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사안의 내용과 판결의 의의
원고 한국거래소는 자본시장법 제373조의2에 따라 금융위원회로부터 거래소 허가를 받은 회사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새로운 매매체결 시스템(차세대 시스템)의 개발을 위탁하고, 수탁업체들에 시스템 위탁개발비용을 지급하였습니다. 원고는 위 시스템 개발비용은 구 조세특례제한법(2014. 12. 23. 법률 제128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동일) 제10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연구ㆍ인력개발비 세액공제의 적용대상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경정청구를 하였으나, 과세관청은 이를 거부하였습니다.
BKL은 제1심부터 원고를 대리하여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고, 원고의 차세대 시스템 개발은 과학적, 기술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활동이며, 차세대 시스템 개발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시행착오나 실패에 따르는 손실의 위험성은 원고가 부담하였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변론하였습니다.
1심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으나, 부산고등법원은 원고의 차세대 시스템 개발 활동은 ‘과학적 또는 기술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활동이라고 보아 원고 청구를 인용하였고, 대법원 역시 위와 같은 항소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금융, 보험업계가 2010년대 지출한 차세대 시스템 개발비가 구 조세특례제한법상 연구개발비 세액공제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거듭된 논란이 있어 동일 또는 유사 쟁점의 관련 사건들 다수가 법원 재판에 계류 중인데, 본 판결은 BKL의 역량을 발휘하여 처음으로 납세자 승소 확정판결을 받아낸 것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II. ‘과학적 또는 기술적 발전을 위한 활동’의 판단 기준
1.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10조 제1항 제3호의 입법 취지 및 규정 내역
구 조세특례제한법은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기업이 감내해야 하는 위험에 대하여 세제지원이라는 안전장치 내지 보상책을 마련함으로써 연구개발에 대한 기업의 투자를 독려하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세액공제 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
다만 구 조세특례제한법은 연구개발에 관하여 과학적 또는 기술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활동(이하 과학기술 활동이라고 한다)과 새로운 서비스 및 서비스 전달체계를 개발하기 위한 활동(이하 서비스 활동이라고 한다)을 말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그 구체적 의미와 범위 등에 관하여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금융, 보험사들이 2010년대 지출한 차세대 시스템 개발비용이 구 조세특례제한법상 세액공제 대상인지 여부가 문제가 되었고, 하급심들은 세액공제 대상 여부에 대하여 엇갈린 판단을 내놓고 있었습니다.
2. 차세대 시스템 개발활동이 ‘과학적 또는 기술적 진전을 위한 활동’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
1) 이 사건 시스템 개발이 과학적 또는 기술적 진전 활동에 해당하는지 여부
먼저 법원은 아래와 같은 기준에 따라, 원고의 차세대 시스템 개발활동이 ‘과학적 또는 기술적 진전’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이 사건 시스템 개발 비용이 연구개발의 결과물을 구입한 비용인지 여부
다음으로, 피고는 이 사건 계약에 도급계약 등에서 주로 확인되는 계약 조건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원고가 지출한 비용은 연구개발비용이 아닌 그 결과물을 구입하는 비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가 근거로 들고 있는 조항들은 통상의 용역계약에 포함되는 수탁업체의 일반적인 의무조항에 불과하고, 이 사건 시스템 개발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시행착오나 실패에 따르는 손실의 위험성은 여전히 원고가 종국적으로 부담하고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이 사건 시스템이 ‘전사적 기업자원 관리설비’에 해당하여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되는지 여부
한편, 원고의 차세대 시스템이 ‘전사적 기업자원 관리설비’에 해당하여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으나, 법원은 원고의 차세대 시스템은 통상적인 전사적 기업자원 관리설비 시스템과는 그 목적이나 구성요소가 다르다고 판단하였습니다.
III. 시사점
금융, 보험업계가 2010년대 지출한 차세대 시스템 개발비가 구 조세특례제한법상 연구개발비 세액공제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거듭된 논란이 있어 왔는데, 본 판결은 그 중 가장 처음으로 내려진 납세자 승소 확정판결로서 동일 또는 유사 쟁점의 후행사건들에 대하여 이정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본 판결에서 들고 있는 차세대 시스템의 구체적인 개선사항이나 개발 방식, 계약 방식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경우들은 ‘과학적 또는 기술적 진전’ 내지 ‘연구개발활동’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되어 시스템 개발에 지출된 비용을 세액공제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본 대법원 판결은 추후 금융, 보험업계가 차세대 시스템을 개발함에 있어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어떠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지에 대한 일응의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확립되기 위해서는 동일 또는 유사 쟁점의 관련사건에 관한 판결들의 집적을 기다려 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