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11.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이하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었고, 2022. 4. 20. 시행될 예정입니다.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하면 데이터를 부정하게 사용하는 행위 및 유명인의 성명, 초상 등 해당 인물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무단 사용하는 행위를 각각 부정경쟁행위 유형으로 신설(제2조 제1호 카목 및 타목)하면서,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 금지청구, 손해배상 및 시정권고 등 민사적ㆍ행정적 구제조치의 대상이 되도록 하되, 데이터의 기술적 보호 조치를 무력화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번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은 i) 빅데이터를 비롯한 전자적 방식으로의 데이터 수집, 이동 등이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공개된 비정형 데이터에 대한 권리 보호 규정을 추가한 점, ii)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퍼블리시티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논란이 많았는데 퍼블리시티권에 관련된 법률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K-POP등 콘텐츠가 전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상황에서 연예인 등의 권리 보호를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다만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신설된 내용을 기존 저작권법 규정과 어떻게 조화롭게 해석할 것인지, 퍼블리시티권의 구체적인 보호 범위 등을 어떻게 볼 것인지는 향후 판례나 학계의 논의를 지켜볼 필요가 있고, 특히 퍼블리시티권과 관련하여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저작권법 전부개정안의 입법 추이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I. 개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의 주요 내용
1. 데이터 부정 사용 행위
카. 데이터(「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제2조제1호에 따른 데이터 중 업으로서 특정인 또는 특정 다수에게 제공되는 것으로, 전자적 방법으로 상당량 축적ㆍ관리되고 있으며, 비밀로서 관리되고 있지 않은 기술상 또는 영업상의 정보를 말한다. 이하 같다)를 부정하게 사용하는 행위로서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
1) 접근권한이 없는 자가 절취ㆍ기망ㆍ부정접속, 그 밖의 부정한 수단으로 데이터를 취득하거나 그 취득한 데이터를 사용ㆍ공개하는 행위
2) 데이터 보유자와의 계약관계 등에 따라 데이터에 접근권한이 있는 자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데이터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그 데이터를 사용ㆍ공개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
3) 1) 또는 2)가 개입된 사실을 알고 데이터를 취득하거나 그 취득한 데이터를 사용ㆍ공개하는 행위
4) 정당한 권한 없이 데이터의 보호를 위해 적용한 기술적 보호조치를 회피ㆍ제거 또는 변경(이하 “무력화”라 한다)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기술ㆍ서비스ㆍ장치 또는 그 장치의 부품을 제공ㆍ수입ㆍ수출ㆍ제조ㆍ양도ㆍ대여 또는 전송하거나 이를 양도ㆍ대여하기 위하여 전시하는 행위. 다만, 기술적 보호조치의 연구ㆍ개발을 위하여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하는 장치 또는 그 부품을 제조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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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데이터산업법”)이 2022. 4. 20.부터 시행됨에 따라 해당 법령에서 정의되는 데이터를 보호하고 그 부정 사용을 규제하기 위한 내용을 부정경쟁방지법에 추가하였습니다(데이터산업법 제12조 참고). 1)에서 3)은 데이터를 부정하게 취득하거나 부정한 목적으로 이를 사용, 공개하는 등의 행위를, 4)에서는 기술적 보호조치의 무력화를 규제하고 있습니다.
위 카.목 위반 행위는 다른 부정경쟁행위와 같이, 금지청구(부정경쟁방지법 제4조), 손해배상청구(동법 제5조) 및 시정권고(동법 제8조)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카.목 중 4)에 대하여는 3년 이하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형사처벌을 규정하는 반면, 1) 내지 3)의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동법 제18조 제3항 제1호).
2. 유명인 식별표지에 대한 침해 행위
타.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성명, 초상, 음성, 서명 등 그 타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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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권으로서의 초상권과 별개로,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성명, 초상 등 식별표지, 이른바 퍼블리시티권에 대하여 그 침해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의 한 유형으로서 추가하였습니다.
위 타.목 위반 행위는 금지청구(부정경쟁방지법 제4조), 손해배상청구(동법 제5조) 및 시정권고(동법 제8조)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다만 형사처벌 대상에서는 제외하고 있습니다(동법 제18조 제3항 제1호).
