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자동차보험의 자기차량손해 담보에 가입할 경우, 피보험자는 손해액의 20~30%를 기준으로 최소 20만원 ~ 최대 50만원의 범위에서 자기부담금을 선택하고 교통사고시 발생한 손해액 중 이를 공제한 부분을 보상받기로 하는 자기부담금 약정을 하게 됩니다. 피보험자가 교통사고로 자기차량손해를 담보한 보험회사(이하 “자차보험사”)로부터 자기부담금을 공제한 보험금을 지급받은 경우, 그 자기부담금 상당액을 교통사고의 상대방 차량 보험회사(이하 “상대방보험사”)로부터 자차보험사의 구상권보다 우선하여 배상받을 수 있는지에 대하여, 최근 하급심 판결(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2. 1. 27. 선고 2021가합7525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하급심 판결은 자기부담금의 최종적 부담주체는 피보험자(원고들)이고 따라서 약정에 따른 자기부담금은 미보전손해로 볼 수 없다고 하면서 원고들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였습니다.
I. 사건 개요
원고들(총 10명)은 자기부담금 약정부 자기차량손해 담보가 포함된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자들로서, 다른 차량과 쌍방과실에 의한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자기 차량 및 상대방 차량이 각 파손되는 손해를 입었습니다.
자차보험사(원고들이 가입한 보험사)는 원고들의 차량에 발생한 수리비 중 자기부담금을 공제한 금원을 수리업체에 지급하는 방법으로 원고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였습니다. 이후 자차보험사는 구상권에 기하여 상대방보험사(피고들)에게 ‘원고들 차량 수리비 중 상대방 차량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원(단, 자차보험사가 원고들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한도로 하는 금원)’을 청구하여 지급받았습니다.
원고들은 대법원 2014다46211 판결(이하 “관련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상대방보험사인 피고들이 원고들에게 보험금으로 보상되지 않고 남은 손해인 ‘자기부담금 상당액(단, 과실비율에 따른 상대방 손해배상책임액 한도)’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관련 대법원 판결은 A사의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인접한 B사 공장에까지 손해가 발생한 사안으로, B사는 일부보험에 의한 화재보험에 가입하여 보험사로부터 전체 손해액 중 일부만을 보험금으로 지급받았고, A사에 잔존 손해(전체 손해액 – 보험금)의 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대법원은 “피보험자는 보험자로부터 수령한 보험금으로 전보되지 않고 남은 손해에 관하여 제3자를 상대로 그의 배상책임(다만 과실상계 등에 의하여 제한된 범위 내의 책임이다. 이하 같다)을 이행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바, 전체 손해액에서 보험금으로 전보되지 않고 남은 손해액이 제3자의 손해배상책임액보다 많을 경우에는 제3자에 대하여 그의 손해배상책임액 전부를 이행할 것을 청구할 수 있고, 위 남은 손해액이 제3자의 손해배상책임액보다 적을 경우에는 그 남은 손해액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에 제3자의 손해배상책임액과 위 남은 손해액의 차액 상당액은 보험자대위(상법 제682조)에 의하여 보험자가 제3자에게 이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II. 법원의 판단: 피보험자는 스스로 자기부담금을 부담할 의사로 자차보험을 체결하였고 그 약정에 따라 부담한 자기부담금은 미보전손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청구 기각
이 사건에서 1심 법원은 원고들 청구를 전부 기각하였는데,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원고들은 자신이 자기부담금을 부담할 의사로 자차보험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자기부담금을 자신이 부담할 비용으로 인식하였다 : 보험약관 및 안내자료의 내용이나 ‘자기부담금’이라는 용어가 갖는 통상의 의미, 피보험자가 수리업체에 자기부담금을 직접 납부하고 자기차량을 인도받는 관행, 자차보험은 임의보험으로서 피보험자가 가입 여부를 선택할 뿐만 아니라 자기부담금을 높게 하고 보험료를 많이 감액받을지 아니면 자기부담금을 낮게 하고 보험료를 적게 감액받을지도 선택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은 자신이 자기부담금을 부담할 의사였다.
