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택조합은 ‘추진위원회’ 단계를 거쳐 지역주택조합으로 발전한 후 주택법상의 설립인가를 받음으로써 설립절차가 완료됩니다. 지역주택조합은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사업부지 매매계약, 설계계약, 공사도급계약 등을 체결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합원을 모집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추진위원회’가 체결한 계약이 유효한지, ‘추진위원회’가 체결한 계약의 효력이 향후 설립된 지역주택조합에게도 미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가 체결한 매매계약이 유효하고,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와 지역주택조합이 동일한 단체(비법인사단)이므로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가 체결한 매매계약의 효력이 지역주택조합에게도 미친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대법원은 이를 그대로 확정하였습니다. 위 판결 사안에 대하여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A 등 3인은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위하여 ‘B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를 설립한 후 토지주인 C와 부동산 매매약정(이하 “이 사건 매매약정”)을 체결하였습니다. 이후 ‘B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는 조합원을 모집하기 시작하여 1,600여 명이 넘는 조합원을 모집하였는데, 토지주인 C가 돌연 이 사건 매매약정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그 이행을 거부하여 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B 지역주택조합’(이하 “원고 조합”)은 C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및 토지사용승낙 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소제기 당시까지 원고 조합의 창립총회가 개최되지는 않았으나(즉, ‘추진위원회’ 단계에 있었으나), 제1심 진행 중 창립총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위 소송의 제1심은 원고 조합이 비법인사단으로서의 실체가 없다면서 소각하판결을 하였고, 항소심도 동일한 판결을 하였습니다. 저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항소심에서부터 판결 확정 시까지 원고 조합을 대리하였는데, 상고심에서 ‘원심은 비법인사단의 당사자능력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는 파기환송 판결을 받아내어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되었습니다.
파기 후 환송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 본격적으로 원고 조합 청구의 당부에 대한 심리(본안 심리)가 이루어졌는데, 특히 지역주택조합 법리와 관련하여 ①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가 체결한 매매계약이 유효한지, ②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가 체결한 매매계약의 효력이 지역주택조합에게도 미치는지 여부가 다투어졌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①의 쟁점과 관련하여 이 사건 매매약정서에 당사자로 기재되어 있는 ‘B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는 매매약정 체결 당시 비법인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갖추어 C와 이 사건 매매약정을 체결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특히,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가 비법인사단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의 판단기준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의미있는 판시를 하였습니다.
지역주택조합사업은 그 특성상 최초 추진 시에는 소수의 개인들에 의하여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지역주택조합 설립이 완성되기 전 위 개인들로 구성된 임의단체에 관하여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여 비법인사단성을 부정하거나 이후 설립되는 지역주택조합과의 동일성을 부정한다면, 지역주택조합이 기존에 형성되어 왔던 법률관계와 단절될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임으로써 향후 설립되는 조합으로부터 만족을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이해관계를 맺은 계약상대방이나 기왕에 추진되어 온 사업의 진척상황을 믿고 조합원으로 가입한 자들에 대하여 불측의 손해를 가할 수 있으므로, 비법인사단으로서의 실체 형성 및 동일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위와 같은 사정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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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②의 쟁점과 관련하여, 서울고등법원은 ‘원고 조합의 조합원들이 비법인사단의 실체를 갖춘 B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에 새로운 구성원으로 가입하고 위 추진위원회가 2018. 1. 5.자 임시총회 및 2018. 6. 17.자 창립총회의 각 개최를 통하여 동일성을 유지하며 원고 조합으로 설립이 완성됨으로써, 원고 조합이 위 추진위원회로부터 이 사건 매매약정을 비롯하여 기왕에 형성하였던 법률관계를 포괄적으로 승계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처럼 서울고등법원은 ‘B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가 동일성을 유지하며 원고 조합으로 설립이 완성되었다’고 판시함으로써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가 발전하여 지역주택조합으로 설립된 사정, 즉 두 단체가 동일한 단체임을 인정함으로써 B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가 형성한 법률관계가 지역주택조합인 원고 조합에게도 그대로 미친다는 원고 조합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최근 지역주택조합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위 판결은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가 체결한 각종 계약의 효력을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가 형성한 법률관계를 신뢰하고 이해관계를 맺은 계약상대자들과 기왕에 추진되어 온 사업의 진척상황을 믿고 가입한 조합원들의 불측의 손해를 방지하는데 필요한 법리적 기초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판결입니다.
다만, 위 판결도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가 체결한 계약이 무조건 유효하다거나,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와 지역주택조합이 무조건 동일한 단체이며 당연히 그 법률관계를 승계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는 각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 또는 지역주택조합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리 평가될 수 있으므로, 우선 각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 또는 지역주택조합이 처한 상황을 명확히 파악한 후 위 판결의 취지를 고려하여 법률관계를 해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