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 및 부동산 개발사업을 위해 해외에 진출한 기업과 투자자들이 그 사업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자 투자유치국을 상대로 투자분쟁을 제기한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2023. 6. 이후 지금까지 최소 5건의 건설 및 부동산 분야 투자분쟁이 개시된 사실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최근 건설, 부동산 개발사업에 관한 투자분쟁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기술과 경험이 있는 기업들이 많지 않은 국가들은 국제적 입찰절차를 거쳐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는 계약금액이 크고,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며, 정치적 또는 사회적 이해관계가 관련되거나 시민사회의 반발이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투자유치국과의 관계에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입니다. 특히, 신흥시장이 경제개발을 위해 도로, 항만, 철도 등 인프라를 확보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대규모 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신흥시장을 상대로 한 건설 및 부동산 분야 투자분쟁이 앞으로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하에서는 최근의 건설 및 부동산 분야 투자분쟁 제기 사례를 소개하고, 기존 사례와 최근 경향을 파악하여 건설, 부동산 개발사업을 위해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참고할 만한 시사점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I. 최근 제기된 건설 및 부동산 분야 투자분쟁

1. 이탈리아 건설사와 카메룬 간 투자분쟁 (Gruppo Officine Piccini S.p.A. v. Republic of Cameroon, ICSID Case No. ARB/23/21)
이탈리아 건설사인 Gruppo Officine Piccini S.p.A.은 최근 카메룬을 상대로 카메룬-이탈리아 투자협정(Cameroon-Italy Bilateral Investment Treaty)을 근거로 투자분쟁을 제기하였습니다.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nternational Centre for Settlement of Investment Disputes, ICSID)가 2023. 6. 8. 중재신청서를 등록함에 따라 정식으로 절차가 개시되었습니다.
정확한 분쟁의 내용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투자자는 카메룬의 수도인 야운데(Yaoundé)에서 진행한 스포츠 스타디움 건설계약이 해지되자 카메룬과 분쟁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 스위스 투자자와 조지아 간 투자분쟁 (Basel LLC and Ronald Waldmann v. Georgia, ICSID Case No. ARB/23/23)
스위스 투자자는 최근 조지아를 상대로 조지아-스위스 투자협정(Georgia-Switzerland Bilateral Investment Treaty)에 따라 투자분쟁을 제기하였고, ICSID가 2023. 6. 26. 중재신청서를 등록하여 정식으로 절차가 개시되었습니다.
정확한 내용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투자자는 다양한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기 위하여 조지아 내에 설립한 회사의 자산이 압류되자 조지아를 상대로 투자분쟁을 제기하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3. 알바니아 투자자와 북마케도니아 간 투자분쟁 (Amadeus Group and Amadeus Development DOOEL v. Republic of North Macedonia, ICSID Case No. ARB/23/35)
알바니아 기업인 Amadeus Group은 최근 북마케도니아를 상대로 알바니아-북마케도니아 투자협정(Albania-North Macedonia Bilateral Investment Treaty)에 근거하여 투자분쟁을 제기하였습니다. ICSID가 2023. 8. 18. 중재신청서를 등록하여 정식으로 절차가 개시되었습니다.
투자자는 북마케도니아의 수도 스코페(Skopje)에서 2011년부터 빌딩 건설 프로젝트를 개시하였으나 최근 스코페시장이 프로젝트에 대한 승인을 무효화하자 북마케도니아를 상대로 투자분쟁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4. 튀르키예 건설사와 사우디아라비아 간 투자분쟁 (Güriş İnşaat ve Mühendislik Anonim Şirketi v. Kingdom of Saudi Arabia, ICSID Case No. ARB/23/36)
튀르키예 건설사 Güriş İnşaat ve Mühendislik Anonim Şirketi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 투자협정(Saudi Arabia-Turkey Bilateral Investment Treaty)을 근거로 투자분쟁을 제기하였고, ICSID가 2023. 8. 21. 중재신청서를 등록함으로써 정식으로 절차가 개시되었습니다.
위 사건의 내용이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투자자가 사우디아라비아 수전력청(Water and Electricity Authority)과 체결한 계약에 따라 진행한 상하수도 건설에 관하여 발생한 분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5. 스페인 건설사와 아르헨티나 간 투자분쟁
스페인 건설사인 Abertis Infraestructuras은 최근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아르헨티나-스페인 투자협정(Argentina-Span Bilateral Investment Treaty)를 근거로 투자분쟁을 제기하였고, ICSID가 2023. 8. 29. 중재신청서를 등록하여 정식으로 절차가 개시되었습니다.
정확한 내용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투자자가 아르헨티나에서 진행하고 있는 고속도로 건설 및 운용 사업에 관한 분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II. 과거의 주요 판정
과거에도 건설 및 부동산 개발사업이 관련된 다양한 투자분쟁이 있었습니다. 여기서는 그 중 두 개 판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캐나다 기업과 헝가리 간 투자분쟁 (ADC Affiliate Limited and ADC & ADMC Management Limited v. Republic of Hungary, ICSID Case No. ARB/03/16)
캐나다 기업인 Airport Development Corporation(ADC)은 1994.경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공항을 확장하고 운용하기 위한 입찰절차에서 성공적으로 낙찰을 받았습니다. ADC는 부다페스트 공항에 새로운 터미널을 건설한 후 공항을 운영하기 시작하였는데, 헝가리 정부는 2001. 12경 ADC 측이 공항 운용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법령을 채택하였습니다. 이에 ADC는 헝가리 정부의 조치가 불법적인 수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투자분쟁절차를 개시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청구국 헝가리는 유럽연합(EU)에 가입하고, 헝가리의 전략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조치가 필요했다고 주장하였으나, 중재판정부는 헝가리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고 헝가리가 적법절차를 위반하여 위법하게 투자자의 자산을 수용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중재판정부는 헝가리에게 투자자의 손해 76,200,000달러와 이에 대한 연 6%의 월복리로 산정한 지연이자 뿐만 아니라 투자자가 부담한 법률비용(변호사보수 등) 7,300,000달러와 중재비용 700,000달러를 지급할 것을 명하였습니다.
