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의 『미국 규제 따라잡기』는 우리 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법령, 정책 및 집행 등 규제 동향을 모니터링하여 이에 관한 최신 정보를 정부, 기업, 관계기관에 제공합니다.
미 법무부(DOJ),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미 정부기관이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경우 해당 기업의 각종 내부 문서 제출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문서 요청에 응할 경우, 보통법(Common law) 상 적용될 수 있는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비밀유지특권(attorney-client privilege, “변호사-의뢰인 특권”)을 포기(waive)하는 것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문서 요청에 대한 대응 시에는 이러한 특권 포기 가능성을 항상 고려해야 합니다.
지난번 『미국 규제 따라잡기』의 8. 2. 자 Legal Update에서는 변호사-의뢰인 특권 및 업무성과물 원칙의 주요 개념을 살펴보고, 내부조사 목적 임직원 인터뷰 시 변호사-의뢰인 특권을 유지할 필요성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이어서 이번 Legal Update에서는 미국 정부기관 등의 문서 요청에 응할 때 변호사-의뢰인 특권을 포기(waive) 하게 될 리스크와 관련 유의점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I. 변호사-의뢰인 특권 포기에 대한 리스크
지난번 Legal Update에서 소개 드렸듯이, 변호사-의뢰인 특권은 (1) 변호사와 의뢰인 간에 (2) 법률 자문이나 도움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3) 비밀리에 이루어진 의사소통(communication)에 적용됩니다.1 그리고 해당 특권이 적용되는 문서는, 특권 적용을 이유로 정부기관의 조사나 소송에서의 문서공개(discovery) 절차 등에서 제출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특권의 주체가 되는 의뢰인은 그의 특권을 포기(waive) 할 수 있습니다.
정부기관 등 제3자의(변호사와 의뢰인이 아닌) 문서요청에 대응하여 변호사-의뢰인 특권이 적용되는 문서를 조사 과정에서 제출할 경우, 의뢰인은 해당 문서에 대한 변호사-의뢰인 특권을 포기하게 됩니다.2 변호사-의뢰인 특권의 보호를 포기할 경우, 미 법무부 등 문서를 요청한 정부기관이 추후 해당 문서를 사용하여 문서를 제출한 기업에 대한 형사적 처벌을 구할 수도 있고, 공개된 문서를 입수한 소비자 등 제3자가 문서를 제출한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해당 문서를 사용할 수 있는 등, 상당한 리스크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변호사-의뢰인 특권이 적용되는 문서 제출은 항상 신중하게 접근하여야 합니다.
II. 조사 과정의 협조(cooperation) 목적으로 변호사-의뢰인 특권 포기가 문제되는 경우와 유의점
변호사-의뢰인 특권의 적용을 포기할 경우 추후 소송 등에서 해당 문서가 불리하게 사용될 리스크가 있는 반면, 특히 미 정부기관 등의 조사과정에서 문제 제출 요청을 받은 경우, 해당 요청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 법무부(DOJ)의 경우, 조사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기업들에게는 이러한 협조의 가치를 인정하는, 소위 ‘cooperation credit’ 제도를 운영해왔습니다.3 이때, DOJ는 협조의 가치를 인정해 주기 위하여 조사의 대상이 되는 기업으로부터 변호사-의뢰인 특권이 적용되는 문서의 공개를 요구하지는 않으나, 조사 협조 과정에서 해당 기업이 ‘모든 관련 사실’을 적시에 공개할 것을 요구하며, 특히, 불법행위를 행한 개인들에 대한 모든 관련 사실을 공개해야 하는 점을 강조합니다.4
한편, 미 법무부 등에 대한 협조를 위해 변호사-의뢰인 특권이 적용되는 문서를 제출하며, 해당 문서는 조사의 목적을 위해 제출하나 조사 외의 목적에 대해서는 변호사-의뢰인 특권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이론상 가능합니다. 다만, 대체적으로 미국법상 이러한 선택적 특권 포기(selective waiver)는 인정될 가능성이 낮으며,5 기업과 정부기관 간의 명시적 합의가 있는 등 특수적인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됩니다.6
아울러, 변호사-의뢰인 특권 등의 이유로 제출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있는 문서가 다수 있을 경우, 이 중 조사의 대상이 된 기업의 입장에 유리한 자료만을 선택적으로 제출하는 행위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법상 특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문서를 의도적으로 일부 제출했으나 일부는 제출하지 않았을 때, 제출된 문서와 미제출한 문서가 동일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형평성을 고려하여 이 두 문서를 같이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경우, 제출된 문서에 대한 특권 포기는 동일한 주제의 미제출 문서에도 확장 적용될 수 있습니다(subject-matter waiver).7
결론적으로, 미 정부기관 등의 조사에 협조하는 것은 이러한 협조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경우 유의미한 실익이 있을 수 있으나, 변호사-의뢰인 특권이 적용되는 문서의 제출 여부를 고려할 때는, 제출의 결과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III. 실수로 인한 변호사-의뢰인 특권 포기가 간주되는 경우와 유의점
변호사-의뢰인 특권이 적용되는 특정 문서가 제출될 문서 목록에 포함된 것을 파악하지 못하고 실수로 조사 과정에서 제출하는 경우에도 특권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미국법상 실수로 변호사-의뢰인 특권이 포기될 수 있는지는 미국 주에 따라 이견이 있는 부분이나,8 대부분의 주 법과, 미 법무부(DOJ) 혹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등 미 연방 정부기관에 문서 제출시 적용되는 Federal Rules of Evidence, Rule 502(b)에 따르면, 다음의 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경우에만, 제출된 문서에 대한 특권이 포기되지 않습니다.9
(1) 특권이 적용되는 문서의 제출이 실수로 인해 이루어짐.