② 자기부담금을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로 볼 수 없다 : 자기부담금은 교통사고로 자기차량에 물적 손해가 발생할 것을 ‘조건’으로 원고들이 이를 부담하기로 하는 약정이므로, 그 부담은 교통사고 자체로 인한 ‘손해’라기보다는 자차보험계약에 따라 손해 중 일부를 원고들에게 전가시킨 ‘이행’이라고 봄이 합당하다.
③ 자기부담금을 ‘미보전손해’로 보는 것은 자기부담금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 : 자기부담금 제도는 피보험자에게 보험료 절감, 보험회사에게 비용 절감, 사회적으로는 도덕적 해이 방지라는 장점이 있다. 만약 자기부담금을 미보전손해로 본다면 원고들과 상대방 운전자 모두 각자 상대방의 보험사에 자기부담금 상당액의 배상을 청구하여 결과적으로 보험회사들이 이를 최종적으로 부담하게 되므로, 자기부담금 제도의 장점이 소멸된다.
④ 원고들은 이미 보험료 감액의 이익을 받았다 : 원고들은 자신의 위험성향에 따라 자기부담금 규모를 선택하여 보험료 절감의 이익을 얻었으므로, 만약 원고들이 자기부담금 상당액을 부담하지 않으면 계약 체결 당시 기대하지 않았던 부당한 이익을 보게 되고, 자기부담금 비율이 서로 다른 보험계약자가 동일한 보험 이익을 누리는 불공평한 결과가 발생한다.
III. 판결의 시사점
지난 2020년경 일각에서 ‘관련 대법원 판결이 자동차보험 자기차량손해의 자기부담금에도 적용되므로 피보험자는 상대방보험사로부터 자기부담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 제기되었고 이후 본건과 유사한 일명 자기부담금 환급 소송이 다수 제기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기부담금 환급 소송은 소액사건이어서 판결 이유가 구체적으로 설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본건은 법리적 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힌 선도적 판결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습니다. 금번 판결에 명시적인 설시는 없으나 원고들 청구를 기각한 점에 비추어보면 법원은 관련 대법원 판결의 법리가 본건과 같은 자기부담금 약정부 자동차보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간 보험사들은 피보험자의 편의를 고려하여, ‘과실비율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자차보험사가 피보험자에게 우선적으로 자차보험금(자기부담금을 공제한 금액)을 지급하고, 이후 상대방보험사에게 과실비율에 따른 구상금을 청구하여 지급받는 선처리 방식’ 및 ‘피보험자가 상대방보험사로부터 먼저 보험금을 지급받은 뒤 자차보험사로부터 남은 손해액에 관한 보험금을 지급받는 교차처리 방식’을 모두 인정하여 왔습니다.
그런데 자기부담금 환급 소송이 제기되면서, 교차처리 방식에서는 자차보험사가 남은 손해액에서 자기부담금을 공제하고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반면(즉, 피보험자가 자기부담금을 최종적으로 부담), 선처리 방식에서는 자차보험사가 먼저 보험금을 지급하고 나중에 구상을 하는 관계로 구상 단계에서 자차보험사가 결과적으로 자기부담금 상당액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는 결과(즉, 보험회사가 자기부담금을 최종적으로 부담)가 발생할 가능성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금번 판결에 의하면 보험사들이 선처리 방식으로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에도 교차처리 시와 동일한 경제적 결과가 나타나게 되며 선처리 방식의 보험금 지급 케이스에서 보험사가 피보험자에게 자기부담금 상당액을 추가적으로 지급하여야 하는지 여부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피보험자가 소손해(小損害)를 직접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려는 자기부담금 제도가 그 도입취지에 맞게 유지, 운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위 판결은 확정된 것은 아니고 원고들이 항소하였으므로, 향후 상급법원의 판단과 학계 및 실무의 논의를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위 소송에서 피고들(6개 손해보험사)을 대리하여 관련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피보험자가 자기부담금을 최종적으로 부담하여야 한다는 판결을 이끌어 냈습니다.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보험 분야의 탁월한 전문성과 풍부한 실무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금융소송을 전담하는 금융소송유닛(unit)을 강화하여 금융 분야 전문가와 분쟁(소송) 전문가가 긴밀히 협업하여 금융 관련 소송에서 최상의 성과를 도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위와 유사한 사건 또는 보험 분야 문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실 경우 언제든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