2. 이탈리아 건설사와 방글라데시 간 투자분쟁 (Saipem S.p.A. v. People's Republic of Bangladesh, ICSID Case No. ARB/05/7)
이탈리아 기업인 Saipem은 1990.경 방글라데시의 공기업인 Petrobangla와 가스 등을 운반하기 위한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 계약에는 분쟁이 발생하면 ICC에서 중재로 해결하기로 하는 조항이 있습니다. 이후 Petrobangla가 위 계약에 따른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자, 투자자는 ICC 중재를 개시하여 승소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Petrobangla는 방글라데시 법원에 ICC 중재판정을 무효로 선언해 달라는 내용의 소를 제기하고, 방글라데시 법원은 ICC 중재판정부의 판단권한이 없으므로 ICC 중재판정이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투자자는 방글라데시 법원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방글라데시를 상대로 투자분쟁을 제기하였습니다. 투자분쟁 중재판정부는 방글라데시 법원이 권한을 남용하여 투자자가 받은 중재판정에 따른 이익을 실질적으로 소멸하게 하였으므로 이는 불법적인 수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방글라데시에 5,883,770.80 달러, 265,000달러, 110,995.92유로의 합계액과 이에 대한 연 3.375%의 지연이자를 지급할 것을 명하였습니다.
III. 건설 및 부동산 분야 투자분쟁의 최근 경향
1. 상사중재와 투자분쟁의 동시 활용
대규모 프로젝트에 있어서는 통상 투자유치국의 중앙정부, 지방정부 또는 공기업 등과 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사업을 진행할 것입니다. 해당 계약은 분쟁이 발생하면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구체적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통상 상사중재나 투자유치국의 국내법원에서 분쟁을 해결하는 것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의 해석이나 이행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면 해당 계약에서 정한 분쟁해결절차에 따라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투자유치국과 투자자의 본국 간에 투자분쟁절차를 포함하는 투자협정(investment treaty)이 체결되어 있다면, 투자자는 계약에서 정한 분쟁해결절차 뿐만 아니라 투자협정에서 정한 투자분쟁절차를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제기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단순히 계약의 이행이나 해석에 그치지 않고, 투자유치국 정부가 공권력적 권한을 행사하여 투자자의 권리를 침해하였다는 정황이 있다면 투자분쟁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2023. 6. 8. ICSID에 등록된 이탈리아 건설사와 카메룬 간 분쟁(위 I. 1.)에서도 상사중재와 투자분쟁이 병행적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즉, 이탈리아 건설사는 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계약상대방을 상대로 ICC 상사중재를 제기하였을 뿐만 아니라 카메룬 정부를 상대로 투자분쟁도 제기하였습니다.
상사중재와 함께 투자분쟁절차를 제기하는 것은 분쟁 과정에서 상대방과 협상을 하는 데에 있어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투자분쟁절차가 제기되면 상대방 입장에서 분쟁 규모가 보다 커지는 것에 따른 risk 때문에 협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도 많습니다.
상사중재, 국내법원, 투자분쟁의 동시 활용을 위해서는 다양한 법적 장치와 문서를 세심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지만, 계약에서 정한 분쟁해결절차 뿐만 아니라 투자분쟁절차의 활용의 가능성을 이해하는 것은 투자협정에 의해 인정되는 권리 보호를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2. 투자구조에 따른 다양한 투자분쟁절차의 개시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 단독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겠으나 다른 국가의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공동으로 수행하거나,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별도의 자회사를 제3국에 설립하여 이를 통해 사업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투자구조가 활용될 수 있습니다.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투자유치국과 분쟁이 발생한 경우 투자유치국을 상대로 어떠한 분쟁해결절차를 활용할 수 있는지는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의 국적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의 본국이 투자유치국과 투자협정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체결하였더라도 그 범위가 제한적이라면 투자분쟁절차를 활용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들의 본국들이 투자유치국과 모두 투자분쟁절차에 관한 투자협정을 체결하였다면, 공동으로 참여한 기업들이 각자 개별적으로 본국이 체결한 투자협정을 근거로 투자분쟁절차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각각의 투자협정의 내용에 따라, 또는 중재판정부의 판단에 따라, 동일한 분쟁에 대한 결론이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제3국에 자회사를 설립하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제3국이 투자유치국과 투자협정이 체결되어 있는지에 따라 투자분쟁 제기 가능성과 승소 가능성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우리나라와 투자유치국 간에 투자협정이 체결되어 있는 반면 제3국와 투자유치국 간에 투자협정이 체결되어 있지 않다면, 제3국의 자회사가 직접 투자유치국을 상대로 투자분쟁절차를 개시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우리나라와 투자유치국 간에 투자협정은 없지만 제3국와 투자유치국 간 투자협정이 있다면, 비록 우리나라 기업이 직접 투자분쟁을 제기할 수는 없더라도, 제3국에 설립한 자회사가 투자유치국을 상대로 투자분쟁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분쟁 발생에 대비하여 적용되는 투자협정의 존재와 그 내용을 확인하고 그에 따라 신중하게 투자구조를 구성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