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판결의 결론과 임금피크제 내용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이 문제된 사안에서, 고령자고용법 등 위반으로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그 유효성을 인정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4. 12. 선고 2022가합557636 판결).
대상회사는 2016. 1. 1.자로 기존 ‘만 57세가 되는 달의 말일’에서 ‘만 60세가 되는 해의 반기별 말일’로 정년을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습니다. 임금피크제는 만 58세가 도래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였고, 이후 대상회사는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을 통해 감액률을 한 차례 조정하였습니다. 조정된 감액률에 따른 개정 임금피크제는 2019. 1. 1.자로 시행되었습니다.
피크임금(만 58세 직전 월의 임금)을 기준으로 한 연령별 감액률은 아래와 같습니다.
<2016. 1. 1.부터 2018. 12. 31.까지의 감액률>

<2019. 1. 1.부터의 감액률>

II. 쟁점과 법원의 판단
1. 고령자고용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
법원은 대상회사의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연령차별에 해당하므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고,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법원은 우선, 구 고령자고용법은 정년 연장에 따라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것이 당연히 예상되므로,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사업주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측의 의무로도 규정한 것이라고 전제하였습니다.
법원은 위와 같은 고령자고용법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정년이 연장된 기간에 한하여 기본급 및 상여금의 일정비율을 감액하는 대상회사의 임금피크제는 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으로, 동법 제19조의2 제1항 소정의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에 해당하므로, 도입 목적의 타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법원은 원고들이 ‘정년 연장은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에 의하여 당연히 기대되는 것이지 임금피크제 도입과는 무관하다’라는 취지로 한 주장과 관련하여, 대상회사의 임금피크제는 법 개정에 따른 정년연장의 합리적인 시행을 위해 도입된 조치로 정년 연장과 ‘유기적 연관성’을 가지므로, 정년 연장의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임금피크제가 원고들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법원은 대상회사의 임금피크제는 (기존 임금제도 부분의 임금을 삭감한 것이 아니라) 정년이 연장된 기간에 새로운 임금제도를 신설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감액되지 않은 임금항목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고들의 실질 감액률은 1년차 11.9%, 2년차 22%, 3년차 30% 정도에 불과하므로 원고들이 입는 불이익이 과다하지 않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대상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법원은 임금피크제 적용기간 중 원고들에 대한 업무량·업무강도에 대한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서도, 정년 연장 자체가 가장 중요한 대상조치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용처라는 점을 고려할 때 업무량·업무강도에 대한 명시적인 저감조치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대상회사의 임금피크제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2. 남녀고용평등법 및 헌법에도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
1)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위반 여부
법원은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취지는 같은 시기에 같은 근로환경에서 같은 내용의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 간에 임금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고, 근로제공의 시기나 주변 여건의 변화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오직 근로의 내용이 동일하고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가 동일한 경우라면 언제나 기존의 임금이 계속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들이 임금피크제 시행 전·후에 각 제공한 근로는 근로 제공의 시기가 다를 뿐만 아니라 ‘60세 정년 의무화’라는 상이한 근로환경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위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비교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2) 헌법 제11조 제1항 위반 여부
법원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을 근로관계에서 실현하기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 역시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등에는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법절차에 따라 제한될 수 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대상회사의 임금피크제가 이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III. 의의 및 시사점
이번 판결은 우선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유효하다는 점을 재확인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임금피크제로 인한 불이익의 크기를 판단함에 있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기존에 근로자들에게 기득이익으로 확보되어 있던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 아니라, 정년이 연장된 구간에 대하여 새로운 임금제도를 신설하는 것으로 판단한 점, 형식적인 감액률이 아닌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감액되지 않는 임금항목까지 감안한) 실질 감액률을 기준으로 불이익의 크기를 판단한 점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이 문제되는 다른 사건에서도 참고가 될 것입니다.
또 이번 사건에서는 고령자고용법 이외에도 남녀고용평등법상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및 헌법상 ‘평등원칙’의 위반 여부도 쟁점이 되었는데, 법원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위와 같은 원칙 위반이 아니라고 한 점에서도 이번 판결은 유의미한 선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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