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24. 3. 27.자 2024카합5021 결정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D社(이하 ‘회사’)의 소수주주들은 2024년 정기주주총회에 (i) 이사 4인 선임 의안(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1인)과 (ii) 감사 2인 선임 의안의 상정을 요구하는 주주제안권을 행사하였습니다. 회사는 소수주주들의 주주제안을 수용하되, 이미 감사 1인이 선임되어 있는 점(정관상 감사 정원은 1명 이상)을 고려하여 감사 선임 주주제안 의안에 앞서 추가 감사 선임 여부를 결정하는 의안(이하 ‘선결의안’)을 상정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위 소수주주들은 법원에 선결의안의 상정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제기하였습니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선결의안 상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 감사 선임 주주제안 의안에는 기존 감사 외에 2인의 감사를 추가로 선임할지 여부에 관한 안건과 채권자들이 추천하는 후보자들을 감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결합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음. 그렇다면 이 사건 선결의안은 주주제안 의안의 내용을 모두 상정하되 그 논리적 순서에 따라 결의 순서만을 분리한 것에 불과함.
2) 소수주주의 주주제안권에 주주총회에서 결의할 안건의 상정순서나 표결방법을 지정할 권한까지 포함된다고 보기 어려움. 선결의안이 가결됨으로써 감사 선임 주주제안 의안이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주주제안권이 부당하게 침해된다고 보기 어려움.
3) 감사의 선임은 주주총회 고유의 권한이므로, 정관에서 감사의 정원에 관하여 특별히 규정하지 않았다면 그 증원의 필요성에 관한 판단은 주주총회 결의사항임. 상법 제409조 제2항의 의결권제한 규정도 대주주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된 사람이 감사로 선임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지 주주들의 기관구성권을 제한하려는 취지는 아닌 것으로 보임. 만약 채권자들 주장처럼 감사 증원 및 선임을 결합한 하나의 주주제안이 있을 경우 주주총회에서 그 안건 자체에 대한 가부만을 결의해야 한다는 구속력을 인정하면, 적정한 감사의 수에 관한 주주총회의 결의 권한을 박탈하고 소수주주로 하여금 사실상 감사의 인원수를 결정하게 되는 결과가 되어 오히려 부당함.
II. 시사점
회사가 주주로부터 주주제안을 받은 경우 위 사례와 같이 선결의안을 상정하는 것이 적법한지 여부에 관하여 아직까지 대법원판례는 없고, 하급심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간 선결의안 상정의 적법성을 인정한 하급심 결정은 대부분 소수주주들이 추천한 후보자의 ‘이사’ 선임 여부를 표결하기에 앞서 적정한 이사 수(數)를 정하는 의안을 상정한 것이 과연 주주제안권을 침해한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었는데(즉 주로 이사와 관련된 사안이었음), 집중투표제가 도입되지 않은 통상의 회사의 경우 결국 다수 주주의 의사에 따라 해당 안건들에 대한 가결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점에서, 해당 선결의안의 상정 여부에 따라 실제 이사 선임의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은 낮았습니다.
반면 감사 선임과 관련하여서는 소위 3% 룰이 적용되므로(상법 제409조 제2항, 제542조의12 제4항, 제7항), 추가 감사 선임 여부를 결정하는 선결의안이 상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실제 감사 선임의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 현재 여러 상장사의 소수주주들과 행동주의 펀드들이 감사 선임 관련 3% 룰을 활용하여 본인들이 지명한 사람이 감사로 선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고 있는 추세이고, 3% 룰 자체가 유지되는 한 위와 같은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주주제안을 하는 주주와 주주제안에 대응하는 회사 모두에게 위 법원의 결정이 유의미한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