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식재산권 보호와 관련하여 특유의 “쌍궤도” 제도(双轨制), 즉 사법보호와 행정보호를 병행하는 시스템을 수립하여 시행해 왔습니다. 일반적으로 특허 관련 행정기관(중국의 경우는 중앙 및 지방의 지식재산권국이 이에 해당)은 행정기능에 속하는 지식재산권 심사, 등록, 권리 확인 등 기능만 수행하지만, 중국 “쌍궤도” 제도의 특징은 특허 관련 행정기관이 권리자와 침해자간 발생하는 지식재산권 침해 민사분쟁에 대해서도 법집행권(执法权)을 행사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특허행정집법방법>[1] 제2조).
그런데 “쌍궤도” 제도에 관한 <특허법>상의 근거는 명확하지 않았는바, 2020. 10. 17.에 개정되고, 2021. 6. 1.부터 시행된 개정 <특허법> 제70조 제1항 은 “중대 특허침해분쟁”에 대한 국가지식재산권국의 관할권을 처음으로 언급하였으며 , 국가지식재산권국은 2021. 5. 26. <중대 특허침해분쟁 행정재결방법>(이하 “행정재결방법”)을 공표하고, 개정 <특허법>과 동일하게 2021. 6. 1.부터 시행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지식재산권 침해 민사분쟁에 대한 침해 중지명령 등 법집행권의 근거를 보다 명확하게 하였습니다.
아래에서는 <행정재결방법>의 구체적인 내용과 그 시사점에 대해 살펴보고 국내의 유사 제도, 특히 무역위원회의 불공정무역행위조사, 특허청의 부정경쟁행위조사와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행정재결방법>의 적용 요건
(1) 중대 특허침해분쟁의 범위 (실질적 요건)
<행정재결방법> 제3조에서, (i) 중대한 공공 이익과 관련되는 사건, (ii) 업계 발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 (iii) 2개 이상 성(省)급 행정구역과 관련되는 중대 사건, (iv) 기타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허침해분쟁 사건은 “중대 특허침해분쟁” 사건에 해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구체적 사건이 “중대 특허침해분쟁”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국가지식재산권국에서 최종 판단하게 됩니다.
(2) 행정재결 청구 요건 (형식적 요건)
<행정재결방법>에 따른 중대 특허침해분쟁에 대한 행정재결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형식적 요건을 우선 구비하여야 합니다: (i) 청구인은 특허권자 또는 이해관계자여야 함; (ii) 명확한 피청구인이 있어야 함; (iii) 청구내용이 명확하고 구체적 사실과 이유가 있어야 함; (iv) 청구 전에 인민법원에 입안된 당해 특허침해사건이 없어야 함(제4조).
2. 중대 특허침해분쟁 행정재결의 절차
<행정재결방법>에 따른 중대 특허침해분쟁 행정재결의 절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a) 행정재결 청구 → (b) 국가지식재산권국 입안 → (c) 3인 이상 홀수 합의부 구성 → (d) 조사진행 → (e) 조사종결 및 행정재결 → (f) 불복, 소 제기
그 중 행정재결 청구와 관련하여, 청구인은 피청구인 소재지 또는 침해행위지 지방지식재산권국으로부터 당해 행정재결 청구가 상기 실질적 요건에 부합한다는 증명서를 발급받아 <특허행정집법방법>에 따른 청구서 및 증거자료와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제5조). 즉, 국가지식재산권국에 중대 특허침해분쟁 행정재결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지방지식재산권국의 사전 심사를 먼저 받아야 하고, 중대 특허침해분쟁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지방지식재산권국에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 외, 조사 방식에는 청구인 제출 증거에 대한 서면조사와 현장조사를 포함하며, 당사자가 객관적 사정으로 인해 증거 수집이 어려운 경우 국가지식재산권국에 조사검사를 신청하거나, 국가재산권국에서 사건 조사의 필요성에 따라 직권에 의해 직접 조사검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제12조). 국가지식재산권국에서 진행하는 현장조사에는 (i) 관련 당사자 기타 기관개인에 대한 심문, (ii) 특허침해행위 피의 장소에 대한 검사, (iii) 특허침해 피의 제품에 대한 검사 등이 포함됩니다(제13조). 국가지식재산권국은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관련 기관에 검증, 감정을 위탁할 수 있고(제14조), 사건 처리에 기술조사관을 참여하게 할 수 있습니다(제15조).
