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의 『통상 Legal Update』는 국제통상질서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패권경쟁, EU 신통상규범, 공급망 재편,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등 다양한 통상이슈의 전개 동향을 발 빠르게 파악하고 미국, EU, 중국 등 주요국의 통상관련 법률과 정책을 면밀히 분석하여 이에 관한 최신 정보를 정부, 기업, 관계기관에 제공합니다.
I. 입법 배경
유럽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이하 “EU 집행위”)는 지난 2023. 3. 16. 핵심원자재법(Critical Raw Materials Act, 이하 “CRMA”)[1] 초안을 발표하며 탄소중립 및 디지털 전환, 우주, 방산 등 전략산업에 요구되는 핵심원자재의 EU 역내 취약성을 개선하고,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을 위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핵심원자재 공급망에 대한 논의는 2008년 원자재 이니셔티브(Raw Materials Initiative)를 통해 시작되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와 중국이 대중 제재에 대한 대응수단으로 희토류와 같은 핵심원자재 공급 및 수출을 제한하는 자국중심주의 조치가 계속되며 EU 역내 공급망 구축을 통한 안보 확충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동 법안은 유럽 이사회(Council of the EU, 이하 “EU 이사회”)가 2024. 3. 18. 최종 승인하면서 모든 입법 절차가 완료되었고, 유럽 의회(European Parliament, 이하 “EU 의회”)와 EU 이사회의 의장(president) 서명 후 관보 게재되면, 게재 익일부터 20일 경과 후 발효될 예정입니다.
II. CRMA 주요 내용
1. 법안 목적
CRMA는 핵심원자재의 안정적인 공급을 통한 내수시장 기능 개선을 목적으로 마련된 프레임워크 입니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EU 역내 전략원자재의 채굴 역량을 EU 연간 소비량의 10%, 역내 가공 역량은 최소 40%, 재활용 역량은 최소 25% 이상까지 확대하며, 모든 가공 단계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개별 전략원자재의 수입 의존도가 EU 연간 소비량의 65%를 넘지 않도록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것을 목표와 기준점(Benchmarks)으로 합니다.
2. 핵심원자재 및 전략원자재
EU 집행위는 역내 공급망 구축을 위해 ‘핵심원자재(critical raw materials)’를 지정하고, 그 중 환경, 디지털 전환, 국방, 우주산업 분야와의 관련성을 고려하여 ‘전략원자재(strategic raw materials)’를 별도로 지정하였습니다. EU 집행위는 선별된 핵심원자재와 전략원자재의 생산능력 확보 및 수급 현황을 집중 관리하게 되는데, 핵심원자재와 전략원자재 목록은 기본적으로 동 법안 발효 후 3년마다 업데이트될 예정입니다. EU 집행위 초안과 현재 최종안상 목록은 다소 상이한바, 현재 지정된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3. 전략 프로젝트 지원을 통한 원자재 가치사슬 강화
전략원자재 공급 안정화에 기여하는 사업을 ‘전략 프로젝트(Strategic Project)’로 지정하여, EU 역내에서 전략프로젝트와 관련된 허가 프로세스의 효율적인 행정 처리를 보장하는 등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고, 자금조달을 통해 신속한 사업화를 지원합니다.
전략 프로젝트는 EU의 전략원자재의 공급 보안에 대한 기여도, 합리적인 프로젝트 기간, 모니터링, 환경·사회적 영향과 관련하여 지속가능 여부 등을 평가하여 선정됩니다. 현재 EU내 채굴산업은 엄격한 환경영향평가, 복잡한 행정절차 등으로 인해 평균 허가 기간이 5년정도 소요되나, 전략 프로젝트로 선정되는 경우, 원자재 채굴산업과 관련한 프로젝트는 27개월, 가공 또는 재활용 과정만 포함된 프로젝트는 15개월 이내로 인허가 발급 기간이 단축될 예정입니다. 또한, 회원국별 전략 프로젝트 관련 행정창구를 단일화하여 허가발급·분쟁해결 등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고, 유럽 투자 은행 그룹(European Investment Bank Group)을 통한 지원 등 다양한 방식의 자금조달이 검토될 예정입니다.
4. 리스크 모니터링 및 위험평가
EU 집행위는 핵심원자재 및 전략원자재 관련 공급 리스크 모니터링을 수행하고, 최소 3년 주기로 공급망별 취약성검사(stress test)를 실시하여, 원자재 수급 관련한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을 방지하고 완화합니다.
구체적으로, EU 집행위는 회원국으로부터 전략원자재 재고 정보를 전달받아 전략원자재의 역내 재고 수준에 관한 기준(benchmark)을 수립하고, 현재 재고 수준과 기준 재고 수준을 비교하며, 필요 시 EU 개별 회원국에 대해 재고 증대 등의 내용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핵심원자재 관련하여 무역 흐름, 수요 및 공급, 공급 집중도, EU 및 글로벌 생산 현황, 가격 변동, 병목 현상, 원자재 무역의 잠재적 장애물 등을 파악하고, 광물 공급망 위기대응을 위한 취약성 테스트를 3년마다 실시하며, 그 모니터링 결과를 정기적으로 무료로 접속할 수 있는 웹사이트에 업데이트 해야 합니다.
