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상장회사 정기주주총회에서는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연대를 중심으로 한 소수주주의 주주제안권 행사 및 의결권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국내외 기관투자자도 스튜어드십 코드에 기반하여 각 기관의 의결권 및 주주권 행사 기준에 따라 적극적인 의견 개진 및 의결권 행사 등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2025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주목할 만한 몇 가지 주요 관전 포인트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I. 집중투표제 도입 정관변경
집중투표제는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경우 1주마다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복수의 의결권을 부여하고, 주주가 1인에게 집중투표 또는 다수에게 분산투표를 하여 다득표순으로 선임하는 방식입니다.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소수주주는 회사에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을 청구할 수 있고, 회사는 정관으로 집중투표 배제가 가능합니다(상법 제382조의2).
자산총액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회사는 특례가 적용되어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 주주도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 청구가 가능합니다(상법 제542조의7 제2항). 또한 대규모 상장회사가 집중투표 도입 또는 배제 정관변경을 하려는 경우 다른 정관변경 안건과는 분리하여 별도의 안건으로 상정하여야 하며, 해당 안건 결의 시 개별 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됩니다(상법 제542조의7 제3항, 제4항)
정관변경 안건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안으로 최대주주 등의 찬성 없이는 가결될 가능성이 낮지만, 집중투표 도입 관련 정관변경의 경우 대규모 상장회사는 개별 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됨에 따라 가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소액주주의 권리 제고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실제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도 대규모 상장회사의 경우 집중투표 관련 주주제안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다만, 상법 제382조의2 제1항에 따른 집중투표 청구 시점에 회사의 정관상 집중투표제가 배제되어 있을 경우, 집중투표제 배제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정관변경 안건 가결을 조건부로 한 집중투표 청구는 부적법합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1. 21. 자 2024카합21996 결정; 즉 집중투표제 도입 관련 정관변경 안건의 가결을 조건부로, 동일한 주주총회에서의 이사선임 안건에 대한 집중투표 청구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II. 주주환원
주주환원과 관련해서는 배당이 여전히 주주의 큰 관심사이고 최근 들어서는 자기주식 취득/소각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편입니다.
상장회사는 배당가능이익 한도 내에서 이사회 또는 주주총회 결의로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으며(상법 제341조 제2항, 자본시장법 제165조의3 제3항), 자기주식 취득 관련 주주제안의 경우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 취득주식수를 특정한 주주제안 관련 의안상정가처분이 인용된 바 있습니다(대전지방법원 2023. 3. 10. 자 2023카합50070 결정).
나아가 최근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상장회사는 2024사업연도 사업보고서 제출부터 자기주식 보유에 관한 보고서 첨부 의무가 부과됩니다(작성의무자는 최근 사업연도 말 발행주식총수의 5% 이상 자기주식을 보유한 회사이고, 작성내용은 자기주식 보유현황, 보유목적, 추가 취득∙처분∙소각 계획 등입니다). 이를 고려할 때 자기주식과 관련한 주주환원 요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에 부합하는 자기주식 운용 방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III. 권고적 주주제안
‘권고적’ 주주제안이란 주주제안으로 올라온 의안이 주주총회에서 결의요건을 충족해서 통과되더라도 곧바로 효력이 발생하거나 경영진에게 구속력이 발생하지 않는 형태의 주주제안을 의미합니다. 최근 ESG가 기업 경영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ESG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서 권고적 주주제안 제도의 효용과 그 필요성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2023년과 2024년에 이어 올해에도 여러 상장회사에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에 관한 주주제안이 이루어진 상황이며, 현행법 하에서의 주주제안은 상법과 정관에 명시된 주주총회 결의사항에 한정되지만, 현행 법제도에서도 정관에 권고적 주주제안의 근거가 마련된다면 해당 정관에 근거한 권고적 주주제안이 가능할 것이라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법원의 선례가 없는 만큼 향후 추이가 주목됩니다.
IV. 감사위원 분리선출
감사위원회 설치 회사는 감사위원 중 1인을 다른 이사들과 분리하여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로 선임하여야 합니다(상법 제542조의12). 전자투표를 도입한 회사는 의결정족수 요건이 완화되어 출석주주 과반의 찬성만으로 감사위원 선임 결의가 가능합니다(상법 제542조의12 제8항).
감사위원 분리선출 안건의 경우 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됨에 따라 관련 주주제안 안건이 가결될 가능성이 다른 주주제안 안건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이에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연대가 그간 감사위원 분리선출 주주제안을 지속해왔고 이러한 경향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을 분리선출 하는 경우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하여 3%까지만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지만,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분리선출 하는 경우에는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산하여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지분에 대해 3% 룰이 적용됩니다.
V. 이사 보수한도 승인
국내 대다수의 회사들이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을 처리함에 있어서 이사인 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지 않고 있으나, 이러한 실무 관행과 달리 일부 하급심 법원에서는 각 이사에 대한 구체적인 보수액을 정하는 내용의 의안뿐만 아니라 전체 이사의 보수한도를 정하는 의안에 대해서도 이사직을 맡고 있는 주주의 경우에는 특별이해관계인에 해당하므로 그 의결권이 제한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사례들이 존재합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5. 31. 선고 2023가합66328 판결, 부산지방법원 2023. 9. 22. 자 2023카합100154 결정, 서울고등법원 2015. 4. 23. 선고 2014나2035141 판결 등).
대법원이 이사 보수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판례를 형성하고 있는 점(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4다11888 판결 등), 회사법의 대원칙인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관점에서 보면 지배주주가 회사의 이사가 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논리도 성립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궁극적으로 대법원 판결에 의해 쟁점이 정리될 것으로 보이지만, 당분간은 위와 같은 사법적 판단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으로 이해됩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을 감안할 때 주주인 이사가 재직 중인 기업의 경우, (i) 주주인 이사의 보수한도 승인의 건과 (ii) 주주가 아닌 다른 이사들의 보수한도 승인의 건을 구분하여 각 안건을 상정해 표결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도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그 경우 적어도 주주가 아닌 다른 이사들의 보수한도 승인의 건에 대해서는 특별이해관계에 따른 의결권 제한 이슈가 없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