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분쟁의 흐름을 읽는 격월간 브리핑
3월과 4월에도 자본시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요동쳤습니다. 2월의 뜨거운 상승세 이후 미국-이란 전쟁 등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대외 변수와 금리·환율 흐름이 맞물리며 시장의 기대와 불안이 하루 단위로 교차했습니다. 그럼에도 AI·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성장 기대는 여전히 꺼지지 않았고, 한편으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시장 체질’과 관련된 논의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더욱 깊게 만들었으며, 투자중개업자와 투자자의 법률관계 및 부당이득 반환 범위 등 기존에 논쟁이 있었던 쟁점에 대한 의미있는 판결들도 선고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매일매일 헤쳐 나가고 있는 격랑 속에서, BKL은 오늘도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의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자본시장ㆍ금융투자 관련 쟁송에 관한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2개월마다 간행하는 에서는 새로 나온 주요 자본시장, 신탁 관련 판례들과 주목할 만한 금융규제 동향, 그리고 저희 BKL의 성공적인 수행 사례를 소개하여 드립니다.
I. 새로 나온 주요 자본시장 관련 판례
1. 투자중개업자의 부당이득반환 범위
✓ 펀드 환매 중단 사태, 투자중개업자가 투자금 '전액'을 돌려줘야 할까? (대법원 2026. 4. 2. 선고 2024다221141 판결)
자본시장법 도입 이후 투자자와 투자중개업자의 법률관계에 대한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단이 없어, 하급심마다 '수익증권 매매계약', '무명계약', '펀드 가입 계약' 등 해석의 혼선이 이어져 왔습니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의 부동산 매입 무산으로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하고, 투자자들이 투자중개업자인 증권사를 상대로 수익증권 매매계약 취소 및 부당이득반환(투자금 전액) 등을 청구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① 투자자와 투자중개업자의 법률관계는 ‘펀드 투자 계약’이며(투자중개업자는 계약 당사자로서 수익증권을 판매하고 투자금을 수령하며, 투자자가 집합투자업자의 수익증권을 취득하도록 매개), ② 투자중개업자가 투자금을 신탁업자에게 지급하였다면 이는 합의된 용도에 따라 자금을 지출한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금전상 이익이 현존한다'는 추정이 번복된다고 판단하고, 투자중개업자가 선의의 수익자로서 반환책임을 부담하는 ‘현존이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확정하였습니다.
✓ 투자신탁형 집합투자기구의 투자중개업자와 현존이익 (대법원 2026. 4. 16. 선고 2025다217414 판결): III. 참조
2. 신탁의 효력
✓ 조세회피 목적 부동산 관리신탁의 효력 (대법원 2026. 4. 16. 선고 2025두35956 판결, 2026. 3 .12. 선고 2025두35801 판결)
부동산소유자인 A회사는 재산세·종합부동산세 절감을 위해 자사 대표자와 부동산 관리신탁계약을 체결하였고, 신탁계약 체결 후 위탁자 지위는 A회사 원고 소외3으로 이전되었습니다. K구청장은 구위탁자 지위 이전으로 원고가 부동산을 무상으로 취득하였다고 보고 취득세 등을 부과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수탁자의 권한 및 보수, 수익자의 권한, 위탁자 지위 변경계약의 내용 및 신탁계약 체결 동기 등을 종합할 때, 부동산의 처분권한이 신탁계약 체결 이전과 마찬가지로 최초 위탁자(A회사)에 유보되어 있어, 신탁의 본질에 전혀 부합하지 않으므로 신탁법상 신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실질적으로 명의신탁에 불과하여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무효라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시하였습니다.
✓ 관리형 토지신탁의 책임한정특약, 약관법상 설명의무 대상인가? (대법원 2026. 2. 26. 선고 2023다280945 판결)
관리형 토지신탁의 수탁자가 시행사·분양자 지위를 승계하여 수분양자와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신탁재산 및 신탁계약의 업무범위 내에서만 책임을 부담한다"는 이른바 책임한정특약을 두었으나, 입주 지연으로 수분양자가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 반환 및 위약금을 청구한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① 관리형 토지신탁의 수탁자는 원칙적으로 신탁재산뿐 아니라 고유재산으로도 책임을 부담하는데, 책임한정특약은 이러한 원칙적 책임 범위를 신탁재산 한도 내로 제한하는 것으로서 수분양자의 계약 체결 여부 결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② 책임한정특약이 신탁업계에서 통용되더라도 거래 경험이 드물고 전문지식이 없는 수분양자가 별도 설명 없이 그 존재와 내용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책임한정특약이 약관법 제3조 제3항의 설명의무 대상인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은 수탁자가 책임한정특약을 원용할 수 없다고 본 원심을 확정하였습니다.
