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들어가며
정부는 그 동안 노동개혁을 위한 여러가지 시도를 하여 왔으나, 계속되는 정치적 혼란 속에서 2025년에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반면에 대내외적 경제적 불확실성과 경기침체 추세,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의 추세에 맞물려 각종 노동법 쟁점은 늘어가는 가운데 노사 간 긴장과 갈등 또한 심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 주도의 노동개혁은 추진 동력이 약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한편, 노동계는 현 정부의 노동정책 폐기, 사용자성 확대(노동조합법 개정),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플랫폼종사자의 근로자성 인정,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등 법체계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정책이슈를 강하게 제기할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분쟁 측면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의 요건에서 고정성이 제외된 이후 남아 있는 통상임금 관련 후속 쟁점들이 분쟁에서 다투어질 것이고, 막대한 파급효를 가져올 수 있는 사기업의 경영성과급 사건, 원청의 사용자성 사건이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II. 정부 정책 및 입법 전망
1. 정년 연장 입법 움직임 및 정책 방향
인구구조의 변화와 초고령사회로의 진입, 현행법상 정년(60세)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의 불일치 등에 따라 정년 연장 논의는 피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국회에서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를 예고하였으나, 일률적인 ‘정년 연장’과 ‘퇴직 후 재고용’이라는 고령자 고용 연장 방식을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난항이 예상됩니다. 정년 연장과 맞닿아 있는 임금체계 개편 역시 함께 논의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2. 근로시간 유연화 등 제도개선 추진
급변하는 경제사회환경에 대응하고 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한 근로시간제도의 유연성 확대 논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발의된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 특별법안」, 이른바 반도체특별법은 정부의 직접 보조금 지급 및 연구개발 근로자의 주 52시간 적용 제외를 핵심 내용으로 합니다. 다만 주 52시간 근로시간 적용 제외를 두고 야당은 특별법상 특례 조항을 통하여 예외를 허용하기 보다 근로기준법상 선택근로제나 탄력근로제 등 기존 제도의 활용이나 근로기준법 개정 논의 등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라, 여야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 밖에 정부·여당은 업종별 근로시간 산정단위를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 개선하는 등 전반적 근로시간 유연화 방안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으나, 최근의 정치적 상황에 비추어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입니다.
3.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근로기준법상 해고제한, 연장근로 등에 따른 가산임금, 휴업수당, 연차유급휴가 등 주요 근로조건에 관한 규정들은 상시 근로자수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2023년 기준 국내 전체 근로자의 30% 정도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파악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노동계 등의 요구를 수용하여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적용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
2025년에 근로기준법의 단계적 확대 적용 혹은 전면 적용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수 있으므로, 5인 미만 사업장은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4. 노동약자지원법 입법 추진
2024년 정부·여당은 특수고용직·플랫폼 종사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등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노동 약자’로 규정하고 국가 주도로 이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노동약자지원법’을 발의한다고 발표한 반면, 야당은 플랫폼 종사자 등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수준으로 보호하는 내용의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발의하였습니다. 2025년 여야 대치국면에서 법안 통과 여부가 주목됩니다.
III. 대법원 판결 선고 및 분쟁 추세 전망
1. 통상임금의 개념 징표에서 고정성을 제외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및 후속 쟁점
대법원은 2024. 12. 19. 통상임금의 개념 징표에서 고정성을 제외하고,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을 말한다고 함으로써 통상임금 개념을 재정립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12. 19. 선고 2020다24719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4. 12. 19. 선고 2023다302838 전원합의체 판결, 이하 ‘이번 전합판결’). 이번 전합판결이 고정성을 폐지하면서 정기성과 일률성은 그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인 임금임을 뒷받침하는 개념적 징표라고 함에 따라, 재직조건부 임금,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등 통상임금의 범위가 대폭 확대되었습니다.
다만 이번 전합판결은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 징표에 포함하였던 2013년 전합판결에 따라 형성된 그동안의 노사관계에 미칠 영향과 법적 분쟁에 따른 사회적 비용 등을 감안하여 새로운 통상임금 법리는 원칙적으로 장래효를 가지고, 다만 당해 사건 및 판결 선고 시점에 그러한 법리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 통상임금 해당 여부가 다투어져 법원에 계속 중인 병행사건들에 대하여는 새로운 법리가 소급 적용된다고 밝혔습니다.
새로운 법리에 따라 통상임금 판단이 종전에 비해 간명해졌으나, 병행사건에 관하여 그 범위나 청구취지 확장시 새로운 법리의 적용 여부, 하나의 사업장 내 소제기 여부에 따라 선고일 전 통상임금을 달리 취급하는 문제 등이 논란이 있는 쟁점입니다. 또한, 새로운 법리 하에서 소정근로 대가성이 중요해졌는데 그 범위에 대하여도 논란이 있고, 조건부 임금이 통상임금이 되었을 때 그 구체적인 산정방식의 문제도 남아 있습니다.
2. 원청의 사용자성 사건
원청과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없는 하청 노동조합에 대하여 원청의 단체교섭의무를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인 사건이고,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심리중입니다(대법원 2018다296229호).
현행 노동조합법의 해석상 직접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사용자에 대하여 단체교섭체결의무가 인정되는데, 노동계를 중심으로 근로조건의 결정 등에 대하여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면 단체교섭 영역에서도 사용자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고, 노동위원회나 하급심에서 이를 받아들이면서 원청의 사용자성 논란이 촉발되었습니다.