(2) 특권의 보유자는 문서 제출 전, 실수로 인한 제출을 방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예방조치를 취함.
(3) 특권의 보유자는 실수로 인한 제출 후, 합리적인 사후조치를 취함.10
따라서, 미 정부기관의 요청 등에 따라 문서 제출을 고려하고 있는 한국 기업이라면, 우선적으로 어떤 문서가 변호사-의뢰인 특권의 적용대상인지 파악해야 할 것이며, 또한 실수로 인한 제출을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을 설립하고 실수로 제출되었을 시 취할 조치에 대한 행동요령을 구비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 See United States v. Richard Roe, Inc., 68 F.3d 38, 39-40 (2d Cir. 1995) (“The privilege applies so that (1) [w]here legal advice of any kind is sought (2) from a professional legal adviser in his capacity as such, (3) the communications relating to that purpose, (4) made in confidence (5) by the client […]”).
- See Hunt v. Blackburn, 128 U.S. 464, 470 (1888) (“But the privilege is that of the client alone, and no rule prohibits the latter from divulging his own secrets. And if the client has voluntarily waived the privilege, it cannot be insisted on to close the mouth of the attorney.”).
- See, e.g., Memorandum from Larry D Thompson, Deputy Att’y Gen., U.S. Dep’t of Justice, to Heads of Department Components and United States Attorneys, regarding Principles of Federal Prosecution of Business Organizations (20 Jan. 2003).
- See, e.g., Memorandum from Sally Quillian Yates, Deputy Att’y Gen., U.S. Dep’t of Justice, to Heads of Department Components and United States Attorneys, regarding Individual Accountability for Corporate Wrongdoing (9 Sept. 2015) (Yates Memorandum); ‘Deputy Attorney General Lisa O. Monaco Delivers Remarks on Corporate Criminal Enforcement’, Ofce of Public Affairs, U.S. Dep’t of Justice (15 Sept. 2022), available at www.justice.gov/opa/speech/deputy-attorney-general-lisa-o-monaco-delivers-remarks-corporate-criminal-enforcement
- See, e.g., In re Pac. Pictures Corp., 679 F.3d 1121 (9th Cir. 2012) (asserting that the doctrine has been “rejected by every other circuit to consider the issue since” Diversifed Industries Inc v. Meredith, 572 F.2d 596 (8th Cir. 1977)).
- See, e.g., In re Steinhardt Partners LP, 9 F.3d 230, 236 (2d Cir. 1993).
- See Federal Rules of Evidence, Rule 502(a) (“When the disclosure is made in a federal proceeding or to a federal office or agency and waives the attorney-client privilege or work-product protection, the waiver extends to an undisclosed communication or information in a federal or state proceeding only if (1) the waiver is intentional; (2) the disclosed and undisclosed communications or information concern the same subject matter; and (3) they ought in fairness to be considered together”); see also, e.g., United States v. Treacy, No. S2 08 CR 366 (JSR), 2009 WL 812033 (S.D.N.Y. 24 Mar. 2009).
- See generally Hopson v. City of Baltimore, 232 F.R.D. 228 (D. Md. 2005); see also Explanatory Note on Federal Rules of Evidence, Rule 502(b) (“Courts are in conflict over whether an inadvertent disclosure of a communication or information protected as privileged or work product constitutes a waiver”).
- See Federal Rules of Evidence, Rule 502(b) (“When made in a federal proceeding or to a federal office or agency, the disclosure does not operate as a waiver in a federal or state proceeding if: (1) the disclosure is inadvertent; (2) the holder of the privilege or protection took reasonable steps to prevent disclosure; and (3) the holder promptly took reasonable steps to rectify the error, including (if applicable) following Federal Rule of Civil Procedure 26 (b)(5)(B)”) see also Explanatory Note on Federal Rules of Evidence, Rule 502(b) (“This position is in accord with the majority view on whether inadvertent disclosure is a waiver”).
- 합리적인 예방 조치 및 사후 조치를 취했는지 판단함에 있어서, 미국 법원은 사전 조치의 합리성, 사후 조치의 신속성, 요청된 문서의 범위, 제출된 문서의 범위, 문서를 제출한 당사자가 검토해야 했던 문서의 수, 검토를 위하여 주어졌던 시간, 특권 적용 문서를 구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나 툴의 사용 여부, 전체적인 문서 관리 시스템의 효율성, 전반적인 형평성 등을 고려합니다. See Explanatory Note on Federal Rules of Evidence, Rule 502(b); see also Lois Sportswear, U.S.A., Inc. v. Levi Strauss & Co., 104 F.R.D. 103, 105 (S.D.N.Y. 1985); Hartford Fire Ins. Co. v. Garvey, 109 F.R.D. 323, 332 (N.D. Cal. 1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