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가상자산 「백서」가 가지는 법적 의미와 그 진실성 등에 관한 중요성 증대
2024. 7. 19. 가상자산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가상자산시장의 투명하고 건전한 거래질서를 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되었습니다. 해당 법률은 가상자산과 관련한 1단계 입법으로, 주로 가상자산에 관한 기본적 정의, 이용자 자산의 보호와 관련한 사업자의 보관 등 의무, 불공정거래에 대한 규제, 감독 및 처분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가상자산의 발행, 유통, 공시 등에 관한 규제는 2단계 입법에 포함될 예정이고, 백서에 관한 구체적 내용 역시 2단계 입법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뒤에서 자세하게 말씀드리는 바와 같이, 이미 금융감독원 및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한 「가상자산 회계처리 감독지침」 및 「가상자산 주석공시 모범사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에서 자율규제안으로서 발표한 「가상자산 거래지원 모범사례」 등에서 백서와 관련한 일부 내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아직 본격적인 입법으로 규율되고 있는 것은 아니나, 점차 백서의 구체성, 진실성 등과 그와 관련한 이용자 보호의 문제가 표면화되고 있는 상황이고, 실제로 백서를 둘러싼 민, 형사 분쟁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에 아래에서는 백서와 관련하여 최신 판례에 나타난 법적 쟁점과 결론, 의의, 백서에 관한 외국(유럽) 및 국내의 규제 동향 및 그 시사점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II. 백서에 관한 최신 판례의 동향
1. 백서에 관한 최신 민사 판결의 소개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3. 25. 선고 2019가합578367 판결[1] 에서의 판단
-
원고 주장: 피고 주식회사는 해외거래소를 설립하거나 코인을 실제 일상생활에서 사용되게 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백서,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하여 마치 코인이 사용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할 것처럼 거짓된 내용을 홍보하여 원고들로부터 코인 매매대금을 편취하였다(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
법원 판단: 백서에 '본 백서는 계약서 또는 약정이 아니며 판매자의 재량에 따라 언제든지 변경되거나 업데이트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백서에 포함된 내용 중 어떠한 것도 투자활동에 참여하기 위한 초대나 유인으로 간주되어서는 안되며 구매자 스스로 투자에 관한 모든 리스크를 신중하게 판단하고 평가해야 합니다'라는 기재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들이 원고들을 기망하였다고 볼 수 없다(불법행위책임 불성립).
-
의의: 본 사안에서 법원은 백서상 사업자의 책임을 광범위하게 면책하는 조항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듯한 판시를 하였습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 백서상 면책규정의 효력 자체가 다투어 진 것은 아니었고, 원고가 백서 기재만을 신뢰하여 가상자산을 구매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들이 함께 고려된 것으로 보여, 위와 같은 면책조항의 효력에 관한 기준이 되는 판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5. 13. 선고 2019가합530075 판결[2] 에서의 판단
-
원고 주장: 피고들은 실제로 이 사건 프로젝트를 추진할 의사와 능력이 없이 또는 이 사건 프로젝트가 실패할 경우 코인 구매대금을 반환할 의사와 능력이 없이 원고들로부터 토큰 매매대금을 편취하였다(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또한 이 사건 교환계약상 피고 회사가 이 사건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 할 의무 즉, 자금모집에 실패하였을 때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여 사업을 계속함으로써 코인의 가치를 상승시켜야 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그 불이행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
법원 판단: 이 사건 백서에 토큰을 이더리움의 ERC20 표준으로 발행하겠다는 내용이 존재하고 현재까지도 토큰이 발행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독자적 생태계 구축 또는 상장을 전제로 하지 않는 토큰의 발행 자체는 이 사건 프로젝트에서 독자적인 의미를 지닌다고는 볼 수 없고, 그것만으로 처음부터 피고들이 위 토큰을 발행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불법행위책임 불성립).
또한 이 사건 백서에 ICO 참여자의 권리에 대한 부분에서 "Refunds: None"이라고 명시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 회사가 자금모집의 성패와 관계없이 이 사건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할 수 없다(채무불이행책임의 불성립).
-
의의: 본 사안 역시 백서의 효력 자체에 대하여 다툼이 있었던 것은 아니나, 법원은 백서에 기재된 내용을 사업자가 토큰 투자자에게 부담하는 의무 내용을 해석하는 하나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다만 이 판결이 백서를 사업자와 이용자 사이의 계약 내지는 약관 등으로 본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며, 여전히 백서의 법적 성격에 대하여는 법원의 명확한 판단이 없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2. 백서에 관한 최신 형사 판결의 소개
-
서울남부지방법원 2020. 11. 13. 선고 2020고단2405 판결 에서의 판단
- 공소사실: 피고인은 코인 거래의 알고리즘과 보안성에 대한 수학적 함수, 소스코드 등 기술적인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고 단지 추천인을 늘리면 수령할 수 있는 코인이 늘어난다는 다단계 판매 및 보상구조에 대한 설명 뿐인 백서, 매수만 할 수 있을 뿐 매도는 불가능한 구조, 실체가 없는 코인 관련 사업 등을 수단으로 피해자들에게 투자권유를 함으로써 피해자들의 코인 구매대금을 편취함(사기죄).