만약 단체교섭 영역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어 단체교섭의무를 인정하면 원청으로서는 수많은 하청 노동조합들에 대하여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게 되고,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을 상대로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되며, 노동조합법 제43조에 따른 사용자의 대체근로의 범위와 노동조합 측의 업무방해죄의 성부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결국 이에 대한 대법원의 결론에 따라 종전의 우리나라 노동법 체계의 근간이 크게 달라져 종국적으로는 도급이나 용역 등 아웃소싱 방식의 업무 체계가 달라질 수 있게 됩니다.
이 쟁점은 입법영역인 노란봉투법과도 관련이 있고 노동계는 노동조합법 개정을 통해 실질사용자에 대한 교섭의무 부과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어, 대법원이 국회의 노란봉투법의 추진 경과에 비추어 어느 시점에서 어떠한 결론을 내릴지가 관심사입니다.
3. 사기업의 경영성과급 사건
사기업에서 지급하는 경영성과급을 근로기준법상 임금으로 인정하여 퇴직금 산정 시 산입하여야 하는지가 쟁점인 사건입니다. 사기업에서 지급하는 경영성과급이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하는지를 부정하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으나, 2018년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성과급의 임금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면서 사기업의 경영성과급도 임금으로 보아야 한다는 소가 다수 제기되었습니다.
현재 대법원에는 주요 대기업의 관련 사건이 계류 중에 있어, 대법원에서 어떠한 결론을 내릴지에 따라 경영성과급을 지급해 온 국내 주요 사기업 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4. 근로자파견관계 성립 후 근로조건의 설정의 문제
대법원에서 근로자파견관계 성립에 관한 판단기준을 제시하였지만, 이를 적용하는 데 있어 논란이 있고, 여전히 불법파견을 주장하는 분쟁이 다수 제기되고 있습니다.
근로자파견관계 성립에 관한 법리가 정립된 이래, 최근 근로자파견관계 성립 이후 근로조건의 설정에 관한 대법원 판결(2024. 3. 12. 선고 2019다222829, 2019다222836 판결 등)이 선고되었고, 그 내용은 원칙적으로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가 없는 경우에는 기존 근로조건을 하회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가 자치적으로 근로조건을 형성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자치적으로 근로조건을 형성하지 못한 경우에는 법원은 개별적인 사안에서 근로의 내용과 가치, 사용사업주의 근로조건 체계(고용형태나 직군에 따른 임금체계 등), 파견법의 입법 목적, 공평의 관념, 사용사업주가 직접 고용한 다른 파견근로자가 있다면 그 근로자에게 적용한 근로조건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가 합리적으로 정하였을 근로조건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근로자파견관계 성립된 경우에 사용사업주의 근로자 중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가 없는 경우에도 근로조건에 관하여 법원의 규범적인 판단이 가능해짐에 따라, 근로자파견관계 성립 후 근로조건에 관하여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려는 다툼이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관련된 하급심 판결의 경향과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5.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vs.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대법원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후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인지를 다투는 분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산업구조의 변화 및 취업형태의 다변화에 따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 노무제공자들이 근로자성을 다투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러한 가운데 대법원은 ‘타다’ 드라이버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4두32973 판결).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온라인 플랫폼을 매개로 근로를 제공하는 플랫폼 종사자가 근로자인지를 판단하는 경우에는 노무제공자와 노무이용자 등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연결됨에 따라 직접적으로 개별적인 근로계약을 맺을 필요성이 적은 사업구조, 일의 배분과 수행 방식 결정에 온라인 플랫폼의 알고리즘이나 복수의 사업참여자가 관여하는 노무관리의 특성을 고려하여 기존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기준을 적정하게 적용하여야 한다’는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특별한 고려요소를 제시하였습니다. 아울러 대법원은 최근 대리운전기사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최초의 판단을 하기도 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9. 27. 선고 2020다267491 판결)
이러한 상황에서 2025년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다투는 분쟁은 계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6. 구조조정, 인력감축에 따른 분쟁
글로벌 경기침체 분위기와 맞물려 국내기업 또는 국내 진출 외국기업의 구조조정, 인력감축 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희망퇴직, 정리해고나 사업의 폐지에 따른 통상해고, 계열사 전적 등에 따른 HR 이슈가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7. 근로자의 권리의식 증대에 따른 분쟁
근로자들의 권리의식 증대에 따른 직장내 괴롭힘 관련 분쟁, 안전한 직장이 화두가 됨에 따른 산업안전, 중대재해 관련 분쟁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나아가 플랫폼 종사자들의 경우에도 노동조합 설립 등을 통하여 권리를 주장하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8. 차별 영역에서의 분쟁
차별 관련 영역에서도 노동위원회가 직권으로 비교대상근로자를 판단할 수 있고 실제 존재하지 않더라도 직제상으로 상정할 수 있으면 비교대상근로자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19두53952 판결)에 따라 차별을 인정받는 것이 보다 용이해져, 관련 분쟁이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IV. 의의 및 시사점
2025년은 정치적 혼란과 불확실한 경제상황 속에서 노사관계와 노동분쟁에서의 주요 이슈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결론이 내려질지에 관심을 갖고 그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BKL은 노사관계와 노동분쟁에서의 주요 쟁점에 관한 사건을 주도하고 있고 많은 수행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에 기반하여 적절한 법률 자문과 분쟁 해법을 제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