또한, CRMA 는 EU 역내에서 전략원자재를 사용하여 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에 공급망 위험평가(risk assessment) 의무를 부과합니다. 구체적으로, 전략원자재를 사용하여 전기차 배터리, 수소 생산 및 활용 관련 장비, 재생에너지 관련 장비, 항공기, 구동용 모터, 데이터 전송 및 저장 장치, 모바일 장비 등을 생산하는 대기업은 최소 3년 마다 전략원자재의 채굴·가공·재활용 지역에 대한 매핑(mapping), 전략원자재의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분석, 공급망 취약성 및 위험평가를 자체적으로 수행하고 그 결과를 사내 이사회에 보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5. 지속가능성 및 환경발자국
EU 회원국은 CRMA 규정에 따라 원자재 재활용을 위해 폐기물 수거율 제고, 원자재 사용 제품 부품 재활용 활성화, 재활용 기술 개발 지원 등의 조치를 시행해야 합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영구자석”으로, EU 집행위는 규정 발효 후 2년 내에 영구자석이 포함된 소비자 사후 폐기물에서 회수되는 네오디뮴(neodymium), 디스프로슘(dysprosium), 프라세오디뮴(praseodymium), 터븀(terbium), 붕소(boron), 사마륨(samarium) 니켈(nickel) 및 코발트(cobalt)의 계산과 검증방법에 관한 위임법을 채택하고, 늦어도 2031. 12. 31. 까지 재활용 최소 사용 비율을 정하는 위입법을 채택할 예정입니다. 또한 관련 기업은 영구자석을 내장한 제품(영구자석의 총 중량이 0.2kg초과)에서 회수된 네오디뮴 등 물질의 재활용 비율을 공개해야 합니다.
나아가, EU 집행위는 합리적인 기간 내에 핵심원자재의 환경발자국 계산 및 검증에 관한 위임법을 제정하고, 관련 기업에 핵심원자재 정보, 핵심원자재 추출, 처리, 정제 및 재활용된 국가 및 지역 정보, 검증 및 계산 규칙에 따른 환경발자국 정보 등에 관한 신고 의무를 부과할 예정입니다.
6. 거버넌스 및 전략 파트너쉽 강화
동 규정의 이행을 위해 27개 EU 회원국 대표 및 EU 이사회가 참여하는 핵심원자재이사회(European Critical Raw Materials Board)를 설치하고, 개별 EU 회원국은 고위급 대표자를 선임하여 동 규정에서 명시하고 있는 업무를 정기적으로 수행하여야 합니다.
III. 시사점
EU는 CRMA를 통해 자원 안보 강화, 환경 보호 및 지속가능한 발전, 공정한 시장 확보, 이해관계자 참여 강화, 그리고 국제 협력 강화 등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EU 집행위는 핵심원자재의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으로 인한 생산 시설의 역외이전을 방지하기 위해 그린딜 산업계획 등 역내 제조업 육성을 위한 산업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는데, 동 규정도 그 일환으로 추진된 것으로 보입니다.
CRMA의 최종안은 여러 입법 단계를 거치면서, 전반적으로 관련 내용의 구체화를 통해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수범자를 과도하게 제약할 수 있는 부분은 완화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가령, △전략 프로젝트에 대해 제3국의 참여를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EU 개별 회원국의 안보 내지 기업의 기밀 정보를 정보 비공개 사유로 인정하였으며, △EU 집행위의 핵심원자재 재고에 관한 의견이 구속력이 없다는 점을 명시하였습니다.
다만, △최초 제안보다 재활용 목표치를 상향하고, △EU 집행위 초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알루미늄을 전략원자재로 새롭게 포함하였으며, △위험평가 의무 기업에 항공기 산업을 새로 명시하였습니다. 따라서 관련 기업은 사업에 대한 관련 규제의 영향을 새롭게 검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전략 프로젝트의 선정 절차의 경우 바로 시행될 것으로 보이고, 우리 나라 기업도 참여가 가능하므로, 관련 기업은 해당 제도를 꼼꼼하게 살펴 지원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환경 발자국, 순환성 조치, 영구 자석에 대한 규제 등 환경 관련 주요 규제의 경우 최소 3년, 최대 무기한 등 장기의 검토 기간을 부여하고 있어 우리 기업에 대한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됩니다. 다만, 관련 기업은 CRMA의 내용을 사전에 분석하고, 이행입법 내지 위임입법 과정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면서 장기적인 전략을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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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Legal Update 작성에는 본 법무법인의 통상전문 연구원인 이정민 연구원과 김제영 연구원이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 정식명칭은 “핵심원자재의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공급을 보장하기 위한 프레임워크(Framework for ensuring a secure and sustainable supply of critical raw materials)”이나, 핵심원자재법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본 뉴스레터에서도 이와 같이 지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