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비의도적 불순물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가 검출된 발사르탄 의약품(“이 사건 의약품”)을 제조판매한 34개 제약회사를 상대로, 해당 발사르탄 의약품을 대체 의약품으로 교체하기 위해 소요된 재처방ㆍ재조제 비용을 구상청구한 사건에서, 법무법인(유한) 태평양(“BKL”)은 제약회사들을 대리하여 재처방ㆍ재조제 비용은 제약회사들의 부담이 아니라는 판결을 이끌어 냈습니다.
I. 판결의 요지
이 사건 1심은 이 사건 재처방ㆍ재조제 비용에 대하여 무과실책임인 ‘제조물 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을 적용하였으나, 2심인 서울고등법원은 ① 이 사건 재처방ㆍ재조제 비용은 제조물책임법의 적용 대상인 ‘손해’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② 과실책임인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적용하면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제약회사의 과실 유무 및 그에 따른 책임 여부를 판단하였습니다.
II. 제조물 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 – 인정하지 않음
서울고등법원은 아래와 같은 논거에서 이 사건 의약품에 제조물책임법상 ‘결함’이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이 사건 의약품을 대체 의약품으로 교환하기 위한 재처방ㆍ재조제 비용은 제조물책임법의 적용 대상인 ‘손해’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1. 이 사건 의약품에 제조물책임법상 ‘결함’이 인정됨
NDMA가 잠정관리기준인 0.3ppm을 초과하여 검출된 점, 그로 인한 추가 발암 가능성은 ICH 가이드라인상 기준(100,000명 중 1명)보다 높은 것으로 추산되는 점, 제약회사로서는 NDMA가 기준 이하로 관리되는 다른 원료의약품 공급처를 선택할 수 있었던 점, 환자로서는 이 사건 의약품에 NDMA가 포함된 사실을 알았더라면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할 수 있었던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의약품에 결함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그러나, 제조물 책임법의 적용대상인 ‘손해’에 해당하지 않음
환자가 이 사건 의약품(전문의약품이자 급여대상의약품에 해당)을 대체 의약품으로 교환하려면 필연적으로 요양기관을 방문하여 재처방ㆍ재조제를 받아야 하므로, 재처방ㆍ재조제에 따르는 진찰료ㆍ조제료 비용 상당액은 ‘이 사건 의약품을 대체 의약품으로 교환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비용이자 대체 의약품 구입비와 분리할 수 없는 비용’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상기와 같이 판단한 근거로, 제조물에 상품적합성이 결여되어 제조물 그 자체에 발생한 손해는 제조물 책임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판례(대법원 1999. 2. 5. 선고 97다26593 판결, 대법원 2000. 7. 28. 선고 98다35525 판결 등 참조), ‘제조물에 대하여만 발생한 재산상 손해’에는 제조물 자체에 발생한 재산상 손해뿐만 아니라 제조물의 결함 때문에 발생한 영업 손실로 인한 손해도 포함된다는 판례(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다4824 판결 등 참조)를 인용하였습니다.
III.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 – 일부 인정
2심 법원은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과 관련하여, 당시 제약회사가 이 사건 의약품에 포함된 미량의 불순물 중에 NDMA가 포함되어 있는지 스스로 그 존재를 알아내고 기준 및 시험방법을 설정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과실 없음). 그러나, 식약처가 NDMA에 대한 검출시험 방법을 공고한 이후에는 제약회사 스스로도 이 사건 의약품에 대한 NDMA 검출시험을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제약회사의 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과실 있음).
1. 이 사건 발생 전 허가심사기준: 500ppm/1,000ppm으로 관리
당시 의약품 품목허가ㆍ신고ㆍ심사 규정(식약처 고시) 중 ‘의약품의 안전성ㆍ유효성과 기준 및 심사방법을 위한 심사자료’에 따르면, 유연물질(불순물)에 대해 자료제출이 필요한 기준을 원료의약품은 500ppm(=0.05%*) 초과로, 완제의약품은 1,000ppm(=0.1%*) 초과로 정하고 있었습니다.
