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의 『통상 Legal Update』는 국제통상질서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패권경쟁, EU 신통상규범, 공급망 재편,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등 다양한 통상이슈의 전개 동향을 발 빠르게 파악하고 미국, EU, 중국 등 주요국의 통상관련 법률과 정책을 면밀히 분석하여 이에 관한 최신 정보를 정부, 기업, 관계기관에 제공합니다.
I. 배경
EU 법원(General Court)은 2023. 3. 1. Jushi Egypt for Fiberglass Industry v. Commission 사건에서 제3국(중국)으로부터 수혜 받은 보조금이 이집트로 귀속 가능하며,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1]
중국-이집트 수에즈 경제무역협력구역(China-Egypt Suez Economic and Trade Cooperation Zone, 이하 “SETC-Zone”)[2] 내 중국산업공단에 위치한 유리섬유 제조업체 Jushi Egypt는 지난 2020. 6. 이집트산 유리섬유 수출에 대해 EU 집행위원회(이하 “EU 집행위”)로부터 상계관세를 부과받았습니다.[3] EU 집행위는 Jushi Egypt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건설된 업체로, 제3국(중국)의 정부 보조금을 수혜 받았으며, 중국기업이 상계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집트 공장을 이용하였다고 보았습니다. 금번 사건은 해당 상계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취소를 구하는 소송으로 제기되었습니다.
앞서 EU 집행위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해당 보조금은 중국 공공기관이 제공한 보조금이지만, 이집트 정부가 SETC-Zone에서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하고 있다는 점에 기초하여 보조금이 이집트 정부에 귀속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금번 판정은 EU 법원이 EU 집행위의 판단을 재확인해 주는 것으로, EU 반보조금규정과 WTO 보조금 및 상계조치에 관한 협정(Agreement on Subsidies and Countervailing Measures, 이하 “SCM협정”)의 상호작용, 국제협력과 경제적 특수성의 중요성 등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중요한 선례를 제공하는 사례로 평가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본 뉴스레터에서는 위 판정문의 내용을 간략히 살펴본 후, 판정의 시사점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II. 판정의 주요 내용
1. 원고측 주장
원고는 중국 공공기관이 교부한 재정적 기여가 EU 반보조금규정의 의미 내에서 “보조금(subsidies)”[4] 이라는 EU 집행위의 해석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 세 가지 주요 주장을 제기하였습니다.
- 첫째, 다른 조항과 유기적 및 문리적 해석을 고려할 때 “원산지 또는 수출국 정부에 의해 부여된 재정적 기여”를 “보조금”으로 정의하는 EU 반보조금규정[5] 제3(1)(a)조[6]에 따라 재정적 기여는 원산지 또는 수출국의 영토 내에서 이루어져야 함.
- 둘째, EU 반보조금규정 제3(1)(a)조는 보조금의 정의를 SCM협정의 관련 조항과 명백히 다르게 규정하고 있는 바, 집행위가 위 규정을 WTO 관련 규정에 비추어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음.
- 셋째, 상대 국가로부터 수혜 받은 초국경보조금에 대해 SCM협정이 적용된다는 집행위의 해석은 잘못되었음.
2. EU 법원의 판단
EU 법원은 EU 집행위의 이집트 유리섬유에 대한 상계관세 조치가 EU 반보조금규정에 따라 정당하게 부과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구체적으로, EU 법원은 동 규정의 “보조금” 정의 조항은 원산지 또는 수출국의 정부로부터 직접적으로 오지 않은 재정적 기여라 하더라도 보조금과 연관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법원은 동 규정의 제2(b) 조[7] 에서 “정부”의 개념을 원산지 또는 수출국의 정부나 공공기관을 포함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그 외에 제3국 정부의 재정적 기여가 당해 제품의 원산지 또는 수출국의 정부나 공공기관에 귀속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법원은 동 규정의 목적과 의도가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즉, 초국경보조금이 EU 반보조금규정에서 다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은 규정의 효과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SETC-Zone의 경제적·법적 중요성을 강조하고, 중국과 이집트 정부 간 긴밀한 협력이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업에게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내재된 모든 수혜를 직접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법원은 “중국 정부와 이집트 정부 간 긴밀히 협력하여 고안된 SETC-Zone과 같은 경제적이고 법적인 개념이 EU 반보조금규정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받아들여질 수 없으며, 만약 이렇게 해석한다면 규정의 효과나 목적 및 목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두 번째 주장에 관하여, 법원은 EU 반보조금규정의 해석에 있어 SCM협정을 고려할 수 없다는 원고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법원은 EU 반보조금규정과 SCM협정의 구체적인 문구에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EU 반보조금규정 제3조와 SCM협정 제1조가 동일하며, 가능한 범위에서 SCM협정의 취지에 따라 EU 반보조금규정을 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시하였습니다. 나아가, SCM협정의 제1.1(a)(1)조에 따르면 정부나 공공기관에 의한 재정적 기여가 WTO 회원국의 영토 내에 이루어진다면 충분하고, 재정적 기여가 원산지 또는 수출국의 정부에 연관되어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III. 시사점
