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사건의 내용 및 판결의 요지
복수노조 사업장인 대상회사는 2017. 12. 22. A노조 및 B노조와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관하여 합의(이하 ‘탄력근로 합의’)하였는데, 합의 당시 총 5개의 노조가 있었지만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은 없었습니다. 원고들은 그로부터 약 4년 뒤인 2021. 9. 24. 탄력근로 합의가 적법한 근로자대표에 의하여 이루어지지 않아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대상회사에 연장근로수당 및 퇴직금중간정산금 차액을 청구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탄력근로 합의는 적법한 근로자대표에 의하여 체결된 것으로서 유효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II. 쟁점 및 법원의 판단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근로자대표’란 ‘과반노조’ 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이고(제24조 제3항),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려면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가 필요합니다(제51조).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서면합의에 참여한 두 노조가 개별적으로는 과반노조가 아니지만 두 노조를 합하면 조합원 수가 과반인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가 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원고들은 탄력근로 합의 당시 A노조와 B노조가 단일의 과반노조가 아니었고, A, B노조의 각 대표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로 선출된 근로자대표도 아니므로 A, B노조의 각 대표자가 연명으로 참여하였다고 하여 적법한 근로자대표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대상회사는 A노조와 B노조에 속한 조합원의 수를 합하면 근로자의 과반이고(54.54%), 그 외 과반수 노조 또는 근로자대표로 볼 만한 주체도 없으며, A노조와 B노조의 연합이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사를 대표하여 왔으므로 A노조와 B노조의 연합 대표는 적법한 근로자대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정리해고에 관한 사안인 ‘과반노조가 없는 경우 협의의 상대방이 형식적으로는 근로자 과반수의 대표로서의 자격을 명확히 갖추지 못하였더라도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대표자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다면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아야 한다’는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두15964 판결을 원용하면서, 아래 사정들을 고려하면 A노조와 B노조의 연합은 실질적인 ‘근로자대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III. 시사점: 근로자대표 해당 여부는 실질에 따라 판단
법원은 탄력근로 합의의 상대방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의 해석과 관련하여 ‘실질설’의 입장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중시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이해됩니다. 즉, 단일의 과반노조가 아닌 둘 이상의 노동조합이 연합한 형태이더라도,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과반수가 형성한 의사를 바탕으로 회사와 임금 및 근로조건을 협의 및 결정하는 유일하고도 공식적인 창구 역할을 수행하여 왔다면,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로서 근로자대표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법원은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근로자대표의 선출방법을 규정하지 않았고 관련하여 확립된 법리도 없으므로, 근로자대표의 민주적 정당성이 반드시 근로자들로부터 직접 선출하는 방식으로만 갖추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대표자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다면 근로자대표와의 협의라는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아야 한다’는 정리해고에 관한 대법원 판례법리(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두15964 판결 등)를 적극적으로 원용하였는데, 이는 노동법률관계에서 실질설의 외연을 확장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최근 근로자대표의 적법성 여부를 둘러싼 분쟁이 늘고 있고 그 과정에서 형식설과 실질설이 대립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판결은 구체적 타당성의 관점에서 실질설에 따르면서 그 외연을 넓혔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 사안에서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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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인사노무그룹은 개별 및 집단 근로관계 관련 다양한 자문을 제공하고 있고 각종 유형의 분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위 사건에 관하여서도 각 노동조합의 연혁, 시기별 현황, 단체교섭의 경위 등을 꼼꼼하게 분석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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