*발사르탄(1일 최대 투여량 320mg), 원료의약품(1일 최대 투여량 2g 이하), 완제의약품(1일 최대 투여량 1g 이하) 각 적용; 원문에서는 % 단위로 표기됨
이 사건 발생 전 식약처 허가기준에 따를 때, 제약회사는 미지의 유연물질이 500ppm(원료의약품) 또는 1,000ppm(완제의약품)를 초과하여 검출된 경우에만 자료제출 의무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의약품의 경우, 가장 높은 NDMA 수치가 112.1ppm에 불과하여 아무런 자료제출 의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이 사건 발생 후 NDMA 관리기준: 0.3ppm으로 관리
식약처는 EMA등 국외 규제기관을 통해 발사르탄 의약품에서 NDMA 불순물이 생성될 수 있음을 인지한 뒤, 유연물질 중 발사르탄을 단일 타겟으로 하여 NDMA 검출 정량한계(2018. 7. 24. 공고)를 0.1 ppm(=0.00001%) 이하로, NDMA 잠정관리기준(2018. 8. 6. 공고)을 0.3 ppm(=0.00003%) 이하로 사후적으로 설정하였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국내외 규제기관에서 NDMA의 존재와 기준 및 시험방법을 설정하기 전에, 개별 제약업체가 스스로 미량의 불순물의 정체(즉, NDMA)를 규명하고, 관리기준(즉, 0.3ppm 이하로 관리) 및 시험방법(즉, 정량한계 0.1ppm 이하로 검출)을 설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NDMA 검출시험법 공고 후 제약회사 과실 인정
서울고등법원은 식약처에서 2018. 7. 24.경 발사르탄 의약품 중 NDMA 검출 시험방법을 공고한 이후, 시험에 소요되는 기간인 5일(식약처의 시험분석능력 기준)이 경과한 2018. 7. 30. 이후에는 제약회사 스스로도 이 사건 의약품에 NDMA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2018. 7. 30. 이후에 이 사건 의약품을 처방ㆍ조제받은 환자들에 대한 재처방ㆍ재조제 비용에 대해서는 제약회사의 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IV. 소결
2018년 발사르탄 의약품에서 NDMA 불순물이 검출된 이후, 사르탄계 의약품을 포함한 다수 의약품에서 니트로사민류 불순물이 신규로 발견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본 판결은, 비의도 불순물이 발견된 의약품의 재처방ㆍ재조제 과정에서 발생한 진료비ㆍ조제료 부담주체를 정하는 데 있어 최초로 내려진 고등법원 판결로서, 다음의 시사점이 있습니다.
1) 의약품이 불순물로 인해 잠재적으로 위해하다고 의심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해당 의약품을 대체 의약품으로 재처방ㆍ재조제하는 비용은 제조물책임법에 따른 무과실책임이 아니라 불법행위 법리에 기한 과실책임으로 배상해야 함
2) 제약회사의 품질관리의무와 관련하여, 당시 불순물 관련 허가기준을 준수하였고, 규제기관에서도 불순물 관리기준 및 시험방법을 설정하지 못한 경우라면, 제약회사에서 스스로 규제기관보다 앞서서 불순물의 정체를 규명하고 관리할 주의의무는 없음
BKL은 이 사건 의약품에 대한 재처방ㆍ재조제 비용이 제조물책임법상 제조물책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리적 주장과 동시에, 국내외 문헌과 구체적 데이터를 통해 NDMA 잠정관리기준이 사후적으로, 매우 보수적으로 설정되었음을 입증 및 제약학과 전문가의 증언을 통하여 NDMA 검출시험의 자체개발이 불가능에 가깝고 이에 대한 책임을 제약업계에 모두 지우는 것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점을 강조하여 재판부의 판단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BKL은 다년 간 쌓은 헬스케어 분야에서의 다양한 자문 및 송무 경험을 바탕으로, 의약품 허가, 보험급여 체계, 제조물책임법 법리 등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전문가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문의사항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