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의 왕은 휴대전화’라고 해도 더 이상 과언이 아닙니다.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이루어진 총 63,935건의 디지털 증거분석(경찰 단계) 중에서 무려 82.1%가 휴대전화에 대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2020년 경찰통계연보). 휴대전화에는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등 메신저 대화내용, 연락처, 일정, 위치정보, 사진 및 동영상 등 사용자의 개인적, 사회적 영역과 관련된 다양한 대량의 전자정보가 저장되어 있어, 수사기관은 수사 초반부터 피의자 및 관계자의 휴대전화 압수ᆞ수색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수사기관은 종래 휴대전화에서 일부 특정 전자정보만을 선별하여 복제ᆞ저장하는 작업이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범죄 혐의사실에 대한 관련성과 무관하게 일단 휴대전화에 저장된 파일 전체를 복제하여 확보해 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수사 과정에서 휴대전화 압수ᆞ수색의 비중과 중요성이 증가하는 한편 과도한 휴대전화 압수ᆞ수색으로 인한 문제점이 지적되는 배경하에서 대법원은 지난 2022. 1. 14. 전자정보 압수ᆞ수색에서의 선별 및 상세목록 교부 등에 관한 중요한 법리를 제시하였고(대법원 2022. 1. 14.자 2021모1586 결정), 최근에도 인터넷 서비스 업체가 보관하고 있는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ᆞ수색에서 정보주체인 휴대폰 사용자의 참여권 보장에 관한 주목할 만한 첫 판단을 내렸습니다(대법원 2022. 5. 31.자 2016모587 결정). 위 대법원 결정들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I. 대법원 2022. 1. 14.자 2021모1586 결정
대법원은 ‘수사기관은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 있는 전자정보만을 압수하여야 한다’는 형사소송법과 확립된 판례의 원칙을 확인하고, 이를 기초로 전자정보 압수ᆞ수색영장 집행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중요한 법리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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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사기관의 범죄 혐의사실 관련성 선별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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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의 목적물이 전자정보가 저장된 저장매체인 경우, 수사기관이 압수ᆞ수색영장의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 있는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이를 제출받아야 하고, 범죄 혐의사실 관련성에 대한 선별(구분) 없이 임의로 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로 복제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위법한 압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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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사기관의 전자정보 상세목록 작성ᆞ교부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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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은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 있는 정보의 탐색ᆞ복제ᆞ출력이 완료된 때에는 지체 없이 압수된 정보의 상세목록을 피의자 등에게 교부하여야 하며, 압수물 목록은 피압수자 등이 압수처분에 대한 준항고를 하는 등 권리행사절차를 밟는 가장 기초적인 자료가 되므로, 압수된 정보의 상세목록에는 정보의 파일 명세가 특정되어 있어야 한다. 기술적인 문제로 전자정보 전체를 1개의 파일 등으로 복제ᆞ저장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압수목록이나 전자정보 상세목록에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 부분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파일 전체를 보관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부기하는 등의 방법을 취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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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사기관의 무관 정보 삭제ᆞ폐기ᆞ반환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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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은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 있는 전자정보의 탐색ᆞ복제ᆞ출력이 완료된 때에는 지체 없이 범죄 혐의사실과 무관한 나머지 정보를 삭제ᆞ폐기ᆞ반환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만일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 없는 나머지 정보를 삭제ᆞ폐기ᆞ반환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면 그 나머지 정보에 대한 압수는 영장 없이 압수ᆞ수색하여 취득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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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선별 의무, 상세목록 작성ᆞ교부의무 및 무관 정보 삭제ᆞ폐기ᆞ반환의무를 위반한 압수의 효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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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이 ① 압수ᆞ수색영장에 기재된 범죄 혐의사실과의 관련성에 대한 선별(구분) 없이 임의로 전체 전자정보를 복제ᆞ출력하여 보관하여 두고, ② 그와 같이 선별되지 않은 전자정보에 대해 구체적인 개별 파일 명세를 특정한 상세목록을 작성ᆞ교부하지 않으며, ③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성 없는 무관 정보에 대한 삭제ᆞ폐기ᆞ반환 조치도 취하지 아니하였다면, 이는 압수의 대상이 아닌 정보까지 영장 없이 취득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상세목록 작성ᆞ교부의무와 무관 정보 삭제ᆞ폐기ᆞ반환의무를 사실상 형해화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어서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원칙을 중대하게 위반한 것이다. 이러한 경우 영장 기재 범죄 혐의사실과의 관련성 유무와 상관없이 수사기관이 임의로 전자정보를 복제ᆞ출력하여 취득한 정보 전체에 대해 그 압수는 위법한 것으로 취소되어야 하고,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수사기관이 취득하여 보관하고 있는 전자정보에 대해 다시 압수ᆞ수색영장이 발부되었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없다.
위 대법원 결정은 전자정보 압수ᆞ수색에 관한 수사기관의 ① 범죄 혐의사실과의 관련성에 대한 선별(구분) 의무, ② 상세목록 작성ᆞ교부의무, ③ 무관 정보 삭제ᆞ폐기ᆞ반환의무를 재확인하고, 특히 수사기관이 위 의무들을 모두 위반한 경우 이는 영장주의의 적법절차 원칙을 중대하게 위반한 것으로서,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 없는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는 물론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 있는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까지, 즉 전체 압수가 위법한 것으로 모두 취소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대법원은 휴대전화 압수ᆞ수색과 관련하여 전자정보 전체를 1개의 파일 등으로 복제하여 저장할 수밖에 없는 기술적인 문제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원칙을 후퇴시킬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II. 대법원 2022. 5. 31.자 2016모587 결정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휴대전화가 아닌, ㈜카카오 본사에서 피의자의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내용을 압수하는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압수ᆞ수색의 일시와 장소에 관한 사전통지를 하지 않았고, 대화내용을 포함한 전자정보의 탐색ㆍ출력 과정에서도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부여하지 않은 사안에 관한 대법원 결정입니다.
대법원은 ㈜카카오로부터 입수한 전자정보에서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을 선별하지 않은 위법, 선별과정에서 피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위법, 피의자에게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지 않은 위법, 압수ᆞ수색영장 원본을 제시하지 않은 위법을 종합하여, 압수ᆞ수색에서 나타난 위법이 ‘압수ᆞ수색 절차 전체를 위법하게 할 정도로 중대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종래 수사기관이 ㈜카카오와 같은 인터넷서비스업체가 보관하는 전자정보(’제3자 보관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ᆞ수색을 실시하는 경우, 수사의 보안성ᆞ밀행성을 이유로 피의자에 대한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위 대법원 결정은 종전의 판례에서 확립된 전자정보 압수ᆞ수색과 관련한 수사기관의 범죄 혐의사실 관련성 선별 의무, 전자정보 상세목록 작성ᆞ교부의무 등을 확인하는 한편, 제3자 보관 전자정보의 압수ᆞ수색에서 정보주체인 휴대전화 사용자에게도 참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밝힌 대법원의 첫 판단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