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호 판결 선고: 원청 대표이사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
- 1호 사건 기소: 그룹 ‘회장’을 경영책임자로 판단
최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요양병원 건설공사 현장에서 하청업체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원청업체 대표이사의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를 인정하고,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의 형을 선고하였고(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3. 4. 6. 선고 2022고단3254 판결, 이하 “본건 판결”), 의정부지방검찰청은 2023. 3. 31. 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고인 경기 양주 채석장 붕괴사고와 관련하여 대표이사가 아닌 그룹의 회장을 기업의 경영책임자라고 판단하여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로 기소하였습니다(이하 “본건 기소”).
본건 판결은 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위반을 판단한 첫 판결이고, 본건 기소는 사고와 관련한 기업의 경영책임자를 해당 기업의 대표이사가 아닌 그룹 회장으로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향후 기업들의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에 중요한 참고 선례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I. 본건 판결에 관하여
1. 본건 판결의 주요 내용
1) 중대재해 개요
A사는 건축공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요양병원 증축공사를 도급 받아 수행하였고(도급금액 약 81억원), 위 공사 중 철골 및 데크플레이트 공사를 상시근로자 5명을 사용하는 B사에 도급하였습니다(도급금액 약 6억원). B사 근로자인 재해자는 무게 약 94.2kg의 중량물인 고정앵글을 건물 1층에서부터 6층까지 내부 개구부를 통해 인양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안전난간이나 안전대 없이 작업하다가 5층 높이에서 바닥으로 추락하여 사망하였습니다.
2) 공소사실의 요지
검찰은 A사 대표이사가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3호),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 업무수행 평가기준(동 시행령 제4조 제5호), 중대산업재해 발생을 대비한 매뉴얼(동 시행령 제4조 제8호)을 전혀 마련하지 않아 재해자가 사망하였다고 판단, A사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산업재해치사)로 기소하였습니다.
도급인인 A사는 공사금액이 50억원을 초과하여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되었고, B사는 상시근로자 5명, 도급금액 6억원의 공사를 수행하는 회사로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유예되었습니다. A사 대표이사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책임자는 아니므로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으나, A사의 경영책임자로서 중대재해처벌법위반 혐의가 적용되었습니다.
3) 법원의 판단
(경영책임자 판단) 본건 판결은 A사 대표이사가 “그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이 사건 공사 현장 종사자의 안전·보건상의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여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이행에 관한 조치 의무가 있는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위반의 내용 및 인과관계 판단) 본건 판결은 A사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의 결과,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상 구체적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재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판단 요지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양형 판단) 본건 판결은 산업재해에 대하여 최근 사업주 및 도급인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에 관한 상당한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고, 그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①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는 피해자를 비롯한 건설근로자 사이에서 만연하여 있던 안전난간의 임의적 철거 등의 관행도 일부 그 원인이 된 점, ②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하고 피해자 유족이 처벌불원의 의사를 표시한 점, ③ A사 경영책임자가 재발방지 다짐 및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점, ④ 동종의 범죄경력 없는 점 등을 고려하여, A사 경영책임자에 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3년)의 형을, A사에 대해 벌금 3,000만원의 형을 선고하였습니다.
2. 본건 판결의 분석
본건 판결 사안은 A사 대표이사가 위와 같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사항을 전혀 이행하지 아니하였고, 의무사항 불이행을 모두 인정하였으므로, 공판 과정에서 경영책임자의 의무 위반 여부 및 인과관계 등을 다투지 않은 사안으로 보입니다. 경영책임자의 의무 이행의 정도, 사고와의 인과관계는 중대재해처벌법 해석과 관련하여 논란이 많은 쟁점이나, 위와 같은 한계로 1호 판결에서는 이 쟁점들에 관하여 명확한 시사점을 찾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쟁점을 치열하게 다투는 사안에서 법원의 판결이 선고되어 사례가 축적되면, 이에 대한 판단 기준이 보다 선명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본건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위반과 재해자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구성함에 있어 ①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 ②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구체적인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 → ③ 사망의 결과 발생의 2단계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구조이나, 각 단계별로 인과관계를 인정한 구체적인 근거를 밝히고 있지는 않습니다. “② 구체적인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에 따른 ③ 사망의 결과 발생”이라는 인과관계 판단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사건에서 이미 충분한 선례들이 누적되어 있고, 비교적 넓게 인정되어 왔는데, 이와 달리 선례가 없는 쟁점인 “①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과 ②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구체적인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 사이의 인과관계를 최초로 판단한 본건 판결에서 구체적인 설시를 찾기 어려워, 향후 법원이 이 부분 인과관계에 관하여 어떠한 기준으로 판단할지 예측하기 어려우나, 본건 판결에서는 인과관계가 상당히 폭넓게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편, 검사는 A회사의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의 관계를 실체적 경합범 관계로 보아 공소제기 하였으나, 본건 판결은 위 각 죄는 모두 근로자의 생명이라는 동일한 보호법익을 보호하고 있고, 의무 위반행위 각각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으로 향해 있는 일련의 행위라는 점에서 규범적으로 동일하고 단일한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보아 경합범 가중을 하지 않았습니다.
