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요소가 많은 시기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자본시장은 활발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BKL은 2024년 한 해 동안 선고되었던 자본시장 및 자본시장법 관련 주요 대법원 판례를 총 3회에 걸쳐 되돌아보려고 합니다. 세 번째는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에 관한 판결입니다.
》 2024년 자본시장법 주요 판례(1) 금융투자업 및 집합투자기구
》 2024년 자본시장법 주요 판례(2) 증권의 발행 및 유통, 공시
I. 기업의 공시 내용 자체는 거짓이 아님에도 '부정한 수단'을 사용한 것으로 인정된 사안 (대법원 2024. 5. 30. 선고 2019도12887 판결)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코스닥 상장회사의 경영진인 피고인들이 ① 투자자 A, B에게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고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위 투자자들의 취득자금이 타인 자금으로 조성되었음에도 자기 자금으로 조성된 것처럼 기재하여 공시하고, ② 투자자 C의 투자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회사가 C에게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한다는 내용의 이사회 결의가 이루어진 사실을 공시함으로써 금지된 부정거래행위(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1호, 제2호)를 하였다는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사안입니다.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원심은 ① 회사가 투자자 A, B의 취득자금 조성경위를 객관적 사실과 달리 자기 자금으로 기재하였더라도 이것이 ‘중요사항’에 관한 거짓 기재를 사용하여 투자자 A, B의 ‘금전,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얻고자 한 행위라고 볼 수 없고, ② 투자자 C의 경우에는 이에 관한 이사회의 결의 내용이 실제와 다르게 기재되었다거나 누락된 것은 아니므로, 피고인들이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1호 또는 제2호의 부정거래 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2. 판결의 요지
그러나 대법원은 ① 공시의 경우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2호의 ‘중요사항’에 해당하는 ‘취득자금 조성경위’에 관한 거짓 기재를 사용하여 회사의 ‘금전,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얻고자 한 행위로 볼 여지가 많고, ② 공시의 경우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1호에서 금지하는 부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습니다.
특히 위 ② 공시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해당 공시가 이사회 결의 내용 등 공시할 대상을 그대로 반영하여 그 공시 내용 자체를 거짓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라 하더라도, 다른 수단이나 거래의 내용∙목적∙방식 등과 결부되어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볼 수 있다면, 그러한 공시가 이루어지도록 한 행위는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1호의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판결의 의미
자본시장법 제178조는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등과 관련하여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1호; 부정수단 등의 사용)’와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를 하거나 타인에게 오해를 유발시키지 아니하기 위하여 필요한 중요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가 누락된 문서, 그 밖의 기재 또는 표시를 사용하여 금전,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행위(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2호; 허위표시 등의 사용)’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 중 ‘허위표시 등의 사용’에 관한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2호의 판단기준에 관하여, 대법원은 주권상장법인이 회사의 중요의사결정에 관하여 이사회에서 결의를 하는 등으로 내부적 절차를 거친 후 이에 대한 공시를 통하여 시장에 정보를 제공한 사안에서는 그 공시 내용 자체가 거짓인지에 따라 허위표시 여부를 판단할 것이지 그 행위자가 실제로 공시된 내용을 실현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에 따라 판단할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도686 판결 등 참조).
이 대법원 판결은 같은 법리를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부정수단 등의 사용’에 관한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1호를 적용함에 있어서는 공시가 이사회 결의 내용 등 공시할 대상을 그대로 반영하여 그 자체를 거짓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라 하더라도 다른 수단이나 거래의 내용, 목적, 방식 등과 결부되어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볼 수 있다면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는 기업의 공시를 평가함에 있어서 단순한 사실의 기재를 넘어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의도까지 고려하여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자본시장법상 사용이 금지된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의 판단 기준을 보다 구체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II. 속아서 제3자로부터 주식을 매수한 경우 재산상 손해의 산정방법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2다286335 판결)
1. 사건의 개요
피고는 증권방송에서 주식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유사투자자문업체를 설립·운영하였고, 원고는 피고의 추천을 믿고 투자클럽에 가입한 후 3개 회사의 주식을 총 1억 1,095만 원에 매수하였습니다. 그러나 피고가 원고에게 약속한 목표가는 달성되지 아니하였고 기타 제공된 정보도 허위로 밝혀졌으며, 피고는 원고에 대한 사기죄로 기소되어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기망에 의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는데, 원심은 피고의 기망행위가 없었다면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여 위 주식의 매수대금 전액을 손해액으로 인정하였습니다.