국가지식재산권에서는 특허침해가 인정될 경우 침해 중지를 명령할 수 있는데, 당사자가 이에 불복하는 경우, 행정재결서 수령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중국 <행정소송법>에 따라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제23조).
3. 기타 규정
(1) 행정재결의 집행
피청구인이 위 제소기간 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특허침해행위를 중지하지도 않는다면, 국가지식재산권국은 법원에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제23조).
(2) 특허 무효심판 청구에 따른 재결 중단종결
피청구인이 침해대상 특허에 대해 국가지식재산권국에 특허 무효심판을 청구하고 수리되는 경우 진행 중인 행정재결은 중단되며, 당해 특허가 국가지식재산권국에 의해 무효로 선고되는 경우 행정재결은 종결됩니다. 다만, 국가지식재산권국의 특허 무효 선고가 기타 행정소송의 결과에 따라 철회되는 경우, 특허권자는 다시 국가지식재산권국에 행정재결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제17조 제1호, 제20조).
(3) 손해배상
<행정재결방법> 제23조에 따르면, 국가지식재산권국에서 조사 결과 특허침해가 성립된다고 판단하는 경우, 피청구인에게 특허침해행위 중지를 명령할 수 있을 뿐이고, 청구인에 대한 손해배상을 명할 수는 없습니다(제23조). 그러므로, 특허권자 또는 기타 이해관계자가 침해자에 대한 손해배상까지 청구하려면 행정재결을 통해서는 그 목적을 실현할 수 없고, 법원에 별도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본 <행정재결방법>에 따른 권리구제 방식은 ① 특허침해가 초기 단계에 있고 실제 손해가 많지 않은 사안이나 ② 손해배상 여부보다 특허침해행위를 신속하게 중지시키는 것이 더 중요한 경우에 많이 활용될 것으로 사료됩니다.
4. 국내 유사 제도와의 비교
<행정재결방법>을 국내 유사 제도인 특히 무역위원회의 불공정무역행위조사 및 특허청의 부정경쟁행위조사와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5. 시사점
특허침해 발생 시 국가지식재산권국을 포함한 특허관리부서에 행정재결을 청구하는 것은 직접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방식 대비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일반 법원에 비해 특허에 대한 전문성을 구비한 유권기관의 판단을 받을 수 있으며, 나아가 행정재결을 받게 되면 추후 민사소송에서도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반면, 행정기관의 결정이므로 법원의 판결 대비 집행력 미약하다는 단점이 있으며, 손해배상을 청구하고자 할 경우에는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습니다.
또한 실무 및 학계에서는 “쌍궤도” 제도 자체의 법리적 타당성(행정기관에 당사자들간 민사 분쟁에 대한 법집행권을 부여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쟁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국 정부가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를 천명하고 있으므로, 행정재결과 같은 효율적이면서 전문성이 강한 분쟁해결 방식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중국의 중요한 특허 보호 제도로 활용될 것으로 사료됩니다.
현재 <행정재결방법>의 시행 초기 단계인 만큼, 향후 실제 시행 동태를 긴밀히 예의주시하고,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동 행정재결 방식을 활용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어 보입니다.
다만 우리나라 기업도 적용대상에 포함되어 <행정재결방법>에 따라 중대 특허침해분쟁에 대하여 행정기관의 처리를 청구할 수 있으나, 중국기업의 침해에 대해 처리를 청구하는 경우 중국기업 소재지 또는 침해행위지 지방정부가 작성한 증명자료가 필요하므로, 우리나라 기업이 이를 이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것에 유의하여야 합니다. 한편, 특허권자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도 청구할 수 있으므로 중국 내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은 자회사 명의로도 청구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실무 동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1 专利行政执法办法
2 국무원 특허행정부서는 특허권자 또는 이해관계자의 청구에 따라 전국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특허권 침해분쟁을 처리할 수 있다.
3 <특허행정집법방법> 제5조에서 중대한 영향이 있는 특허권리침해안건, 특허모조사건에 대해 국가지식재산권국이 필요한 경우 특허업무를 관리하는 관련부서를 조직하여 처리 및 조사 처분할 수 있다는 “쌍궤도” 제도 중의 행정보호 제도가 언급되어 있었으나, <특허법> 차원에서는 이번에 개정되면서 처음으로 언급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