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2022. 5. 26.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이하 ‘피고 회사’)의 임금피크제가 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2020. 5. 2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제2호에 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이하 ‘본건 판결’). 본건 판결은 여러 회사에서 시행하고 있는 임금피크제가 고령자에 대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인지 여부에 관한 판단기준을 최초로 제시하였는데, 본건 판결에 따라 임금피크제가 무효가 되면 임금피크 기간의 임금 감액분에 대한 추가지급 의무를 비롯한 회사의 인사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임금피크제를 운영 중인 회사들은 본건 판결이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I. 본건 판결의 주요 내용
1. 사실관계
피고 회사는 2008. 6. 10. 노동조합과 신인사제도 시행을 합의하였고, 합의 사항 중 임금피크제(만 55세 도달 시 이전 직급이나 역량등급과 무관하게 특정 역량등급을 적용하여 낮은 임금을 지급) 도입이 포함되었습니다. 단, 임금피크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정년은 만 61세로 변함이 없었습니다
정규직으로 근무하다가 임금피크제를 적용받고 만 59세로 피고 회사에서 퇴직한 원고는 임금피크제가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함에도 적법한 동의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거나 강행규정인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반하는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 쟁점 및 판단
본건 판결의 핵심 쟁점은 (i) 고령자고용법상 연령차별 금지 규정이 강행규정인지 및 (ii)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이 금지한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인지 여부입니다.
대법원은 고령자고용법상 연령차별 금지 규정이 강행규정이라고 하면서,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인지에 관한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는데, 그 구체적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i)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ii)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iii)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iv)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여부 등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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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위 판단기준에 따라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i) 인건비 부담 완화 및 실적 달성률 제고를 위하여 도입된 것인데, 피고 회사 주장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55세 이상 직원들보다 51세 이상 55세 미만 직원들의 수주 목표 대비 실적 달성률이 낮아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 점, (ii) 명예퇴직제도만으로는 임금 하락 불이익에 대한 대상조치가 부족한 점, (iii)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전후로 업무량이나 수준에 차이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로서 고령자고용법 규정에 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II. 임금피크제 관련 쟁점
1. 임금피크제 개관
임금피크제는 근로자의 종전 정년을 보장하거나 정년 이후 일정기간 근로 제공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근로자가 일정연령 또는 근속연수에 도달하면 임금을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는 제도입니다. 임금피크제는 ① 당초 예정되어 있던 정년을 그대로 보장하는 조건으로 정년 이전의 연령부터 임금을 인하하거나 동결하는 정년보장형 혹은 정년유지형, ② 정년을 연장하면서 임금을 인하하거나 동결하는 정년연장형, ③ 정년 이후 재고용기간에 일정 비율로 임금을 삭감하는 고용연장형, ④ 정년 연령이 높은 상위직급에는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를, 정년 연령이 낮은 하위직급에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혼합형 등으로 분류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임금피크제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금융권을 중심으로 부분적으로 도입되었다가, 2013. 5. 22. 고령자고용법 제19조 제1항 개정으로 법적 정년이 만 60세 이상으로 의무화되면서, 위 법 제19조의2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의 일환으로 본격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특히 정부의 적극적인 권고로 인하여 2015. 12. 3. 기준 공공기관의 100%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마쳤고, 2021년 6월 기준 300인 이상 사업장의 52%가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2. 임금피크제 관련 법적 쟁점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법적 쟁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 쟁점
임금피크제는 최근 개별계약과의 관계에서 이른바 유리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판결로 주목받은 바 있습니다. 즉 대법원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취업규칙이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함을 전제로 변경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이 포함된 개별 근로계약이 우선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하급심판결은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원칙적으로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한다는 입장입니다[서울행정법원 2007. 1. 23. 선고 2006구합28598 판결(확정)]. 반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인지 논란이 있는데, 최근 울산지방법원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원래 정함이 없던 연령 구간에 대하여 새로운 임금제도를 신설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불이익한 변경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울산지방법원 2020. 10. 7. 선고 2018가합21063 판결(확정)].
다만 임금피크제가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이라고 전제하면 집단적 동의절차를 거쳐야 하고, 동의절차 없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지 않는 한 그 효력이 인정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2) 연령차별에 따른 고령자고용법 위반 쟁점
본건에서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문제되었는데 대법원은 이러한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위반으로 무효라고 판단하였고, 하급심판결 중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라고 하더라도 삭감률이 크고 일부 직급에서는 40대에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점 등을 이유로 무효라고 판단한 판결이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1. 9. 8. 선고 2019나2016657 판결(확정)]. 반면 혼합형 임금피크제라고 하더라도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확보된 재원을 신규채용 인건비로 충당하여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점 등을 고려하여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아 유효로 본 판결도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1. 11. 19. 선고 2020나2028045 판결(확정)]. 이처럼 법원은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에 반하는지 여부는 그 유형 및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구체적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III. 본건 판결의 적용범위 및 대응방안
1. 적용범위: 정년연장형 등 모든 유형의 임금피크제에 적용되는지
본건 판결은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대한 판결인 반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사례들도 많으므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도 모두 적용되는지 여부가 문제됩니다.