II. 시사점
1. 데이터 부정 사용 행위
현행법상 비밀로 관리되는 비공개된 데이터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 영업비밀로 보호될 수 있고, 또한 공개된 데이터 중 데이터의 선택과 배열에 창작성이 있거나 체계적으로 배열 또는 구성한 편집물로서 상당한 투자가 이루어진 데이터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편집저작물 또는 데이터베이스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예컨대 IoT 데이터와 같이 공개된 비정형 데이터는 법적 보호기반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데이터가 원활하게 이용ㆍ유통되는 것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공개된 비정형 데이터에 대한 보호 규정을 추가하였는데, 그 규정에 따르면 “데이터 중 업으로서 특정인 또는 특정 다수에게 제공되는 것으로, 전자적 방법으로 상당량 축적ㆍ관리되고 있으며, 비밀로서 관리되고 있지 않은 기술상 또는 영업상의 정보”를 보호대상으로 하고 있고, 이는 일본 부정경쟁방지법상의 한정 데이터의 개념과 유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예로 든 IoT 센서를 통해서 모아진 데이터의 경우 각 가정으로부터 특정 통신사에게 제공되는 것인데, 접근권한 없는 제3자가 해킹 등 부정한 수단으로 이를 취득하거나(1호)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는 경우(4호)가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에서도 개별 데이터보다는 ‘상당량 축적, 관리’된 데이터를 보호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저작권법상 데이터베이스 관련 규정을 중첩적,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한편 형사처벌 적용 대상을 기술적 보호 조치의 무력화 행위로 한정한 것은 데이터 거래의 실정을 감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2. 유명인 식별표지에 대한 침해 행위
그 동안 우리나라 법에서는 퍼블리시티권의 근거가 되는 조항이 없어, 퍼블리시티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및 그 근거가 무엇인지 등에 대하여 많은 논란이 있었으며, 판례마다 퍼블리시티권 인정 여부 및 법적 근거에 대해 조금씩 다르게 판단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와중에 현행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으로 기존 부정경쟁행위 유형에는 해당하지 않으나 부정경쟁행위로 볼 필요가 있는 행위에 대한 보충적 일반조항이 도입되었고, 대법원에서는 2020. 3. 26.에 유명 아이돌 그룹인 BTS의 이름, 사진 등을 무단 사용하여 화보집을 제작, 판매하는 행위가 위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었습니다(대법원 2020. 3. 26 자 2019마6525 결정).
이와 같이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대해 현행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 위반을 주장할 수 있는 가능성은 생겼지만, 위 카.목은 보충적 일반조항이라는 점에서, 퍼블리시티권이라는 권리가 우리나라의 현행법에서 인정되는 권리라고 볼 수 있는지, 그 권리의 구체적인 태양이나 범위가 어떠한지 등에 대하여는 여전히 불분명한 점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에 퍼블리시티권 관련 조항이 신설되었는바, 퍼블리시티권에 관련된 법적 근거를 두고 연예인 등의 권리 보호를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다만 개정 부정경쟁방지법 타.목이 인정되기 위한 각 요건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즉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갖는지 여부’나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지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와 관련하여서는 선례의 축적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현재 타.목 문구만으로는 퍼블리시티권이 예컨대 연예인과 소속사 중 누구에게 귀속되는 것인지, 퍼블리시티권을 제3자에게 라이선스하거나 양도할 수 있는 것인지, 존속기간이 있는 것인지 등 그 권리자나 보호 범위 등에 있어서는 여전히 불분명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한편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저작권법 전부개정안(2021. 1. 15.자, 도종환의원 대표발의)의 제123조 내지 제129조에서도 ‘초상등재산권’이라는 이름으로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내용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저작권법 개정안에서의 ‘초상등재산권’의 대략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제2조 제22호: “초상등”이란 사람의 성명ㆍ초상ㆍ목소리 또는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으로 그 사람을 특정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함.
- 제123조: 대한민국 국민의 초상등 및 대한민국이 관련하여 가입 또는 체결한 조약에 따라 보호되는 외국인의 초상등은 저작권법에 따른 보호를 받음.
- 제124조: 초상등재산권은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아니함
- 제125조: 초상등 재산적 권리 보호에 관하여는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저작권법을 우선 적용함.
- 제126조: 초상등이 특정하는 사람은 자신의 초상등을 상업적 목적을 위하여 일반 공중에 널리 인식되도록 하는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짐.
- 제127조: 초상등재산권에 대하여는 저작권법 제25조 내지 제48조의 저작권 제한 등 규정 중 일부가 준용됨.
- 제128조: 초상등재산권은 초상등재산권자의 일신에 전속하며, 타인에 양도, 압류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음.
- 제129조: 초상등재산권자는 타인에게 이용허락을 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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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법 개정안 제2조 제22호에서는 초상등재산권에 대해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갖는지 여부’를 그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아니하여 개정 부정경쟁방지법 타.목보다 그 보호범위가 넓다고 볼 수 있는데, 저작권법 개정안 제125조에서는 초상등 재산적 권리 보호에 대하여 저작권법을 우선 적용하도록 하고 있어, 저작권법 개정안이 현재 내용으로 국회에서 통과되는 경우 개정 부정경쟁방지법 타.목의 규정의 적용 범위가 상당히 좁아질 여지가 있습니다. 한편 저작권법 개정안에서는 초상등재산권의 권리자가 누구인지, 그 권리의 양도나 라이선스 가능 여부에 대해 규정을 두고 있어, 해당 개정안에 의하면 퍼블리시티권의 권리자나 보호 범위 등이 좀 더 명확해질 수 있습니다.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에 유명인 식별표지 관련 내용이 포함된 상황에서,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저작권법 개정안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관해서도 그 추이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한편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6호에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 경우로서 ‘저명한 타인의 성명·명칭 또는 상호·초상·서명·인장·아호(雅號)·예명(藝名)·필명(筆名) 또는 이들의 약칭을 포함하는 상표’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에서의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성명, 초상, 음성, 서명 등 그 타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위 상표법 규정과 함께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