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요 내용
국방 분야에서 연구개발사업(R&D)의 기본이 되는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이 2020. 3. 31. 제정되어 2021. 4. 1.부로 시행되었습니다. 이는 기존 「방위사업법」의 국방연구개발사업 관련 부분을 보다 세부적으로 규정함과 동시에 국가연구개발에 관한 일반법인 「국가연구개발혁신법」(구 국가연구개발관리규정)에 대한 특별법으로서 국방연구개발사업의 체계적이고 원활한 사업을 가능하도록 하는 취지로 볼 수 있습니다.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① 기존 국방연구개발사업에서의 ‘계약’의 경직성을 보완하기 위하여 ‘협약’ 방식을 도입(제8조)
② 연구개발 결과가 극히 불량하여 국방부장관 및 방위사업청장이 실시하는 평가에 따라 중단되거나 실패한 연구개발과제로 결정된 경우라도, 연구개발을 성실하게 수행한 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국방연구개발사업 참여제한 기간과 사업비 환수액 감면 가능(성실수행 인정제도)(제8조, 제9조)
③ 국가가 단독 소유하던 국방분야 지식재산권을 연구개발에 참여한 업체와 공동 소유할 수 있도록 하여, 우수 민간 역량의 국방 R&D 사업 참여 유인 제고(제10조)
국방연구개발사업의 경우 기존에는 ‘계약’ 방식으로 체결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금번 제정으로 ‘협약’ 방식이 본격적으로 도입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고, 국방연구개발의 고난이도, 고위험성을 고려하여 설령 개발에 실패하더라도 일률적으로 제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 수행 성실도에 따라 책임을 감면할 수 있는 소위 ‘성실수행 인정제도’가 도입되었다는 점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시사점
그간 국방(특히 방위산업) 관련 연구개발사업의 경우 방위사업청 등 정부기관에서는 일반적으로 연구개발수행 업체와 ‘계약’의 방식으로 국방 관련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하여 왔습니다. 이러한 ‘계약’ 방식의 경우 국가와 계약수행업체는 대등한 당사자로서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법률 관계를 처리하여 왔고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이 적용되어 그에 따른 지체상금이나 부정당제재 등의 규정이 일률적으로 적용되어 왔습니다. 이는 이번에 제정된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 제8조 제5항도 명시적으로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 제정에 따라 ‘협약’의 방식을 채택하게 되는 경우에는 ‘계약’ 방식과는 달리 사업 수행 비용은 정부출연금으로서(제8조 제3항) 엄밀히는 정부가 대가성 없이 일방적으로 연구개발자금을 지원하는 성격을 가지는바, ‘계약’ 방식에서의 쌍무계약에 따른 대가 지급과는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따라 ‘협약’ 방식의 경우 사적 자치의 원칙이 적용되는 대등한 당사자 사이의 약정이 아니어서 ‘계약’이 아닌 ‘협약’이라는 명칭을 쓰게 되고, 그 법적 성질 역시 사법상 계약이 아닌 공법상 법률관계로서, 사법상 계약을 전제로 하는 국가계약법령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용되지 않게 되어 분쟁 발생 시 관할 법원도 공법상 당사자 소송을 관할하는 행정법원으로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대법원 2017. 11. 19.선고 2015다215526판결, 대법원 2020. 10. 15.선고 2019두62376판결 및 그 하급심 판결 내용 참조) .
특히 위 대법원 판결들에서는 정부출연금을 재원으로 하는 연구개발협약 수행 과정에서 물가상승이나 환율변동 등으로 인하여 초과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 협약 금액 증액을 위해서는 정부의 승인을 요하도록 한 협약 조항은 실질적으로 정부 출연금 증액 요구에 대한 승인으로서 국가계약법 제19조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향후 국방연구개발혁신촉진법에 따른 ‘협약’의 방식으로 국방연구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관련 법리나 실무 관행이 등이 점차 체계적으로 구축될 것으로 보이나, 기본적으로 이 법에 따라 ‘협약’으로 진행되는 국방연구개발사업의 재원은 정부 출연금이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가계약법령이 적용되지 않게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고, 법률 관계 역시 공법상 법률관계라는 점을 충분히 감안한 후 ‘협약’ 방식을 선택하고 협약조건 협상 시에도 면밀한 검토를 거치는 등(필요 시 특약 추가) 협약 문구 작성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