관련하여,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도 모두 적용 대상이라는 견해가 있는 반면, 본건 판결 사안이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본건 판결과 무관하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본건 판결에서 정년이 종전과 동일하다는 점이 중요하게 고려된 것은 분명해 보이고,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정년 60세를 의무화하면서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에 따른 조치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본건 판결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도 모두 일률적으로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그러나 본건 판결은 연령에 따른 차별이 합리적 이유가 있는 지에 관하여 기준을 제시하였는데 이는 임금피크제의 유형을 불문하고 적용될 수 있는 일반적인 기준들로 이해되고, 본건 판결에서도 정년이 고정되었다는 점 외에도 여러 가지 사정들이 함께 고려되었으며 법률에 따라 의무적으로 정년이 60세가 된 것이 임금피크제 적용에 따른 임금하락을 상쇄할 만한 충분한 조치라고 볼 수 있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라고 하여 본건 판결과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다만 본건 판결이 적용되더라도 모든 유형의 임금피크제가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고,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 임금 삭감의 정도나 근로시간 단축 등 대상조치 등이 기업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도입 중인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은 사안별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2. 대응방안: 회사별 임금피크제 유효성 점검
임금피크제를 운영 중인 회사는 본건 판결이 언급한 기준에 따라 현재 운영 중인 임금피크제를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건 판결의 기준을 요약하면 ①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만한 이유가 있는지, ② 도입 이유에 맞게 운영이 되고 있는지, ③ 임금 삭감 정도 및 이를 수긍할 만한 조치가 있는지로 볼 수 있는데, 각각의 요소에 따른 사정들을 면밀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①, ② 기준과 관련하여 본건 판결이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과 대상이 되기 직전의 고령 직원 간 실적 달성률을 기준으로 실적 달성률 제고라는 목적의 정당성이 없다고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연령 증가에 따른 근로자들의 생산성 변동 추이 등을 확인하여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서울고등법원 판결[위 서울고등법원 2021. 11. 19. 선고 2020나2028045 판결(확정)]은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 그 이유로 임금피크제에는 청년 일자리 창출 목적도 있는데 임금피크제 시행 후 신규채용 규모가 확대된 점,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확보한 재원을 신규채용 인건비로 충당 후 잔여재원을 임금인상에 투입한 점을 언급하였으므로, 회사에서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 논의된 사항과 임금피크제 운영으로 확보된 재원의 활용 현황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퇴직 시 평균연령 변동 추이를 통하여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인하여 기존에는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던 정년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효과가 발생하였는지도 파악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③ 기준은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에 관하여 매우 중요한 판단요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본건 판결은 임금 하락을 상쇄하는 조치로 명예퇴직제도의 시행이나 절대평가로의 평가방법 변경은 부족하다고 보았고, 업무량이나 수준 역시 큰 차이가 없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입니다.
본건 판결이 삭감되는 임금을 상쇄하는 구체적 조치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지 않으나 가장 쉬운 예로는 업무 내용이나 강도, 근무시간에 변경을 주는 것이므로 임금피크제 적용 전후로 대상 근로자들의 근무 실태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밖에도 (i) 임금피크제 직원에 대한 별도 직무 부여 여부, (ii) 이직, 퇴직 등에 대비한 교육 등 보장책 마련 여부 등이 추가적으로 고려될 수 있어 보이며 (iii) 고용보험법에 의한 임금피크제 지원금 등을 적극 활용하여 혜택을 받았는지 여부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상의 사항을 고려하여 점검 사항 예시를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습니다.
판단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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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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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만한 이유가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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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도입 이유에 맞게 운영이 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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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도입 전/후 신규채용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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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도입 전/후 신규채용 인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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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도입 전/후 퇴직 시 평균연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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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임금피크제로 확보된 재원의 활용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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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임금 삭감 정도 및 이를 수긍할 만한 조치가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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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본건 판결로 예상되는 파급효과
1. 임금 등 청구소송 제기
본건 판결이 선고됨에 따라 노동계에서는 임금피크제 자체를 철폐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는 등 다수의 기획소송, 집단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본건 판결에 따라 각 기업에서 시행 중이던 임금피크제가 무효로 판단될 경우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감액된 부분에 해당하는 임금을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기간 범위 내에서 지급하여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임금채권은 3년의 단기 소멸시효채권에 해당하나(근로기준법 제49조), 원고 측에서 고령자고용법 위반을 불법행위로 주장하는 경우 10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적용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측면 등을 고려하면 대규모 퇴직자 집단이 임금피크제 관련 소송에 참여하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2. 명예퇴직제도와의 관계
한편, 임금피크제는 희망퇴직 또는 명예퇴직 제도와 연계되어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희망퇴직 또는 명예퇴직 제도는 회사의 사정에 따라 간헐적으로 운영되기도 하고 상시적으로 운영되기도 하는데, 일정 근속이상 또는 일정 연령 이상을 대상으로 일정 수준의 위로금을 지급하고 퇴직을 하는 제도입니다. 이때 기준이 되는 연령은 임금피크제 진입 연령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임금피크제에 진입하여 감액된 임금을 받는 대신 상당한 수준의 위로금을 일시금으로 받고 퇴직을 선택하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본건 판결로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희망퇴직 또는 명예퇴직 제도를 운영하는 회사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임금피크제가 무효라서 임금이 하락하지 않는다면 희망퇴직 또는 명예퇴직을 선택할 유인이 현저히 낮아지고 이에 간헐적 또는 상시적 희망퇴직 또는 명예퇴직 제도를 통하여 적정 인력의 유지 또는 신규 고용 증대 정책을 펴왔던 회사로서는 인력 운영 면에서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V. 마치며
본건 판결로 인하여 임금피크제를 운영하는 회사는 향후 기획소송, 임금체불 진정, 노사관계 경색 등 여러 가지 위험 내지 부담에 처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임금피크제를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과 연계하여 운용 중인 회사에서는 인력 운영 면에서도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이에 기업들로서는 대상판결을 기초로 회사 제도를 면밀히 분석·점검한 후 향후 대응 방향을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고, 대안 마련을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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