2. 판결의 요지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의 재산상 손해는 해당 주식의 매수대금과 매수 시점 당시 그 주식의 객관적 가치와의 차액이라고 판단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위법한 가해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상 불이익, 즉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위법행위가 가해진 시점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의미한다는 법리를 전제하면서(대법원 2000. 11. 10. 선고 98다39633 판결 등 참조), 이는 특정 주식의 가격상승 등에 관한 기망으로 이를 매수하게 한 것이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므로, 해당 주식이 매수 전후에 정상적인 거래의 대상이었고 기망이 없었다면 이를 매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면,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주식의 매수대금에서 취득 당시 객관적인 가액 상당을 공제한 차액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3. 판결의 의미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주식 매매 관련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재산상 손해의 산정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습니다. 만약 원심과 같이 원고가 주식을 매수한 것 자체 또는 매수대금 전액을 손해로 보게 되면, 오히려 원고가 주식을 매수함으로써 그 시가 상당의 이익을 실질적으로 취득하였음에도 과잉배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III. “김치 프리미엄”과 가상자산사업자 (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710 판결)
1.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공범들과 함께 전주(錢主)들로부터 받은 자금으로 일본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매수한 후 이를 소위 ‘김치 프리미엄’이 있는 한국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매도하는 방식의 재정거래(차익거래)를 한 사람입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방식의 거래를 수십 차례 반복하고 계좌로 송금되는 돈의 0.3~0.5%를 수수료로 받았습니다.
이에 검사는 피고인이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하지 않고 가상자산거래를 영업으로 수행함으로써 구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금융정보법’)을 위반하였다는 혐의로 기소하였고, 원심은 공소사실을 인정하여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2.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수긍하고 이에 대한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자기의 계산으로 오로지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서만 가상자산의 매매나 교환을 계속∙반복하는 가상자산거래소의 일반적인 이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상자산사업자로 보기 어려울 것이나, 피고인과 같이 불특정 다수인 고객이나 이용자의 편익을 위하여 가상자산거래를 하고 그 대가를 받는 행위를 계속∙반복하는 자는 원칙적으로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신고를 한 후에 가상자산사업을 영위하여야 하는 가상자산사업자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판결의 의미
가상자산사업자 또는 가상자산사업을 운영하려는 자는 금융정보분석원(FIU)장에게 신고하여야 하고(특정금융정보법 제7조 제1항),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가상자산거래를 영업으로 한 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특정금융정보법 제17조 제1항). 이 판결은 가상자산 거래의 목적, 종류, 규모, 횟수, 기간, 태양 등 개별사안에 드러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가상자산사업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을 설시한 것으로 향후 유사한 사건에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IV. “복합 시세조종성 부정거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19다292750 판결)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코스닥 상장법인인 X 회사의 주식에 투자한 원고들이 투자정보 제공업체와 그 임원인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경우입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피고들이 저지른 다양한 시세조종행위와 부정거래행위(X 회사의 경영참여 여부 등에 관한 거짓정보 제공, 거래량 부풀리기, 허위 매매 유도 등)로 인하여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자본시장법 제177조(시세조종의 배상책임)와 제179조(부정거래행위 등의 배상책임)에 근거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그러나 원심은 원고들이 피고들의 각 시세조종행위 내지 부정거래행위와 이에 상응하여 원고들에게 개별적으로 발생한 손해의 유형과 액수를 특정함으로써 개별적인 인과관계와 손해 발생 금액을 증명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2.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습니다.
1) “복합 시세조종성 부정거래행위”의 개념
대법원은 거짓 표시 내지 위계, 그 밖의 부정한 수단, 계획, 기교를 사용하는 등의 부정거래행위를 하여 상장주식의 시세를 인위적으로 변동시킴으로써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행위를 ‘시세조종성 부정거래행위’로, 상장주식의 시세 변동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동일한 의도 하에 그 주식에 대하여 ‘시세조종행위’와 ‘시세조종성 부정거래행위’를 실행하여 시세에 복합적인 영향을 주려고 하는 행위를 ‘복합 시세조종성 부정거래행위’로 각 정의하였습니다.
