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개관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조건과 관련하여, 재직조건이 있더라도 통상임금에는 해당하지만, 재직조건 그 자체는 유효하므로, 재직조건 미충족 시 정기상여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대법원 2025. 1. 23. 선고 2019다204876 판결).
2024. 12. 19.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고정성이제외되어 재직조건이 있더라도 통상임금에 해당하게 되었으나, 재직조건의 효력에 대하여는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아 재직조건 자체도 무효가 아닌지에 대하여 논란이 있었습니다. 특히 이 사건 원심판결에서 재직조건 자체가 무효라고 하였기 때문에 논란은 가중되었는데,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하여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조건은 원칙적으로 유효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II. 대법원의 판단
1.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조건의 효력: 원칙적으로 유효함 ← 새로운 법리 판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조건은 유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 사용자와 근로자는 임금 구조와 체계, 개별 임금 항목의 유형과 내용, 임금 총액 등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 임금에 관한 조건도 자유롭게 부가할 수 있으며, 그러한 조건은 강행규정에 위반되거나 탈법행위에 해당하는 등 별도의 무효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효력을 가짐(대법원 2024. 12. 19. 선고 2020다24719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 노사가 어떤 임금의 내용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재직조건을 부가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그 임금이 지급되기 위한 기준 내지 임금의 지급대상을 정하는 것이지 이미 지급하기로 정해져 있는 임금을 특정 시점에 재직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포기하게 하거나 박탈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볼 수 없음.
- 이 사건 정기상여금의 지급일과 산정기간에 비추어 볼 때, 근로자에게 유리한 퇴직 시기를 선택하여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을 초과하는 정기상여금을 지급받을 여지를 허용하고 노사 간에 미지급 내지 초과 지급된 부분을 상호 정산하지 않기로 한 재직조건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다고 볼 수 없음. 또한 피고 사업장에서는 적어도 2010년경부터 이 사건 정기상여금에 계속하여 재직조건이 부가되어 있었으므로, 재직조건을 부가할 경영상 필요성이 없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움.
2.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법정수당의 산정방법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법정수당의 산정방법에 관하여,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기준과 전체적으로 비교하여 그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이 포함된 부분에 한하여 무효로 된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하였고, 나아가 근로자가 통상임금의 범위 등에 관하여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 취업규칙 중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을 개별적으로 취사선택하여 법정수당을 산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른바 취사선택금지의 원칙을 재확인하였습니다.
- 근로기준법상 법정수당 산정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정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이 성질상 근로기준법상의 통상임금에 속하는 임금을 법정수당 산정기준이 되는 임금에 포함시키지 아니함으로써 근로자에게 불리한 면이 있는가 하면, 성질상 근로기준법상의 통상임금에 속하지 않는 임금을 법정수당 산정기준이 되는 임금에 포함시키고 있어 근로자에게 유리한 면이 있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과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따른 통상임금을 비교하여 후자가 전자에 미달하면 그 미달하는 범위 내에서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보아야 함.
- 근로자가 통상임금의 범위에 관하여 임금 항목별로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 중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을 개별적으로 취사선택하여 법정수당을 산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음.
3. 일급제 근로자의 주휴수당 차액 청구 가능
대법원은 일급제 근로자의 주휴수당 차액 청구 가부에 관하여도 다음과 같이 기존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이를 인정하였습니다.
- 시급제 또는 일급제 근로자가 기본 시급 또는 기본 일급 외에 매월 지급받는 고정수당 중에는 근로계약∙단체협약 등에서 달리 정하지 않는 한 구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른 법정수당인 주휴수당이 포함되어 있지 않음. → 시급제 또는 일급제 근로자로서는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에 속하는 매월 지급되는 고정수당을 포함하여 새로이 산정한 시간급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한 주휴수당액과 이미 지급받은 주휴수당액의 차액을 청구할 수 있고, 이를 주휴수당의 중복 청구라고 할 수 없음(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6다204271 판결 등 참조).
- 이는 1개월을 초과하는 일정 기간마다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시간급 통상임금을 새로 산정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임.
III. 의의 및 시사점
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의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조건 자체의 효력을 부정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이 사건 원심판결로 인하여 재직조건의 효력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이 있었고, 재직조건의 효력이 부정된다고 하면서 재직조건으로 인해 지급받지 못한 정기상여금 자체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BKL은 2024. 1. 6. 개최한 ‘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와 기업의 대응방안’에 관한 웨비나에서 대법원의 입장은 탈법행위 등의 무효사유가 없는 한 재직조건의 효력 자체는 인정하였다고 설명드린 바 있고, 이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하여 명확히 확인되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사용자와 근로자는 임금 구조와 체계, 개별 임금 항목의 유형과 내용, 임금 총액 등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 임금에 관한 조건도 자유롭게 부가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노사 간에 임금 항목이나 지급의 정함에 관한 자율성을 인정한 데 의미가 있고, 재직조건이 유효한 결과 퇴직자는 재직조건으로 인해 지급받지 못한 정기상여금을 구할 수 없다는 점도 확인되었습니다.
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었음에도 그 후속 쟁점들에 대한 노사 간 이견 발생에 따라 통상임금과 관련한 기업의 소송상∙재정상 부담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조건의 효력을 인정한 것은 기업 운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BKL은 통상임금 관련 다양한 사건 수행 경험을 가지고 있는바, 이에 기반하여 적절한 법률 자문과 분쟁 해법을 제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