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최근 전기자동차 화재 현황: 피해규모 및 건수 증가
2024. 8. 1. 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전기자동차에서 갑자기 발화가 시작되어 지하주차장 해당 층 전체 및 주차 차량 약 140여대를 전소시키는 화재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그로부터 불과 며칠 뒤인 2024. 8. 6. 충남 금산군의 한 주차타워에서 충전 중인 전기자동차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전기자동차 화재 건수는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3건, 2023년 72건으로 3년 사이에 6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에 따라 화재 건수 및 피해 규모는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자동차에 비해 화재 발생 빈도가 높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나,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으로 인해 발화 온도가 높고, 배터리팩 실링으로 인하여 발화지점에 소화용수가 닿지 않는 문제로 화재 진압이 어려워 화재 발생 시 큰 피해가 발생할 확률이 높습니다.
II. 전기자동차 화재 사고 관련 형사책임: 형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전기자동차 화재로 인하여 당해 차량 및 인근 차량, 건물, 주차장까지 불에 타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한 경우, 자동차 또는 배터리 제조사, 전기자동차 소유주, 건물 또는 주차장의 소유자나 관리책임자 등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와 업무상실화죄,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 등의 책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1.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업무상실화
전기자동차 화재 사고로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하였고 화재의 원인이 차량 또는 배터리 자체 결함으로 밝혀질 경우, 자동차 또는 배터리 제조사는 이러한 결함을 사전에 발견하고 리콜을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게 한 책임(업무상과실치사상) 및 차량·건물·주차장·물건 등을 불태운 책임(업무상실화)을 지게 될 수 있습니다.
만약 화재의 원인이 차량이나 배터리의 불법 개조 또는 부적절한 방식의 충전 등 차량 소유주의 과실로 인한 경우, 차량 소유주가 업무상과실치사 내지 업무상실화 책임을 질 수 있고, 건물이나 주차장 등에서 소방시설 미설치·미작동 등으로 화재 확산을 방지하지 못하거나 대피로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 건물·주차장의 관리책임자(소유자 또는 위탁관리인 등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자)도 책임을 지게 됩니다.
2. 중대재해처벌법위반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3호에서는 ‘중대시민재해’에 대해,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재해로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결과를 야기한 경우로 규정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9조에서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생산·제조·판매·유통 중인 원료나 제조물의 설계, 제조, 관리상의 결함 또는 △실질적으로 지배ㆍ운영ㆍ관리하는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설치, 관리상의 결함으로 인한 그 이용자 또는 그 밖의 사람의 생명, 신체의 안전을 위한 조치들을 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
전기자동차 화재 사고로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하는 위 결과로 이어진 경우 자동차 또는 배터리 제조사(경영책임자)는 (i) 전기자동차 또는 배터리(제조물)의 설계, 제조, 관리상의 결함이 화재의 원인이 된 것으로 밝혀지고, (ii)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정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위반의 책임을 지게 됩니다.
또한 건물·주차장의 관리책임자도 (i) 건물 또는 주차장 등(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하는 경우)의 설계, 설치, 관리상의 결함이 화재 확산이나 대피 어려움의 원인이 되었고, (ii) 부여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에는 마찬가지로 중대재해처벌법위반의 책임을 지게 됩니다.
III. 대응방안: 제조사 및 건물 관리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
전기자동차 배터리 안전진단 등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검토하고 이행하는 것이 최우선이겠지만, 리튬이온 배터리가 내재하고 있는 화재의 위험성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이러한 화재 사고가 발생할 경우의 형사적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검토 및 대응을 더욱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동차/배터리 제조사: 전기자동차 및 배터리의 개발과 생산, 품질검사 등 모든 단계에 걸쳐 배터리(BMS 포함)의 결함을 확인하고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여 두고, 사후적으로 발견된 결함에 대하여는 즉시 리콜 등을 통해 개선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또한 배터리 결함 등으로 인한 화재 사고에 대비하여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정하는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철저히 이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건물·주차장의 관리책임자: 건물·주차장 내 가연물질이나 폭발성물질의 보관·관리를 주의하고, 평소 화재감지기·스프링클러·경보설비 등 소방시설의 운영 및 관리 상태를 점검하여 화재 확산을 방지하여야 합니다. 특히 소방시설 오작동을 이유로 평소 정지 상태로 운영하다 실제 화재 발생 시 적시에 소방시설이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대규모로 확산된 사례들이 많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화재 발생 시 건물·주차장 내 사람들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비상구 등 대피로도 잘 관리하고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다하여야 합니다.
차량 소유주: 정기검사 시 배터리 안전진단, 제조사의 리콜 조치 등에 적극 협조하고, 차량이나 배터리에 대한 불법 개조를 삼가며, 공인된 충전 설비를 정해진 절차와 방법에 따라 이용하는 등 화재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합니다.
이처럼 자동차/배터리 제조사, 건물·주차장의 관리책임자는 평소 사업 및 사업장의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잘 구축하고 의무이행이 확실히 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필요한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충실하게 구축하고 중대재해처벌법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관련 실무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법률 전문가의 도움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