위와 같은 EU 법원의 판결은 향후 반보조금 조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EU 집행위는 이러한 판단을 토대로 제3국 정부가 수출국 내 기업에 제공한 재정적 기여가 수출국 정부에게 귀속된다고 간주될 수 있는 경우, 당해 상품에 대해 상계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사료됩니다. 특히, EU 집행위는 중국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관련된 보조금이 부여되는 경우 이와 같은 접근 방식을 적극적으로 채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외국에서 현지 법인을 운영하면서 중국의 보조금 등을 수혜받는 우리 기업들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더 나아가 동 판결은 초국경보조금을 상계하는 조치를 인정함으로써 역외보조금 규정의 적용 범위를 확장시키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EU 법원은 동 판결에서 역외보조금 규정과 WTO의 SCM협정을 연결시켜 해석하여, EU가 초국경보조금 문제를 다룰 때 국제적인 표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EU 역외보조금 규정의 동향과 연계하여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관련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미 상무부 또한 타국 정부에서 해외 기업에 지급하는 보조금에 대한 상계관세 조사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무역 구제책 시행 규칙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어,[8] 생산국이 아닌 제3국에서 지급된 보조금을 규제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EU 외의 다른 나라에도 확대되고 있는 경향으로 보입니다. 미 상무부는 해당 규정에 대해 2023. 7. 10. 까지 의견을 수렴하였고, 이에 55개의 의견이 제출되었는데, 그 중 우리나라 정부는 물론 중국 정부, 베트남 정부, 캐나다 지방정부 등이 초국경보조금에 대한 규제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우리 기업은 이와 같은 동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사전 대응을 통하여 예상치 못한 비즈니스 리스크를 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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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통상TF를 운영하며 다양한 업무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였으며, 탁월한 전문성과 풍부한 실무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국제통상이슈를 최전선에서 대응하고 있으며, 통상, 투자, 중재, 무역구제, 관세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고객이 필요로 하는 현실적이고 실무적인 해결책을 제공해 드리고자 노력하겠습니다.
본 Legal Update 작성에는 본 법무법인의 통상전문 연구원인 이정민 연구원과 김제영 연구원이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 판결문은 https://curia.europa.eu/juris/document/document.jsf?text=&docid=270782&pageIndex=0&doclang=en&mode=lst&dir=&occ=first&part=1&cid=6150208 참고 바랍니다.
- 해당 지구는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개발 계획과 중국의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전략이 맞물려 양국 공동 지원으로 설립한 곳으로, 이집트는 수에즈 특별경제구역 내 특정 구역을 중국 정부와의 협력 하에 중국 전용 공단으로 개발해 분양 및 임대 중입니다.
- EU 집행위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Jushi Egypt는 수에즈경제특구의 조세 및 통관시스템을 적용 받으며 △생산기계 수입에 대한 관세 및 부가세 면제, △원자재 수입에 대한 관세 및 부가세 면제, △제3국(중국)으로부터 특혜성 정책자금 등의 혜택을 통해 EU 산업에 피해를 발생시켰습니다. 이에 EU 집행위는 Jushi China가 EU의 관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EU와 FTA를 체결한 이집트에 공장을 설립하여 일종의 우회 수출을 하는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 여기서 보조금은 “원산지 또는 수출국의 정부가 재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으로 정의됩니다. Regulation (EU) 2016/1037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f 8 June 2016 on protection against subsidised imports from countries not members of the European Union.
(https://eur-lex.europa.eu/legal-content/EN/TXT/?uri=celex%3A32016R1037 참고)
- Regulation (EU) 2016/1037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f 8 June 2016 on protection against subsidised imports from countries not members of the European Union.
(https://eur-lex.europa.eu/legal-content/EN/TXT/?uri=celex%3A32016R1037 참고)
- Article 3 (Definition of a subsidy) A subsidy shall be deemed to exist if:
1. (a) there is a financial contribution by a government in the country of origin or export, that is to say, where:
- Article 2 (Definitions) For the purposes of this Regulation:
(b) ‘government’ means a government or any public body within the territory of the country of origin or export;
- 미국 상무부는 2023. 5. 9. 연방관보 고시를 통해 무역 구제책 시행 규칙에 대한 개정안을 발표하고 타국 정부가 해외 기업에 제공하는 보조금을 조사할 수 없도록 하는 초국경보조금 규정(Transnational Subsidies Regulation)을 삭제하되, 향후 고려를 위해 해당 조항을 유보할 것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