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발적 탄소시장(VCM, Voluntary Carbon Market)에 대한 감시와 제재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2024.10.2.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the U.S. Commodity Futures Trading Commission, CFTC)는 수백만 개의 자발적 탄소배출권(VCC, Voluntary Carbon Credit)을 허위로 발급받아 부당 이익을 얻은 혐의로 탄소 상쇄사업 전문기업인 CQC Impact Investors LLC (이하 CQC 또는 C-Quest)에 대해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고 해당 탄소배출권을 모두 취소하거나 폐기하도록 명령하였습니다. 나아가 미국 법무부는 동 사안에 대해 책임이 있는 CQC의 전직 임원들을 기소하였다고 합니다. 이번 조치는 탄소배출권의 무결성(integrity)원칙1을 엄격히 적용하려는 추세가 확장되는 상황에서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발생한 부정행위에 대한 제재가 미국에서도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탄소시장에 참여할 때 이러한 경향을 유의하고 규제 강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I. 자발적 탄소시장 개요
탄소시장은 크게 규제시장(compliance market)과 자발적시장(voluntary market)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그 목적과 운영 방식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규제 탄소시장은 정부나 국제기구에 의해 법적으로 강제된 배출규제 하에서 운영되는 시장으로 EU 또는 한국의 배출권거래제 (Emission Trading Scheme, ETS)가 대표적입니다. 규제 당국이 기업들에게 일정량의 배출 허용량을 탄소배출권으로 부여하고, 기업은 허용량을 초과하여 배출하는 경우 탄소배출권을 구매하거나 직접 감축해야 합니다. 반면에 자발적 탄소시장은 규제나 법적 의무 없이 기업, 단체, 개인 등이 자발적으로 탄소배출권을 구매하고 거래하는 시장입니다. 주로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탄소배출을 상쇄하기 위해 참여합니다.
II. CQC 사건의 주요 내용
CQC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아프리카, 아시아, 중앙 아메리카의 수백만 가구에 청정 요리기구(Cookstove)보급과 고효율 조명(LED) 설치 등 약 27개의 자발적 탄소 상쇄 프로젝트를 VERRA라고 하는 자발적 탄소 사업 등록기구에 등록하였습니다. 그리고 CQC는 VERRA에 등록된 탄소 상쇄 사업들을 통해 탄소배출권을 발급받아 왔습니다.
미국 CFTC는 2024.10.2. CQC가 2019년부터 202년까지 약 5년간 탄소 상쇄 프로젝트의 데이터 조작을 통해 감축 성과를 허위로 부풀린 것을 확인하고 CQC에 약 100만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하였습니다. 동시에 CQC가 허위 사실에 근거하여 추가로 발급받은 탄소배출권 약 600만톤을 취소하거나 소각처리하기로 하고 수천만 달러로 추정되는 부정이익도 환수 조치하였습니다.2 그리고 VERRA는 금번 사건에 포함된 CQC의 탄소감축 프로젝트들에 대한 탄소배출권 발행을 즉시 중단하였습니다.
CQC 사건은 2023년 12월, CQC 사내 직원들의 내부 고발로 시작되었습니다. 내부 보고서를 통해 탄소 상쇄 프로젝트들의 데이터 불일치에 대한 우려를 이사회에 전달한 것입니다. 이에 2024년 상반기에 CQC 비상임 이사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는 내부 조사를 통해 전 임원들의 배출량 감축 데이터 위조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규제 당국 및 탄소 감축프로젝트 등록기구에 자진하여 보고하였습니다. 이후 CFTC가 CQC에 벌금을 부과하였고, 관할 검찰은 CQC의 전직 임원과 책임자들을 형사고발하였습니다.
CFTC 및 사법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CQC는 자발적 탄소 상쇄 프로젝트 등록기구인 VERRA와 투자자들에게 최초 27개의 청정 요리기구 보급 및 고효율 조명 설치 사업에 대한 허위 데이터를 제공하여 실제보다 훨씬 많은 탄소배출을 상쇄하는 것처럼 조작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현재까지 약2억5천만 달러($250 million) 이상의 투자를 확보하였고 VERRA로부터 약 6백만 톤의 탄소배출권을 부당하게 발급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참고로 CQC 측은 허위 데이터 제공 등 사기 혐의의 대부분을 인정하였다고 합니다.
III. 주요 시사점
미 재무부는 2024.5.28. 자발적 탄소시장의 투명성 및 신뢰성 강화를 위해 ‘자발적 탄소시장의 책임있는 참여에 대한 공동 정책 성명과 원칙’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후 발생한 금번 CQC의 자발적 탄소시장 사기에 대한 제재는 미국의 규제 당국이 자발적 탄소시장에 적용한 첫 번째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자발적 탄소시장의 신뢰성 문제와 규제의 필요성을 시사합니다. 먼저 자발적 탄소 상쇄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감축실적에 관한 데이터 조작을 통해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점에서 시장 내 투명성과 검증 절차가 부족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건은 탄소 상쇄 사업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믿음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심각성을 가집니다.
또한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규제와 감시의 필요성이 더욱 강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미국 CFTC가 처음으로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제재를 가한 것은 이 시장의 규제 공백을 인식하고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인 것으로 앞으로 더 많은 규제와 표준화된 절차가 요구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은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탄소배출권 거래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요구합니다.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검증 시스템을 갖추지 못할 경우, 허위 사실을 통해 탄소배출권이 발행되고 거래될 수 있으므로 탄소시장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철저한 검증 절차를 통해 탄소 상쇄사업을 선별하고 발행된 배출권을 거래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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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ESG센터를 운영하며 국내·외 탄소 규제를 비롯한 환경 분야에서 다양한 업무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였으며, 각 분야 별 탁월한 전문성과 풍부한 실무 경험을 가진 전문가가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환경 규제 및 기후 대응 이슈를 최전선에서 대응하면서 고객이 필요로 하는 현실적이고 실무적인 해결책을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 2021년 설립된 자발적 탄소시장을 위한 무결성위원회(ICVCM)은 자발적 탄소시장의 무결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 원칙을 제시하였습니다. 해당 원칙들은 (1)환경적 무결성, (2)사회적 책임, (3)시장 투명성, (4)거버넌스 및 리스크 관리, (4)이해관계자의 협의 및 참여 등입니다.
- 미국 CFTC는 상품거래법(Commodities Exchange Act)에 따라 탄소배출권을 포함한 파생상품 시장에 관한 독점적인 관할권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