- 법원 판단: 피고인의 피해자들에 대한 기망행위를 인정함.
- 의의: 법원은 본 사안에서 정상적인 형식과 내용을 갖추지 못한 백서로 이용자들에게 투자권유를 하여 구매대금을 수령한 것을 사기죄로 의율하였습니다. 즉, 비정상적인 백서의 제시는 이용자들에 대한 기망행위가 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유효하고 신뢰성 있는 백서의 요건이 무엇인지에 대하여는 설명하고 있지 않아서, 추후 입법 혹은 판례와 실무례를 통하여 점차 형성되는 요건을 확인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III. 유럽의 백서 관련 규제 동향과 국내 규제의 방향성
1. 유럽 백서 관련 규제 동향
-
유럽의회의 경제통화위원회는 2022. 3. 14. 세계 최초의 가상자산에 관한 단독법안이라고 볼 수 있는 MiCA(Markets in Crypto-Assets) 법안을 가결하였고, 2022. 6. 30. EC, EU 의회(European Parliament), 27개 회원국은 가상자산 기본법인 MiCA 법안에 합의하여 현재 해당 법안이 시행 중입니다.
-
MiCA는 가상자산의 발행 및 거래에 관한 투명성, 가상자산에 대한 공시의무, 내부자거래 규제, 발행인 자격요건 규제, 인증 및 관리ㆍ감독 등을 내용으로 하는데, 백서에 관하여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
MiCA 제5조 ‘가상자산백서의 내용과 형식’에서는 가상자산 발행인의 백서 발행의무, 백서의 의무 공시사항 및 위반 시의 손해배상책임, 백서의 주요내용 및 형식에 관한 규제 내용 등을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가상자산 이용자의 보호와 관련하여 백서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면서, 백서 작성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규정입니다.
2. 백서 관련 국내 규제의 방향성
-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 백서의 법적 성격, 형식, 내용 등을 규율하는 일반적인 법령이나 지침 등이 존재하지 않고, 추후 가상자산 관련 2단계 입법에서 해당 내용들이 구체화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다만 현재에도 가상자산의 판매 시 수익인식을 위하여는 백서에 기재된 수행의무를 다하여야 한다는 점, 백서의 주요 내용을 주석공시하여야 한다는 점 등을 정하고 있는 「가상자산 회계처리 감독지침」 및 「가상자산 주석공시 모범사례」, 가상자산에 대한 거래지원 심사 시 백서에 대한 확인을 하여야 한다는 점 등을 규정하고 있는 「가상자산 거래지원 모범사례」 등은 이미 존재하고 있습니다.
-
특히 가산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령 제15조에서는 “가상자산을 발행하는 자 또는 그로부터 공개 권한을 위임받은 자가 가상자산의 총 발행량・유통량계획, 사업계획 등 이용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이나 해당 가상자산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사항을 설명하는 자료”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백서에 기재되어야 할 요소를 개략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이러한 규제의 동향에 비추어 볼 때, 국내에서는 향후 백서 내용에 대한 구체성, 전문성, 진실성 요건이 강하게 규정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나, 자세한 판단기준은 추후 입법 등을 통하여 정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IV. 시사점
-
현재까지 일부 민, 형사 판결에서 백서의 법적 성격, 백서상 면책조항의 효력, 기망행위의 판단에 있어서 정상적인 형식과 내용의 백서를 판단하는 요소 등을 일부 다루었으나, 뚜렷한 기준이 확립된 것은 아닙니다. 백서에 관한 법적 의미는 ‘형성 중’이고, 앞으로 백서를 통한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백서의 법적 성격이 정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다만 가상자산 관련 2단계 입법으로 나아가면 거래 환경이 정비되고 규정이 정교하게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렇게 되면 백서와 관련한 민사상 손해배상의 판단 기준, 사기죄의 성립 기준 등도 지금보다는 더 정교하게 확립될 것으로 보입니다.
* * *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미래금융전략센터를 운영하여 다양한 디지털금융 관련 인허가·등록 및 정부기관 검사·제재 대응, 디지털금융 신산업 및 기술 도입에 따른 자문, 디지털산업 및 거래에 수반되는 규제 자문 분야의 풍부한 실무경험을 통하여 탁월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아가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가상자산 관련 손해배상 소송, 가상자산 관련 형사 분쟁에 관한 변호 등 가상자산 관련 민·형사 소송 분야에서 압도적인 실적과 관련 실력을 갖춘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 항소 없이 확정
- 서울고등법원 2022. 7. 14. 선고 2021나2019451 판결, 대법원 2022. 11. 17. 선고 2022다263943 판결을 거쳐 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