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의 『Trade Legal Update』는 국제통상질서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패권경쟁, EU 신통상규범, 공급망 재편,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등 다양한 통상이슈의 전개 동향을 발 빠르게 파악하고 미국, EU, 중국 등 주요국의 통상관련 법률과 정책을 면밀히 분석하여 이에 관한 최신 정보를 정부, 기업, 관계기관에 제공합니다.
이하에서는 EU에서 최근 발의된 법안인 역외보조금 규제법안과 통상위협대응조치(Anti-Coercion Instrument) 법안에 관하여 그 상세 내용을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제언 드리고자 합니다.
I. EU 역외보조금(Foreign Subsidy) 규제 법안
1. 주요 내용
1) 발의 배경
2020.6.17. EU집행위는 역외보조금이 EU역내시장을 왜곡하는 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규제 내용을 담은 백서(white paper)[1] 을 발표한 뒤, 이후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단계를 거쳐 2021.5.5. “역내시장 왜곡 역외보조금에 관한 유럽의회 및 이사회의 규정안”(regulation proposal)을[2] 발표하였습니다. 동 규정안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EU 내 유입되는 국영보조금의 유형이 증가하면서 EU역내시장에 경쟁왜곡 효과가 발생하는 것을 우려하여, 그러한 역외보조금에 대한 규율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의되었습니다.
2) 역외보조금 및 시장왜곡의 정의
위 법안에서 역외보조금이란, (1) 제3국의 정부, 공공기관 또는 제3국의 행위로 귀속될 수 있는 행위를 한 민간 단체의 재정적 기여, (2) 그러한 재정적 기여가 EU역내시장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기업(EU 내 설립법인이 아니어도 무관)에 대한 혜택이 되는 경우, 또한 (3) 그러한 혜택이 법률상 또는 사실상 개별 기업이나 산업 또는 일정 기업이나 산업에 제한적으로 부여되는 경우를 말하며, 이러한 역외보조금이 EU 내에서 경쟁을 왜곡할 때 시장왜곡으로 판단하여 규제대상으로 간주합니다. 단, 3년간 4백만 유로 미만의 보조금은 시장왜곡을 초래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3) 역외보조금에 대한 규제 유형 및 제재 부과
특히 위 법안을 통하여 EU는 역외보조금과 관련하여 특히 (1) M&A, (2) 공공조달, (3) 기타 시장왜곡이 있는 경우 등 3가지 규제 유형을 제시하고 있고, 각각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의 표와 같습니다.
2. 향후 예상 법안 처리 일정 및 우리 기업의 대응방안
1) 향후 법안 처리 일정
최근 2022.4.25. EU의회 내 국제통상위원회(INTA)는 역외보조금 규정안에 대한 수정안을 채택하였습니다. 수정안에서는 경쟁왜곡 보조금 하한선을 기존 500만 유로에서 400만 유로로 축소하거나, 역외보조금을 제공하는 제3국이 정부의 부당한 시장개입 또는 불공정 경쟁을 통제할 수 있는 보조금 심사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해주는 등 규정안에 대한 조항 수정 및 추가가 이루어졌으며, 기업들이 역외보조금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 지침 발행의 근거를 마련하는 등, 규제 도입에 앞서 제도를 정교화하는 단계를 거치고 있습니다.
위 수정안이 역외보조금에 대한 EU의 최종 입장은 아닙니다. 그러나 EU의회에서 지난 5월 초에 진행된 수정안 투표에 따르면, 찬성 627표, 반대 8표, 기권 11표로, EU의회는 EU집행위가 역외보조금에 대한 시장왜곡 효과를 조사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는데 적극적으로 동의하였습니다. 또한 채택된 수정안을 바탕으로 2022.5.5.부터 최종 규제 형태에 대해 EU이사회와 협상이 진행되었습니다. 현재로서 향후 구체적인 일정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현지 보도에 따르면 EU 내부에서는 여름 전에 이사회 채택의 합의점을 찾고자 한다는 것이므로, 협상의 진행 방향을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2) 우리 기업의 대응방안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EU의 역외보조금 규제 법안은 당초 중국의 보조금을 겨냥하여 발의된 것이기는 하나, EU역내시장에 왜곡을 발생시키는 모든 보조금이 규율 대상인 만큼, 적용 대상이 중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며, 우리나라 기업을 포함한 전 세계 기업들에 동일하게 적용될 예정입니다.
