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의 『통상 Legal Update』는 국제통상질서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패권경쟁, EU 신통상규범, 공급망 재편,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등 다양한 통상이슈의 전개 동향을 발 빠르게 파악하고 미국, EU, 중국 등 주요국의 통상관련 법률과 정책을 면밀히 분석하여 이에 관한 최신 정보를 정부, 기업, 관계기관에 제공합니다.
I. 입법 배경
미국 상무부(U.S. Department of Commerce, 이하 “상무부”)는 2024. 3. 25. 반덤핑 및 상계관세법의 관리를 통한 무역구제 집행의 개선 및 강화 규정(Regulations Improving and Strengthening the Enforcement of Trade Remedies Through the Administration of the Antidumping and Countervailing Duty Laws, 이하 “AD/CVD 규정”)에 따른 개정 내용을 연방관보에 게재하였습니다.[1]
상무부는 2023. 5. 9. 위 규정안을 최초로 공개하고,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으며, 위 규정은 관보 게재일로부터 30일 후인 2024. 4. 24. 부터 적용될 예정입니다.
상무부는 반덤핑/상계관세 법률의 집행 및 행정을 개선하고, 비용과 가격을 왜곡하는 요인을 해결하는 것을 금번 개정의 목적으로 제시하였습니다. 또한, 불공정 무역을 적절하게 해결하기 위해 초국가적 보조금(transnational subsidies)에 대한 조사를 제한하는 규정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덧붙이고 있습니다.
II. 개정의 주요내용
금번 AD/CVD규정 개정에서는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사와 관련하여 문서 제출 요건, 조사 대상 범위(Scope), 우회 덤핑, 이용 가능한 정보의 사용, 보조금 조사에서의 이용 가능한 사실의 우위, 상계관세 벤치마크 선택, 특정 시장 상황(Particular Market Situation, 이하 “PMS”) 및 특정 유형의 상쇄 가능한 보조금 등에 관하여 다루고 있는데, 주요 개정 사항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PMS 적용의 명확화(§351.416)
WTO 반덤핑협정(Agreement on Implementation of Article VI of the 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1994) 제2.2조에 따르면 PMS로 인해 내수 판매가격(정상가격)과 수출가격의 적절한 비교가 불가능한 경우, 내수 판매가격을 인정하지 않고 제3국 판매가격 또는 구성 가격을 적용하여 덤핑마진을 산정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무역특혜확장법(Trade Preferences Extension Act of 2015)과 기존의 AD/CVD 규정에서는 PMS의 존재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정보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었고, 이에 상무부는 PMS 조사기법을 자의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실제로 상무부는 2017년부터 PMS 조사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한국산 제품 등에 대해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다수 부과해 온 바 있습니다.
금번 개정에서는 PMS와 관련하여 방대한 내용을 신설하였는데, 이는 한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에 관하여 연방순회 항소법원(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이 2022년에 내린 판결,[2] 상무부의 관행,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의견수렴 내용에 기초하였으며, 상무부가 반덤핑 조사에서 PMS의 존재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방법과 시기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신설하고 있습니다.
개정 AD/CVD규정은 PMS를 ‘판매 기반(sales-based PMS, 자국에서의 판매가격과 미국 수출가격 및 구성 수출가격과의 적절한 비교가 어려운 경우)’과 ‘원가 기반(cost-based PMS, PMS가 조사 대상 제품의 생산비용을 왜곡하는 경우)’ 유형으로 구분하고, 각 유형에 대한 세부적인 판단 지침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PMS가 존재하는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로 △대상 제품에 대한 수출세 부과, △수출국에서의 대상 제품의 수출 제한, △특정 생산자에게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거나 관련 산업의 신규 진입자의 진입을 까다롭게 하는 반경쟁 규정의 시행, △정부의 직접적인 가격 조정을 예시로 들고 있습니다.
