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도 고등법원은 한국 기업의 인도 자회사에 대한 직원 파견으로 인해 자회사가 고정사업장에 해당하여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의미 있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기업들은 인도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의 자회사에 직원을 파견하는 일이 많은데, 우리나라 기업이 현지에서 고정사업장을 보유하는 것으로 인정되면 그 기업의 전체 소득 중에서 그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소득은 현지에서 과세될 수 있습니다. 최근 인도 고등법원이 이에 관하여 판단하였는데, 인도 법원이 고정사업장 여부를 판단할 때 어떤 요소를 고려하는지, 인도 현지 기업들에 직원을 파견하였거나 파견을 고려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I. 인도 법원 판결의 요지
1. 사실관계
삼성전자는 인도 현지 자회사인 Samsung India Electronics Pvt. Ltd.(SIEL)에 2004년 이후 여러 명의 직원들을 파견하였는데 인도 국세청(income Tax Department)은 이를 두고 SIEL이 삼성전자의 인도내 고정사업장(Permanent Establishment)에 해당한다고 보아 2007년부터 2018년까지 각 사업연도 별로 과세하였습니다. 이에 삼성전자는 인도 행정심판기구(Income Tax Appellate Tribunal)에 행정심판을 제기하여 2018년과 2023년에 인도 국세청의 과세가 타당하지 않다는 결정을 받았습니다. 인도 국세청은 이에 불복하여 인도 고등법원에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주요 쟁점은 삼성전자가 직원을 SIEL에 파견한 것으로 인하여 삼성전자가 우리나라와 인도 사이에 체결한 조세조약(한국-인도 조세조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고정사업장을 인도에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인도 고등법원은 2025년 1월 인도 국세청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2. 관련 법리
한국-인도 조세조약 제5조는 고정사업장을 기업의 사업이 전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수행되는 고정된 사업장소로 규정하면서 고정사업장의 예시로 관리장소, 지점, 사무소 등을 열거하고 있고, 기업이 피고용인 등 인력을 통하여 어느 12개월의 기간 이내에 단일기간 또는 통산한 기간으로 183일을 초과하여 용역을 제공하는 경우를 고정사업장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장소에서 기업 소유의 재화 또는 상품의 저장, 전시 또는 인도만을 목적으로 한 시설을 사용하거나, 기업을 위한 재화 또는 상품의 구입이나 정보의 수집만을 목적으로 고정된 사업장소를 유지하는 경우, 그 밖의 예비적 또는 보조적 성격의 활동 수행만을 목적으로 고정된 사업장소를 유지하는 경우 등은 고정사업장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기업이 인도에 직원을 파견하여 183일을 초과하여 활동하는 경우 고정사업장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그 파견된 직원의 활동이 정보 수집과 같은 예비적 또는 보조적 성격의 활동만을 수행하는 경우에는 고정사업장이 있는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3. 구체적인 판단
인도 고등법원은 직원의 파견이 고정사업장을 구성하는지 여부는 직원의 배치가 고용주인 삼성전자의 사업을 촉진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배치된 SIEL의 사업에 활용되도록 의도된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이 사건에 있어서는 파견 직원의 활동은 삼성전자의 사업이 아닌 SIEL의 이익을 위하여 파견된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삼성전자가 SIEL에 직원을 파견한 것은 SIEL의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며 그 직원이 시장 정보의 수집, 제품 개발을 위한 데이터 수집, 시장 동향 연구 또는 정보 교환의 활동을 수행한 것만으로는 삼성전자가 한국-인도 조세조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고정사업장에 해당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삼성전자가 파견 직원을 통해 SIEL에게 자문 또는 기타 서비스를 제공한 것도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결국, 인도 고등법원은 SIEL에 파견된 직원의 기능이 인도에서 삼성전자의 사업 또는 소득의 발생과 무관하므로 삼성전자의 고정사업장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습니다(ITA 1029/2018 The Pr. Commissioner Of Income Tax – International Taxation -3 v. Samsung Electronics Co. Ltd.).
II. 시사점
한국 모회사가 기술적으로 훈련되고 경험이 있는 직원을 다른 국가의 자회사에 파견할 때 현지 과세당국은 이러한 파견으로 본사가 고정사업장을 구성하는 것은 아닌지 주의를 세심하게 기울이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자주 파견되는 개발도상국일수록 고정사업장 문제로 예기치 않은 과세 위험에 직면할 수 있으므로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인도 고등법원의 이번 판결은 한국-인도 조세조약의 고정사업장 규정을 존중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인도 국세청이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으나 상고심은은 주로 법리에 대하여 판단하므로 이번 판결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한국 모회사의 피고용인이 183일을 초과하여 인도 자회사에 파견될 경우에는 파견된 직원이 한국 모회사 사업을 위한 것이 아니고 현지 자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수행하는 활동으로 구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 판결에서 파견된 직원이 자회사의 사업을 위한 시장 정보의 수집, 제품 개발을 위한 데이터 수집, 시장 동향 연구 또는 정보 교환업무를 한 것은 자회사를 위한 활동으로 인정한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지 과세당국이 고정사업장에 해당한다고 볼위험을 대비하여 파견된 직원들의 활동을 파견된 자회사를 위하여 예비적, 보조적 업무들을 수행하는 것으로 한정시키고 파견 계약서에도 이러한 점을 명시하여 그 증거들을 구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법무법인 (유한) 태평양의 조세그룹은 해외에 직원을 파견하였거나 파견을 고려하는 기업들을 위하여 고정사업장 과세 위험을 분석하고 대응 방법에 대하여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