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 스위스)은 지난 2024년 3월 10일(현지시간) 무역경제동반자협정(Trade and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TEPA)의 협상을 타결하였습니다. 이는 인도가 유럽 국가와 맺은 최초의 포괄적 협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도의 이번 협상 타결은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인도 정부의 입장 변화를 엿볼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향후 비준되어 발효하면 협정 당사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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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경과와 향후 일정
인도와 유럽자유무역연합은 2008년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개시하였으나, 쟁점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2013년 협상을 중단하였습니다. 그러나 2023년 10월 양측은 협상을 재개하여, 협상 개시 후 약 16년만에 협상을 타결하였습니다.
위 협정이 발효하기 위해서는 당사국들의 비준이 완료되어야 하고, 올해 5월 말까지 진행되는 인도 총선 등 각국 국내 정치일정으로 인하여 언제 비준절차가 진행될 지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스위스는 내년까지 비준을 완료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습니다.
II. 협정의 주요 내용
1. 관세 철폐 및 경감
EFTA는 인도의 대부분 공산품, 해산물 등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고, 인도 역시 많은 EFTA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경감 또는 철폐합니다. 또한, 인도와 EFTA는 일부 농산물 품목이 가진 민감성과 이에 관한 일정한 정책적 재량을 고려하면서도 상당한 품목의 농산물에 대한 시장 접근 역시 개선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다만, 인도가 민감하게 여기는 유제품, 콩 등 일부 농산물에 대한 시장 접근은 제한적으로 인정하기로 하였습니다.
2. 무역원활화
인도와 EFTA는 국경간 원활한 무역을 촉진하기 위하여 통관 절차와 관련 규제를 간소화하고 투명성을 증진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3. 비관세장벽 경감
인도와 EFTA는 관련 WTO 협정에 근거하여 무역에 대한 기술적 장벽(TBT),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SPS) 등 비관세장벽을 경감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4. EFTA의 약 130조 원 상당의 인도 투자 시행
또한, EFTA는 향후 15년 간 인도에 1000억 달러(약 130조 원) 상당을 투자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III. 인도가 협상 중인 자유무역협정
인도는 이번에 타결한 EFTA 뿐만 아니라 영국, EU, 캐나다 등과도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도는 이러한 선진국들과의 협정에서 자국에 민감한 품목의 시장 개방을 최소화하면서 자국민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고 비자 규제를 완화하여 달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IV. 시사점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인도와 EFTA의 협상 타결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첫째, EFTA는 주로 의약품, 기계 및 장비, 시계, 비료, 의약품, 화학제품 등을 인도에 수출하고 있고, 인도는 주로 유기 화학물, 의류, 알루미늄 등을 EFTA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인도와 EFTA에 해당 상품을 수출하는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해당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 등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 습니다.
둘째, 다른 한편, EFTA가 인도에 수출하는 공산품 또는 인도가 EFTA에 수출하는 공산품의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 기업의 경우 인도와 EFTA 간 교역 활성화로 인한 수요 증가에 힘입어 수출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EFTA와 인도 양측 모두와 포괄적 경제협정을 체결하였으므로, 이러한 인도와 EFTA 간 시장 상황 변화를 적절히 이용할 수 있는 수단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셋째, 이번 협정 타결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인도는 EFTA에 자신의 시장을 개방하면서 EFTA가 향후 15년 간 인도에 1000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를 약속하도록 하였습니다. 인도는 앞으로 선진국과 무역협정을 협상함에 있어, 시장 개방에 대한 반대급부로 일정한 투자 유치를 약속 받는 것을 자신의 입장으로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도는 무역협정을 통해 협상 상대방의 시장에 접근하면서 동시에 투자를 유치하고자 하는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큽니다.
넷째, 인도는 2008년 시작한 협상을 2013년 중단하였으나, 2023년 10월 이를 재개하여 불과 몇 개월 만에 협상을 타결하였습니다. 또한, 인도는 현재 영국, EU 등과의 무역협정 협상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과거 인도는 자유무역에 상당히 소극적인 편이었지만, 최근 기존 태도를 변경하여 여러 국가와의 무역협정 협상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인도가 여러 국가와의 포괄적 무역협정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을 제한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향후 인도는 과거에 비하여 자유무역에 보다 친화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도는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위생 조치(SPS), 기술 장벽(TBT) 등 비관세장벽을 유지하고 있는데, 여러 무역협정 체결에 따라 이러한 기존의 태도가 변화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처럼 인도와 EFTA의 협정 타결은 우리 기업에게는 도전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즉, 인도나 EFTA에서의 시장경쟁력이 감소할 가능성은 있으나, 다른 한편 인도와 EFTA의 수요 증가로 중간재 등의 수출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는 것입니다. 특히, 앞으로 인도가 영국이나 EU와의 포괄적 협정 체결에 성공한다면, 우리 기업이 인도 시장에서의 경쟁력 유지에 있어 도전적인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인도가 최근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무역에 친화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높은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올해 5월 말 인도의 총선 결과에 따른 국내의 정치지형에 따라 그 태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이번에 타결된 인도-EFTA 협정이 비준되지 않거나 영국이나 EU와의 협정 타결에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동향을 예의 주시한다면, 산업 분야에 따라 포괄적 협정 체결에 따른 상황 변화를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