2) “복합 시세조종성 부정거래행위”와 투자자의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대법원은 위와 같은 의미의 “복합 시세조종성 부정거래행위”가 전체적으로 투자판단에 직접 영향을 주어서 원고들이 주식을 거래하게 되었다면 그 복합 시세조종성 부정거래행위와 원고들의 주식 거래 사이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었다고 할 수 있고, 복합 시세조종성 부정거래행위를 구성하는 각각의 시세조종행위 내지 부정거래행위와 원고들의 주식 거래 사이에 개별적인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것까지 증명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복합 시세조종성 부정거래행위”로 인한 손해액의 산정 방법
대법원은 이러한 사안에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 원고들이 입은 손해액은, 복합 시세조종성 부정거래행위가 없었더라면 매수 당시 형성되었으리라고 인정되는 정상주가와 그 복합시세조종성 부정거래행위로 인하여 형성된 주가로서 투자자가 실제로 매수한 조작주가와의 차액 상당(만약, 정상주가 이상의 가격으로 실제 매도한 경우에는 조작주가와 그 매도주가와의 차액 상당)으로 산정할 수 있고, 반드시 개별 유형별 시세조종행위 내지 부정거래행위로 인한 주가 변동 및 손해 부분을 따로 추정하거나 이를 분리해서 산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3. 판결의 의미
대법원은 “복합 시세조종성 부정거래행위”라는 개념을 통하여 이 사건처럼 여러 유형의 부정거래행위가 결합하여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습니다. 이로써 대법원은 투자자가 복합 시세조종성 부정거래행위로 인한 손해를 주장할 때 개별 행위와의 인과관계를 일일이 증명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여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손해액의 산정 방법을 명확하게 제시하였습니다.
V. 채권자가 기업의 워크아웃 절차 중 출자전환으로 얻은 단기매매차익에 대하여 반환의 예외를 인정한 판결 (대법원 2024. 5. 9. 선고 2020다202616 판결)
1. 사건의 개요
주권상장법인인 원고는 2012년에 구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른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절차(이른바 워크아웃)를 신청하였고, 금융기관으로서 원고의 주채권은행인 피고는 2016년까지 위 공동관리절차를 주관하였습니다.
원고의 채권금융기관들로 이루어진 협의회는 워크아웃 과정에서 원고의 상장폐지 방지 등을 위해 두 차례의 출자전환을 의결하였고, 이에 피고는 2015. 12. 22. 원고에 대한 대출금채권 일부를 출자전환(이하 ‘이 사건 출자전환’)하여 원고의 보통주 1,743,276주를 단가 2,265원에 취득하였습니다.
한편 피고는 2015. 9. 10.부터 2016. 1. 28.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원고의 보통주 1,743,276주를 단가 2,337원 내지 3,900원에 각 매도하여 총 1,237,355,016원의 이익을 얻었습니다(이하 ‘이 사건 주식의 매도’). 이에 원고는 자본시장법 제172조에 따라 피고를 상대로 위 단기매매차익의 반환을 구하였습니다.
2. 판결의 요지
자본시장법은 주권상장법인의 주요주주가 그 법인이 발행한 증권 등을 6개월 이내에 매수∙매도하여 이익을 얻은 경우, 법인으로 하여금 그 주요주주에 대하여 해당 이익(단기매매차익)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자본시장법 제172조 제1항). 다만, 주요주주가 법령에 따라 불가피하게 매수하거나 매도한 경우에는 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자본시장법 제172조 제6항,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98조 제1호).
원심은 이 사건 출자전환이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98조 제1호의 예외사유(법령에 따라 불가피하게 매수한 경우)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그 거래 유형 자체에 내부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자본시장법 제172조 제1항의 ‘매수’에 해당하지 않는 유형의 거래로 해석된다고 판단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원고가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부실징후기업의 구조조정 내지 이를 통한 경영정상화를 목적으로 협의회의 심의∙의결에 따라 해당 기업에 대한 채권재조정으로서 대출금의 출자전환에 따른 주식의 취득은 객관적으로 볼 때 내부정보의 이용가능성이 없는 유형의 거래에 해당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하면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고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3. 판결의 의미
대법원은 그동안 법령상 정해진 단기매매차익 반환의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객관적으로 볼 때, 애당초 내부정보의 이용가능성이 전혀 없는 유형의 거래’에 대하여서는 단기매매차익 반환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왔으나(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1다36580 판결), 직접적으로 해석에 의하여 예외를 인정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이 판결은 대법원이 처음으로 해석에 의한 단기매매차익 반환의 적용예외 사유를 인정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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