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2024. 11. 14. 항만 관리 등 사업을 하는 A공사 및 A공사의 대표이사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안전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관계수급인 회사 소속 근로자가 갑문 상부에서 갑문 하부 바닥으로 H빔을 하강시키는 작업을 하다가 추락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원심의 무죄판단의 근거는 건설공사의 시공을 직접 수행할 자격이나 능력이 없이 건설공사를 다른 사업주에게 도급할 수밖에 없는 자인 경우에는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임의로 이러한 외관을 야기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은 법상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할 뿐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 · 관리하는 도급인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심법원은 위 법리를 전제로, A공사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할 뿐이므로, A 공사가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관계수급인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나 도급 사업주의 안전 · 보건조치의무 위반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는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의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도급인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다른 판단을 하였습니다. 대법원판결은 도급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시행하는 건설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 · 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도급 사업주가 해당 건설공사에 대하여 행사한 실질적인 영향력의 정도, 도급 사업주의 해당 공사에 대한 전문성, 시공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이어서 대법원은 갑문 유지 및 관리를 주된 사업목적으로 하는 A공사는 항만 핵심시설인 갑문의 유지 · 보수에 관한 전담부서를 두고 있으면서, A공사의 사업장에서 진행된 갑문 정기보수공사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산업재해의 예방과 관련된 유해 · 위험 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 · 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갑문 정기보수공사에 관한 높은 전문성을 지닌 도급 사업주로서 수급인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 대법원은 건설공사발주자 해당 여부는 발생가능한 산업재해의 예방과 관련된 유해 · 위험 요소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 · 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가 관건이라는 점을 명확히 확인함
대법원은 건설공사발주자의 지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면서, A공사가 발생가능한 산업재해의 예방과 관련된 유해 · 위험 요소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 · 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아래의 기준을 중심으로 판단하였습니다.
① 도급 사업주가 해당 건설공사에 대하여 행사한 실질적 영향력의 정도, 도급 사업주의 해당 공사에 대한 전문성, 시공능력
A공사가 항만공사법에 따라 항만시설의 개발 및 관리 · 운영에 관한 업무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에서 설립된 점, 항만 핵심시설인 갑문의 유지 및 관리는 A공사의 주된 설립 목적 중 하나로, A공사는 갑문 보수공사의 설계, 시공, 감리 등 준공까지의 전 과정을 기획하고, 설계도면도 직접 작성하였으며, 수급업체의 보수공사 공정률을 매주 점검하면서 수급인의 공정상황을 고려하여 설계도면을 직접 변경하기도 한 점을 중요하게 고려하였습니다.
아울러 A 공사가 갑문 유지보수공사의 시공에 필요한 철강구조물공사업 등록을 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산하에 갑문 운영 · 관리 및 갑문시설물 유지보수를 주 업무로 하는 전담부서를 두고 있었고, H의 갑문설비파트 직원 6명은 갑문의 일상점검, 주간점검, 분기별 점검, 반기별 점검을 수행한 점, A공사가 국유재산인 이 사건 갑문에 관하여 대한민국과 체결한 관리위탁 계약에는 갑문시설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유지보수가 위탁계약의 내용으로 포함되어 있고, 갑문시설은 항만 내 핵심시설로 피고인 공사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개년 사업으로 매년 갑문시설의 정비 · 보수 계획을 수립∙시행하여 온 점, A공사는 위와 같이 계획한 갑문시설 정비 · 보수 사업의 일부를 시행하고자 공사 수급인 등으로 하여금 자신의 사업장인 인천항 갑문에서 보수공사를 하도록 갑문 정기보수공사를 도급한 점이 고려되었습니다.
② 수급업체의 규모, 시공능력
A공사는 자본금 5조원에 달하는 거대 공기업인 반면, 공사 수급인은 자본금 10억원, 상시근로자수 약 10여명에 불과한 소규모 기업이라는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③ 회사의 구체적인 작업 관련 조치∙감독
A공사의 위험성 평가표에는 사고 이전부터 중량물 취급과 관련된 사고 위험이 지적되어 있었으며, A공사의 현장감독관은 사고 발생 일주일 전쯤 이미 현장에 H빔 내리는 작업에 사용된 윈치 프레임이 놓여 있는 것을 목격하기도 하였다는 점, A공사는 재해자가 작업하던 사고지점 인근 갑문 상부에 단부와 약 1.9m거리를 두고 철제 안전난간을 설치하였으나, 이 안전난간은 재해자의 작업장소인 맨홀이 위치한 구간에는 설치되어 있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하였습니다.
2. 위 대법원 판결은 사업장 내 모든 건설공사 도급에 대해서 건설공사발주자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는 아님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도급인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면서 한편으로는 도급인의 범위에서 제외되는 ‘건설공사발주자’라는 개념을 도입하였고, 건설공사발주자에 대하여는 별도의 조항에서 산업재해 예방 조치의무를 부과하고, 그 위반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대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 · 관리하지 않는 건설공사발주자는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의 형사책임을 부담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위 대법원 판결에 따르더라도, 사업장 내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사업주가 해당 건설공사와 관련하여 산업재해의 예방과 관련된 유해 · 위험 요소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 · 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의 형사책임의 부담을 지지 않는다고 해석됩니다.
3.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사업주 중 건설공사발주자의 지위를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도급인으로서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적극 이행할 수 있도록 각별히 유의하여야 함
국내 공항, 항만, 도로(교량), 철도, 발전 등 공공의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사회간접자본의 운영주체는 대부분 법률에 따라 설립된 공기업으로서 고도의 전문 기술을 갖추고 해당 시설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 · 운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설립근거와 관련된 분야에 대해서는 국내 누구보다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므로, 유지 · 보수를 위한 건설공사에 있어서도 도급인의 전문성 및 시공능력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사업주는 건설공사를 도급하더라도 건설공사발주자의 지위를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한 에너지, 정유, 통신 등 기간산업을 영위하거나 자체적인 유지 · 보수 업무가 수반되는 대규모 시설 또는 설비 운영이 불가피한 사업주 역시 발생가능한 산업재해의 예방과 관련된 유해 · 위험 요소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 · 관리 권한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유의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이처럼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사업주 중 산업재해의 예방과 관련된 유해 · 위험 요소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 · 관리 권한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어 건설공사발주자의 지위를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사업주의 경우는, 도급인의 지위에서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해서도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적극 준수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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