2. 노동∙환경∙지재권 규제의 미흡 반영(§351.408, §351.416, §351.511, §351.529)
상무부는 금번 개정을 통해 노동∙환경∙지재권 등과 관련하여 규제가 느슨하거나 부재한 경우 이러한 사정을 무역구제 조치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일부 미국 기업들이, 외국의 경쟁 기업들이 미국 기업들과 비교할 때 동일한 규제 준수비용을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불공정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고 주장해 온 것이 개정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상무부는 금번 개정에 있어 △특정 외국 회사가 산업안전보건 관련 규정을 준수할 필요 없이 강제노동 또는 아동 노동을 사용하는 사례처럼 생산비용을 왜곡할 수 있는 실제 요인을 고의로 무시하는 것은 부적절한 일이고, △환경 규제는 생산비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는 것은 사회가치판단이 아닌 경제적 현실에 기반한 판단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구체적으로 개정 AD/CVD 규정은 (ⅰ) 덤핑 조사 시, 비시장경제 국가의 이윤 대체값(surrogate value)을 판단하거나, PMS의 적용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노동∙환경∙지재권 등 규제가 느슨하거나 부재한지를 고려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ⅱ) 보조금 조사 시, 정부로부터의 재정적 기여가 있는지 검토함에 있어 위와 같은 요소를 반영할 수 있다고 정하는 한편, 노동∙환경∙지재권 관련 규제를 위반한 회사에 벌금이 부과되었으나 면제된 경우 등에는 정부의 재정적 기여가 존재한다고 판단하여 상계조치 가능한 보조금(countervailable subsidies)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3. 초국경보조금 조사 제한 규정 삭제(§351.527)
기존의 AD/CVD 규정에서는 제3국이 수출국 기업에 제공하는 초국경보조금에 대한 조사를 제한하고 있었는데, 상무부는 금번 개정을 통해 위와 같은 조항을 폐기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원회(EU Commission)가 지난 2022년 인도네이시아산 철강제품에 대해 제3국으로부터의 보조금 수혜를 이유로 상계관세를 부과했던 것과 같이,[3] 제3국이 대미(對美) 수출국의 기업에 대해 지급하는 보조금을 조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상무부는 해당 규정을 제정했을 당시인 1988년과 오늘날의 무역 환경이 변했다고 설명하고, 오늘날 보조금은 해외 원조에 국한되지 않고, 국경을 초월한 지분 참여, 자금 지원, 대출, 국영은행을 통한 지원 등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며, 제공 목적이 지원 대상 국가뿐만 아니라 공여당국의 제조역량을 지원하려는 데에 있다고 보고 이와 같은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III. 시사점
금번 AD/CVD 규정의 개정은 전반적으로 상무부에 기존보다 광범위한 조사 권한과 재량을 부여하였다고 관측됩니다. 또한, 노동∙환경∙지재권 등 규제의 미흡을 덤핑 및 보조금 조사 모두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 점, 보조금 조사에 있어 초국경보조금을 조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점 등을 볼 때 개정 내용의 상당 부분이 중국 등 특정 국가를 염두하고 마련된 것으로 보입니다.[4]
한국은 미국 정부로부터 중국, 인도 다음으로 반덤핑/상계관세 조치를 많이 부과받고 있는 나라로, 한국 기업은 아래와 같은 내용을 주로 하여 금번 AD/CVD 규정의 개정 내용을 면밀히 살피고 사전에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초국경보조금 조사 제한 규정 삭제와 관련하여, 중국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보조금을 받고 있거나 받을 계획이 있는 한국 내 기업이 해당 제품을 미국에 수출할 경우 상계관세의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관련 조사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사업 계획에 반영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 PMS 관련 규정 개정과 관련하여, 금번 개정은 해당 조사 기법의 적용 대상을 유형화하고 관련 절차를 구체화하여 조사대상 기업에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는 부분도 있으나, PMS로 인한 왜곡 효과를 정확하게 계량할 수 없는 경우 상무부 장관의 재량으로 합리적인 방법론을 적용할 수 있게 하는 등 법령으로써 오히려 상무부의 재량을 강하게 보장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고 보이는바, 이 부분에 대한 세밀한 검토와 대응 방향의 수립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무역위원회에서도 무역구제 조치를 위한 조사에 있어 환경비용의 준수 등 요소를 반영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두고 있는바,[5] 한국에서 무역구제 관련 제소를 하고 있거나 염두에 두고 있는 한국 기업은 금번 개정에 따른 상무부의 노동∙환경∙지재권 규제의 미흡 등의 구체적인 조사 적용 방식을 살펴보고, 활용 여부나 한국 내 제도 개선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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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통상TF를 운영하며 다양한 업무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였으며, 탁월한 전문성과 풍부한 실무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국제통상이슈를 최전선에서 대응하고 있으며, 통상, 투자, 중재, 무역구제, 관세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고객이 필요로 하는 현실적이고 실무적인 해결책을 제공해 드리고자 노력하겠습니다.
본 Legal Update 작성에는 본 법무법인의 통상전문 연구원인 이정민 연구원과 김제영 연구원이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 https://www.federalregister.gov/documents/2024/03/25/2024-05509/regulations-improving-and-strengthening-the-enforcement-of-trade-remedies-through-the-administration
- CAFC, NEXTEEL Co., Ltd. v. United States, NO. 2021-1334, 2021-1430, 28 F.4th, March 11, 2022.
- EU Commission Implementing Regulation (EU) 2022/433 of 15 March 2022 (amending Implementing Regulation (EU) 2021/2012)
- 참고로, 최근 조사가 진행 중인 말레이시아산 풍력타워(Utility Scale Wind Towers from Malaysia)와 멕시코산 알루미늄 압출재(Aluminum Extrusions from Mexico)에 대한 상계관세 조사에서 미국 업계가 각 대상제품 생산에 사용된 중국산 철강과 중국산 알루미늄과 관련하여 초국경보조금 문제를 제기한바 있습니다.
- 덤핑방지관세 부과 신청·조사·판정에 관한 세부운영규정 제21조 제2항 제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