3. 불공정거래
✓ 특정 증권에 관한 제3자의 이해관계를 표시하지 않고 증권을 추천하면 처벌? (대법원 2026. 1. 15. 선고 2024도11686 판결)
대법원은 특정 증권에 관한 제3자의 이해관계를 표시하지 않은 채 증권을 추천하는 행위가 자신의 이해관계를 표시하지 않은 채 추천하는 행위와 마찬가지로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 및 효율성을 해칠 위험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투자자문업자 등과 제3자와의 관계, 제3자가 해당 증권을 보유하게 된 경위, 그 과정에서 제3자가 이익을 취할 수 있도록 투자자문업자 등이 의도하였는지, 투자판단의 실질적 주체가 누구인지, 이로써 투자자문업자 등이 어떤 이익을 얻거나 또는 객관적으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지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이때 투자자문업자 등의 이익은 금전적 이익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문업자 등의 평판, 정보교환의 기대 등 일정한 개인적 이익도 포함한다는 법리를 설시하고, 애널리스트가 특정 증권의 매수를 추천하는 조사분석자료를 공표하기 전에 제3자의 계좌를 이용하여 그 증권을 매수하도록 한 행위에 자본시장의 공정성, 신뢰성 및 효율성을 해칠 위험이 존재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II. 금융규제 동향
✓ [입법] 제3차 상법 개정에 따른 「자기주식 관련 공시」 강화 등 주요내용 및 시사점:
2026년 3월 6일 시행된 제3차 상법 개정과 이에 따른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2026. 3. 31. 입법예고)은 자기주식을 '자산'이 아닌 '자본의 환급'으로 재정의하고, 취득 후 1년 이내 소각을 원칙으로 의무화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자사주를 보유하거나 처분하려는 기업은 매년 주주총회에서 보유·처분계획을 승인받아야 하며, 모든 상장사는 관련 이행 현황을 의무적으로 공시하여야 합니다. 특히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EB) 발행 및 인적분할 시 신주 배정(이른바 '자사주 마법')이 전면 금지됨에 따라, 상장법인은 유예기간 내에 기존 보유 자사주의 처리 전략을 수립하고 정관 정비 등 법적 대응 체계를 즉시 점검하여야 합니다.
III. BKL 수행사례
✓ 투자신탁형 집합투자기구의 투자중개업자와 현존이익 (대법원 2026. 4. 16. 선고 2025다217414 판결)
사건: 투자신탁형 집합투자기구가 비상장기업의 사모사채에 투자하는 상품이었음에도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주된 투자대상으로 하는 상품인 것처럼 속여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은 사안에서, 투자자들이 투자중개업자를 상대로 투자 계약 취소 및 부당이득반환을 청구
성과: BKL 수행팀은 원심의 해석이 투자신탁형 집합투자기구를 둘러싼 법률관계의 구조에 반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자본시장법상 투자금의 납입 구조 및 신탁재산의 관리·처분 구조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투자금을 집합투자기구의 신탁재산에 편입시키기 위하여 신탁업자에게 입금할 것’ 자체가 투자자가 투자중개업자에 대하여 한 지시이자 투자자와 투자중개업자 사이의 합의의 내용이라는 점을 법리적으로 강조하여 파기환송판결을 받아냄
의미: 투자중개업자의 부당이득 반환 범위에 관하여, 투자금의 신탁업자 납입이 ‘합의에 따른 지출’에 해당하여 현존이익 추정이 번복된다는 법리를 대법원 판결로 확립한 리딩 케이스
✓ 이사 보수 한도 승인 결의에서 주주 겸 이사의 의결권 행사 제한을 인정받은 사례 (서울서부지방법원 2026. 4. 23. 선고 2025가합1202 판결)
사건: 발행주식 총수의 80%를 보유한 대표이사(A)가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여 결의를 가결한 것에 대해, 20% 소수주주(원고)가 상법 제368조 제3항의 특별이해관계인 해당을 이유로 결의취소의 소를 제기한 사안
성과: BKL 수행팀은 ① 주주 겸 이사가 보수 한도 결의에 직접적 이해관계를 가진다는 점, ② 상법 제388조의 강행규정 취지가 형해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 ③ 특별이해관계인의 주식은 발행주식 총수에서도 제외되어 정족수에 문제가 없다는 점 등을 주장하여, 결의취소 인용 판결을 이끌어냄
의미: 폐쇄회사·합작투자회사 구조에서 ‘개별 보수’가 아닌 ‘보수 한도’ 승인 결의에 대해서도 주주 겸 이사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로서, 향후 소수주주 보호 및 주주간 계약 운용 실무에 중요한 선례
저자: 윤정노, 고지훈, 윤지효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