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L Legal Update

2026.05.08
ABCP 발행·유통자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 대법원 2023다216388 판결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최근 대법원은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발행·유통자의 투자자보호의무 위반 및 손해발생시점에 관한 중요한 판단을 내렸습니다(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3다216388 판결). 이 판결은 구조화 금융상품을 발행·유통하는 금융투자업자의 정보 제공 의무 수준을 높이고, 손해배상소송에서 지연손해금 기산일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실무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판결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을 소개합니다.


I. 사건의 개요

피고 A증권 및 피고 B증권은 국내 시장에서 C사가 보증하는 해외 회사채를 기초로 하는 ABCP의 발행을 주도하고 이를 인수한 증권회사들이고, 원고는 그 중 피고 B증권이 인수한 물량을 다른 회사들을 거쳐 매입한 투자자입니다. 

신용평가사들은 위 ABCP에 A2 등급을 부여하였고, 위 ABCP의 상환가능성은 그 기초자산(해외 회사채)의 보증인인 C사의 신용도에 직접 연계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C사는 중국의 에너지기업으로, C사가 위 해외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을 제공하려면 중국 외환관리규정에 따라 중국 외환관리국(State Administration of Foreign Exchange of China, "SAFE")에 보증사실을 등록하여야 하였습니다. 이에 C사는 SAFE에 보증사실 등록을 신청하였으나, 약정된 기한 내에 그 등록이 완료되지 아니하여 중국 내 자산으로 보증채무를 이행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ABCP는 신용평가에 위와 같은 사정이 반영되지 아니한 채 그대로 국내 시장에 유통되었습니다. 이후 교차부도가 발생하여, 결국 위 ABCP는 만기인 2018. 11. 9.에 상환되지 못하였습니다. 


II. 주요 쟁점 및 대법원의 판단

1. ABCP 발행·유통자의 투자자보호의무 위반 인정

대법원은 원심과 동일하게 사기·착오에 의한 매매계약 취소 주장(주위적 청구)을 배척하고, 대신 피고들의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주장(예비적 청구)을 받아들였습니다. 이러한 판단 과정에서, 대법원은 피고들과 같은 ABCP 발행·유통자의 투자자보호의무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 ABCP는 유동화자산(이 사건의 경우, C사가 지급보증을 한 해외 회사채)의 현금흐름으로 상환될 것이 예정되어 있어 유동화자산의 수익구조와 위험요인에 따라 투자위험이 달라질 수 있음
  • 따라서 ABCP 발행·유통자가 투자자보호의무를 위반하여 투자자들의 투자판단에 영향을 주고 그로 말미암아 투자자들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며, 이는 직접 투자를 권유한 상대방이 아닌 투자자에 대하여도 마찬가지임

이러한 전제하에 대법원은, 피고들이 SAFE등록의 미완료로 인한 유동화자산 위험이 이 사건 ABCP의 신용평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면서도 신용평가사들에게 정확한 정보 및 자료를 제공할 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특히 피고 A의 직원은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거래를 중단한 타 증권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투자자들에게 SAFE등록 미완료로 인한 유동화자산 위험을 적절히 고지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피고들의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을 인정한 원심의 결론을 정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인과관계 및 책임제한

대법원은 금융투자업자의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으로 투자자의 의사결정권이 침해되어 의도하지 아니한 투자위험을 지게 된 결과 투자금 미회수 손해가 발생한 이상, 의무위반과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원심이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전체 손해의 50%로 제한한 판단에 대해서도 법리오해가 없다고 수긍하였습니다.


3. 손해발생시점 및 지연손해금 기산일(파기환송 부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원칙적으로 위법행위 시에 성립하지만, 위법행위 시점과 손해발생 시점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에는 손해가 발생한 때에 성립하고 지연손해금도 그 시점을 기산일로 하여 발생합니다(대법원 2013. 1. 24. 선고 2012다29649 판결 등). 금융투자업자의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투자자의 손해는 미회수금액의 발생이 확정된 시점에 현실적으로 발생하고, 손해액 역시 위 시점을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합니다(2021. 1. 14. 선고 2017다6115 판결 등).

원심은 원고의 손해가 원심 변론종결일에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 ABCP가 만기(2018. 11. 9.)에 상환되지 않았음이 명백하고, 원고가 만기 이후에 원금을 일부라도 회수할 수 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찾아볼 수 없으므로, 원고는 ABCP 만기가 도래함으로써 손해를 입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손해발생일 및 지연손해금 기산일에 관한 원심의 법리오해를 이유로 해당 부분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III. 판결의 의의와 실무상 시사점

1. 투자자보호의무의 범위 확대

이 판결은 ABCP의 발행·유통자가 신용평가사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유동화자산 위험이 신용평가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할 의무가 있음을 대법원이 직접 확인한 중요 선례입니다. 이러한 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은 직접 투자를 권유한 상대방뿐만 아니라 유통 과정에서 ABCP를 매입한 간접 투자자에 대하여도 인정됩니다. 

금융투자업자는 인수·주선한 금융상품이 2차, 3차 유통될 가능성을 고려하여 리스크 요인을 축소·은폐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하며, 정보 제공 및 리스크 관리 체계를 보다 엄격히 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손해발생시점 및 지연손해금 기산일 기준 제시

대법원은 ABCP와 같은 채무증권의 경우 만기에 상환되지 않고 이후 회수가능성도 인정되지 않는다면 만기 도래 시점에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이에 따르면 변론종결일이 아닌 만기일이 손해발생시점이 되어 지연손해금 기산일을 앞당기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투자자로서는 회수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만기를 지연손해금의 기산일로 특정하여 청구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반면 투자자보호의무를 부담하는 금융투자업자로서는 만기 이후에도 회수가능성이 존재하였음을 적극적으로 입증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3. 기업 및 실무 담당자 유의사항

ABCP와 같은 구조화 금융상품을 인수하는 금융투자업자는 기초자산에 해외 규제 리스크가 존재하는 경우 해당 리스크의 해소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본 뉴스레터에 관련된 문의사항이 있을 경우 위 연락처 또는 법무법인의 담당 변호사에게 직접 문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