따라서 EU에 진출하였거나 진출하고자 하는 우리 기업들, 특히 EU 내 M&A를 계획하거나 공공조달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은 향후 역외보조금 규제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즉 우리 정부기관 및 국책은행으로부터의 보조금(또는 그와 유사한 형태의 기여) 수혜 여부를 사전에 확인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향후 EU집행위가 발간할 역외보조금 평가 지침의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신고 대상인지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는 등의 선제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II. EU 통상위협대응조치(Anti-Coercion Instrument, “ACI”)
1. 주요 내용
1) 발의 배경
2021.12.8. EU 집행위원회는 제3국이 EU 또는 EU 회원국에 경제적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 보복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 ACI 규정 초안을 발표하였습니다.[3] EU집행위에 의하면, 동 제도는 프랑스 디지털세 관련 미국의 관세부과 조치, 인도네시아의 팜오일 규제 관련 유럽산 제품 수입금지조치와 같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대(對)EU 경제적 압력(economic coercion) 문제에 대한 EU 차원 대응의 일환으로서 EU 및 EU 회원국의 이익과 주권적 선택(sovereign choices) 보호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4]
2) Coercion의 정의
ACI 규정안에 따르면, '경제적 압력(economic coercion)'이란 (1) 제3국이 EU의 무역이나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조치를 적용하거나 적용하겠다고 위협함으로써 (2) EU 및 회원국의 정책 결정에 개입하는 행위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EU는 이러한 경제적 압력이 EU와 회원국들의 합법적인 정책 결정을 부당하게 방해하며 EU의 전략적 자율성을 약화시킨다고 보고, 불공정한 수단을 사용해 회원국의 정책 변화를 유도하려는 역외국 정부를 억제하기 위해 무역, 투자 또는 기타 제한조치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규정을 마련하였습니다.
제3국의 행위가 경제적 압력의 조건을 충족시키는지 여부는 사례별로 판단되며, (1) EU의 정책 또는 사업의 수행에 있어 차별적인 수입 관세 부과 조치, (2) 그 외 차별적인 국경조치 또는 안전기준, 보이콧 등의 비관세조치 등도 ‘압력’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3) 대응 가능한 조치의 요건 및 제재 분야
경제적 압력에 대한 EU의 보복조치, 즉 “Anti-Coercion” 조치는 상품, 서비스, 투자뿐 아니라 지식재산권 및 외국인직접투자 분야까지 포괄할 수 있으며, 특히, EU가 최근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고 있는 기후변화, 조세(taxation) 또는 식품안전(food safety) 분야에 위협을 가할 경우 대응조치를 부과할 것을 명시하고 있어, EU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압력에 순응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시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ACI는 특정 국가를 겨냥하고 있는 것이 아닌 EU를 대상으로 경제적 압력 조치를 취하는 모든 제3국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였고, 조치의 잠재적 범위가 광범위하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규정 도입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재 대상이 교역대상국을 포함하여 특정 기업 또는 자연인도 제재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4) ACI 조치 조사 및 제재 부과 절차
EU 집행위가 조사를 통해 위협이 존재한다고 판단되면, 먼저 상대국과의 직접 협상, 조정, 국제중재 등의 형태로 원만한 합의를 모색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협이 지속되는 경우 EU집행위는 해당 국가에 대한 적절한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역외국으로부터 위협을 받았다고 해서 바로 제재를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조사, △협상, △경고, △실행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 해결이 불가능한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제재를 부과하며, 대응조치는 경제적 압력에 상응하는 수준에서 정확한 대상과 기간을 설정하여 부과되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2. 향후 예상 법안 처리 일정 및 우리 기업의 대응방안
1) 향후 법안 처리 일정
2022.4. 유럽의회 국제통상위원장 베른트 랑게는 EU의회 입장을 담은 ACI 검토보고서 초안을 제출하였고, 이에 따라 조만간 위원회 표결 및 본회의 표결을 거쳐 ACI 법안이 최종 채택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스웨덴, 체코 등 일부 회원국의 회의론에 비추어 볼 때, ACI 규정안이 현재의 형태 그대로 채택될지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다수의 회원국이 법안을 제3국에 대한 효과적인 방어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만장일치가 아닌 가중다수결 방식에 따라 일부 회원국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 우리 기업의 대응방안
현재 제안된 규정안은 경제적 압력 조건을 사례별로 판단하여 최후의 수단으로만 제재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EU를 대상으로 ‘EU가 판단하는’ 경제적 압력 조치를 취한 모든 역외국에 동 법안이 적용될 수 있는 만큼 제재대상이 상당히 광범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EU는 반덤핑, 상계관세 등 역외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해 다양한 대응조치를 마련해왔으나 경제적 압력 관련 대응은 이번이 최초인바, 앞으로도 역외국 압력을 막기 위한 EU의 노력은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동 법안 시행 이후 EU가 경제적 압력에 대한 대응조치를 실제 어떻게 집행하는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등 정부 내 통상 관련 부처 출신의 고문, 위원, 변호사와 통상 전문 연구원으로 구성된 통상TF를 운영하며 통상 현안에 관한 다양한 업무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탁월한 전문성과 풍부한 실무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통상TF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국제통상이슈를 최전선에서 대응하고 있으며, 통상, 투자, 중재, 무역구제, 관세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하여 고객이 필요로 하는 현실적이고 실무적인 해결책을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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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Legal Update 작성에는 본 법무법인의 통상전문 연구원인 강혜인 연구원과 이정민 연구원이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 백서 원문 : White Paper on levelling the playing field as regards foreign subsidies
- 규제 법안 원문 : Proposal for a Regulation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n foreign subsidies distorting the internal market
- 초안 원문 : Regulation on the protection of the Union and its Member States from economic coercion by third countries
- European Commission, “Commission Staff Working Document Impact Assessment Report” (2021), pp. 12-14. (https://trade.ec.europa.eu/doclib/docs/2021/december/tradoc_159963.pdf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