 AI에게 학습시키고 이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한 점, ③ 리걸테크가 잘못된 조언을 할 경우 이를 사전적ㆍ사후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포함한 이슈들이 제기될 소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리걸테크 허가의 범위, 리걸테크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의 범위 등에 대하여 실무상ㆍ해석상의 논의가 지속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IV. 시사점
IT 및 AI 기술은 모든 산업분야를 변혁하고 있고 법률산업과 리걸테크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변호사 자격ㆍ면허를 법제화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의 범위를 설정할 수밖에 없고, 이 지점에서 리걸테크는 기존의 변호사업 규제와 필연적으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사례에 비추어 보면, 국내에서는 형량예측 서비스(로톡 사례)는 리걸테크가 제공할 수 없고,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한 법률적용을 예측하는 서비스’(권칠승 의원안)는 허가받은 사업자만 제공할 수 있다고 볼 가능성이 높아 일반적ㆍ추상적인 리서치 위주의 리걸테크 서비스가 우선적으로 허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 다만, ‘형량예측 서비스’는 후술할 대한변호사협회와의 갈등 끝에 2021년 9월 종료됨.
- 대한민국 변호사법에 의하면, 변호사가 아닌 자는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를 통하여 보수 등을 분배받을 수 없고(변호사법 제34조 제5항), 특히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 등을 받고 법률사무를 취급하거나 이러한 행위를 알선할 경우 형사처벌됩니다(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 “광고업자에게 대가를 지급하고 광고를 의뢰하는 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이 사건 대가수수 광고금지규정은 앞서 본 입법목적인 변호사의 공공성, 공정한 수임질서 유지, 소비자 피해 방지 등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
- “처분이나 판결의 결과 역시 구체적인 개별 사건에 따라 여러 가지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하여 도출된 것으로서, 그러한 결과를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산출한다는 것 자체를 기대하기 어렵다. 위와 같은 결과 예측을 표방하는 광고를 금지하는 것 외에 위 규정과 동일한 정도로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도 변호사등의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입법대안을 상정하기 어렵다.”
- “로톡은 변호사와 소비자가 ‘연결될 수 있는 장’을 제공할 뿐, 특정 변호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이에 따라 징계 대상 변호사의 혐의도 없는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 프랑스어로 “avocat”은 변호사를 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