3. 본건 판결의 시사점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및 결과 발생과의 인과관계에 대하여, 지금까지 검찰의 기소 사례들을 살펴보면, 안전보건 확보의무 관련 시행령 조항별로 인과관계 성립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한 사례도 있으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의 점들을 전체적으로 나열한 후 이러한 전체적인 안전보건 확보의무 불이행과 중대재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논리로 포괄적으로 구성하여 기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과관계 성립 여부 및 고의 인정에 관한 법원의 선례축적으로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정립되기 이전에는, 폭넓게 인과관계가 인정될 가능성에 대비하여 기업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①단계에서 범죄성립 가능성을 차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고 발생과의 관련성이 낮아 보이는 안전보건 확보의무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소홀히 다루지 않고 모든 의무 이행사항에 누락되거나 미비한 부분은 없는지 면밀히 점검, 검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 다시금 확인된 것입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사건에서 수급인의 책임 인정, 도급인의 책임 불인정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우므로, 수급인 대다수가 속해 있는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되는 2024. 1. 27.까지 각 기업에서는 수급인이 산업안전보건법 외에도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사항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보다 적극적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II. 본건 기소에 관하여
1.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의미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를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고(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9호 가목), 경영책임자의 특정은 법 제정 당시부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독립한 법인에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은 회사의 경영을 총괄하면서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지는 회사의 대표자(주식회사의 경우 대표이사)를 의미함은 명확합니다. 다만,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안전보건에 관한 최고책임자인 CSO를 둘 경우 CSO가 경영책임자로 인정되어 대표이사가 면책 가능할지 여부가 논란이 되어 왔습니다. 현재까지 노동청과 검찰은 법규정에도 불구하고 CSO를 경영책임자로 인정한 사례가 없으며, 모두 법인의 대표이사를 경영책임자로 보아 송치 및 기소하여 왔습니다.
2. 본건 기소의 주된 내용
삼표그룹 사건에서 검찰은 경영책임자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 및 기존 기소 선례와 달리,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법인(삼표산업)의 대표이사가 아닌 해당 법인이 소속되어 있는 기업집단의 대표자인 그룹 회장을 경영책임자로 특정하였습니다.
검찰은 삼표그룹의 회장이 ① 사고현장의 야적장 설치와 그 채석작업 방식을 최종 결정한 점, ② 사고현장의 위험성을 사전에 인식한 점, ③ 생산목표 달성을 위해 채석작업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직원들에게 안전보건 업무 등에 관한 구체적 지시를 내린 점, ④ 삼표산업이 수행한 골재채취 사업은 삼표그룹의 핵심사업으로 주요사항에 대한 최종결정권을 행사한 점 등을 주요 근거로, 회장이 삼표산업의 안전보건 업무 등 사업에 관하여 실질적·최종적인 경영권을 행사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단위 기업을 넘어 기업집단에서 모회사 또는 그룹(이하 “모회사”) 차원에서 자회사 또는 계열사(이하 “자회사”)의 사업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면서 해당 사업 운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경영권을 행사할 때, 자회사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하여 모회사의 대표이사나 회장이 경영책임자로서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3. 본건 기소의 시사점
검찰은 본건 기소를 통해 그룹 회장이 자회사의 안전보건 업무 등 사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며 실질적·최종적인 의사결정권한을 행사한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로 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상 ‘사업경영담당자’(사업주가 아니면서도 사업 경영 일반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자로서, 사업 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 위임을 받아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9호 가목의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는 점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고용노동부 중대재해처벌법 해설 26쪽).
본건 기소를 통해 확인된 검찰 입장 및 고용노동부의 경영책임자 해석을 고려할 때, 기업집단에서는 자회사의 중대재해 발생시 모회사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을 부담하게 될 위험이 없는지를 모자회사간 관계, 안전보건 관리 체계 등에 관하여 사전에 점검하고, 위험 요인을 개선하는 조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i) 모회사에서 평소 어느 수준으로 자회사의 경영사항을 전달받고 관여하는지, (ii) 자회사의 경영사항에 관여하는 방식이 어떻게 되는지, (iii) 모회사가 자회사의 상시적이고 필수적인 사업에 어느 수준으로 의사결정을 하는지, (iv) 자회사 경영책임자가 모회사의 직책을 겸임하면서 실질적으로 모회사 경영책임자로부터 지휘·명령을 받는 관계에 있는지, (v) 자회사 위임전결규정에 의거하여 독립적으로 경영사항 등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vi) 모회사에서 자회사의 안전·보건 조치에 어느 수준으로 관여하는지, (vii) 모회사와 자회사 간에 안전보건 전담인력을 겸임하는 사정이 있는지 등에 대한 사전 점검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모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여부 및 모회사 경영책임자의 자회사에 대한 실질적·최종적인 의사결정권한 행사 여부를 엄밀히 판단하고, 이에 따라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재정비함으로써, 경영책임자 리스크가 불필요하게 모회사로 확대되거나 예상 못한 경영책임자 리스크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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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업계 최초로 산업안전 TFT를 운영하며 다양한 업무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였으며, 산업안전사고 대응 및 Compliance 자문 분야의 탁월한 전문성과 풍부한 실무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기존의 산업안전 TFT를 중대재해예방·대응 TFT로 확대 개편하여 중대재해처벌법령 내용 분석 및 사업장에 미치는 영향, Compliance 시스템 구축 점검 및 향후 대응 방안, 중대재해 사건 발생시 수사 대응 등에 대한 종합 자문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와 관련한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