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L Legal Update

2026.04.22

투자신탁형 집합투자기구의 투자중개업자와 현존이익

투자금을 신탁업자에게 지급한 투자중개업자의 현존이익 추정을 번복한 사례

 

I. 사건의 배경

1. 투자신탁형 집합투자기구의 구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투자신탁형 집합투자기구를 설정하는 집합투자업자는 투자중개업자를 통해 수익증권을 판매합니다(자본시장법 제184조 제5항).

이때 투자자가 투자신탁형 집합투자기구에 대한 투자를 위하여 지급한 돈은 투자중개업자를 거쳐서 신탁업자에게 납입되고(자본시장법 제74조 제1항, 제3항, 제4항 참조), 집합투자업자는 신탁원본이 전액 납입된 경우 신탁업자의 확인을 받아서 투자신탁의 수익증권을 발행하며, 투자자는 투자중개업자에 개설된 계좌에 입고되는 수익증권을 취득하게 됩니다(자본시장법 제189조 제1항, 제3항). 

이를 통해 투자자와 집합투자기구의 관계자들 사이에 투자신탁에 따른 법률관계가 형성되고 이는 신탁의 일종입니다.


2. 현존이익 추정의 번복에 관한 종전 판례의 흐름

한편 대법원은 종전 부당이득반환의 현존이익 관련하여 『수익자가 취득한 것이 금전상의 이득인 때에는 그 금전은 이를 취득한 자가 소비하였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현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법리를 전제로(대법원 1996. 12. 10. 선고 96다32881 판결 등 참조), 개별 사안의 사실관계를 고려하여 그 추정을 번복하여 왔습니다(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1다37002 판결, 대법원 2016. 5. 26. 선고 2015다254354 판결 등).

이후 대법원은 FX마진거래에서 금융회사와 투자자 사이 부당이득반환이 문제된 사안에서, 『수익자가 취득한 것이 금전상의 이득인 때에는 그 금전은 이를 취득한 자가 소비하였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현존하는 것으로 추정되나, 수익자가 급부자의 지시나 급부자와의 합의에 따라 금전을 사용하거나 지출한 경우 그 금전을 취득한 수익자의 현존이익 추정이 번복될 수 있다.』라고 판시함으로써, 금전을 취득한 수익자의 현존이익 추정이 번복될 수 있는 사유에 관한 일반 법리를 정립하였으며(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18다244488 판결), 당시 이에 대한 보도자료까지 배포하였습니다. 

그러나 위 법리가 적용되는 국면 중 하나인 투자신탁에 따른 법률관계에서의 부당이득반환 사안, 즉 투자자가 집합투자기구 투자에 관한 계약을 착오 등을 이유로 취소하고 (집합투자업자가 아닌) 투자중개업자를 상대로 투자금 상당액의 반환을 구하는 사안에서 급부자인 투자자의 ‘지시’ 또는 투자자와의 ‘합의’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하여는 별도의 판단 기준이 제시되지 아니한 상황이었습니다.


II.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집합투자업자 A가 설정한 투자신탁형 집합투자기구(이하 ‘이 사건 펀드’)가 실제로는 비상장기업의 사모사채에 투자하는 상품이었음에도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주된 투자대상으로 하는 상품인 것처럼 속여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힌 사안에서, 투자자가 투자중개업자 B를 상대로 이 사건 펀드 투자에 관한 계약을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고 투자금 상당액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원심은 앞서 본 ‘지시 내지 합의’의 의미를 ‘투자중개업자 B가 투자자로부터 지급받은 투자금을 신탁업자 C에게 납입하여 집합투자업자인 A가 투자설명서에 예정된 투자신탁의 투자대상 및 투자구조에 따라 운용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해석하였습니다. 또한 원심은 이를 전제로 비록 투자중개업자 B가 투자자로부터 교부받은 투자금을 신탁업자 C에게 이체하였더라도, 투자자의 투자금이 이 사건 펀드의 주요 투자대상인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니라 비상장기업의 사모사채 인수에 사용된 이상, 투자중개업자 B가 투자금을 투자자의 지시 내지 합의에 따라 사용하였거나 지출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투자중개업자 B에게 현존이익 추정이 복멸되지 않아 원금과 지연이자 일체를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원심의 위와 같은 해석이 투자신탁형 집합투자기구를 둘러싼 법률관계의 구조에 반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자본시장법상 투자금의 납입 구조 및 신탁재산의 관리∙처분 구조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투자금을 집합투자기구의 신탁재산에 편입시키기 위하여 신탁업자에게 입금할 것' 자체가 투자자가 투자중개업자에 대하여 한 지시이자 투자자와 투자중개업자 사이의 합의의 내용이라는 점을 법리적으로 강조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심리 끝에 위와 같은 태평양의 주장을 받아들여, 수익자인 투자중개업자에 대한 현존이익의 추정이 번복됨을 이유로 투자자의 투자중개업자에 대한 주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으로 환송하였습니다[대법원 2026. 4. 16. 선고 2025다217414 판결(이하 ‘대상판결’)].


III. 대상판결의 주요 내용

1. 투자중개업자와 투자자 사이 합의의 내용

대상판결은 투자중개업자와 투자자 사이 합의의 내용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 투자신탁형 집합투자기구의 수익증권을 판매한 투자중개업자는 투자신탁의 수익자가 되려는 투자자로부터 수령한 투자금을 집합투자업자와 신탁계약을 체결한 신탁업자에게 지급하여 신탁원본이 납입되게 한다. 신탁업자는 집합투자업자의 운용지시에 따라 투자신탁재산이 된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투자대상자산을 취득하고 처분하는 등으로 투자신탁재산에 대한 관리∙처분권을 행사한다. 

- 따라서 투자자가 체결한 투자신탁형 집합투자기구 투자에 관한 계약이 착오 등에 따라 체결된 것이라는 이유로 취소된 경우 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수령했던 투자중개업자가 선의의 수익자로서 신탁업자에게 투자금을 지급하여 투자신탁의 신탁원본이 납입되게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익자인 투자중개업자가 급부자인 투자자와의 합의에 따라 투자금을 지출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투자중개업자가 집합투자기구 투자에 관한 계약에 따라 받은 금전상 이익이 현존한다는 추정은 번복된다.


2. 구체적 판단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전제에서 투자중개업자 B는 투자자로부터 수령한 투자금을 이 사건 펀드의 수익자가 되려는 투자자와의 합의에 따라 신탁업자인 C에 지급하여 투자신탁의 신탁원본에 납입되게 하였고, 이후에는 신탁업자 C가 집합투자업자 A의 운용지시를 받아서 투자자의 투자금에 대한 관리∙처분권을 행사하게 되었으므로 투자중개업자 B에게 투자금 상당의 이익이 현존한다는 추정이 번복되고, 결국 투자중개업자 B는 이 사건 각 펀드 투자에 관한 계약이 착오로 취소되더라도 투자자들에게 투자금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할 책임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IV.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종래 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18다244488 판결이 정립한 일반 법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던 투자신탁관계에서의 ‘지시’ 및 ‘합의’의 의미에 관하여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습니다.

즉, 종전 판례는 수익자가 급부자의 지시나 급부자와의 합의에 따라 금전을 사용∙지출한 경우 현존이익의 추정이 번복될 수 있다는 일반 법리를 선언하였을 뿐(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18다244488 판결), 투자신탁형 집합투자기구 투자에 관한 계약이 취소된 경우 투자자의 ‘지시’ 내지 투자자와의 ‘합의’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하여는 판단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였으나, 대상판결은 이러한 공백을 해소하여, 투자중개업자가 투자자로부터 수령한 투자금을 신탁업자에게 지급하여 투자신탁의 신탁원본으로 납입되도록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투자자와의 합의에 따른 금전의 지출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대상판결은 향후 투자신탁형 집합투자기구를 둘러싼 유사 분쟁에서 투자중개업자의 부당이득반환책임 성부를 판단함에 있어 중요한 선례로 기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본 뉴스레터에 관련된 문의사항이 있을 경우 위 연락처 또는 법무법인의 담당 변호사에게 직접 문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