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위원회(위원장 이상원)에서는 2024. 1. 18. 전체회의를 개최하여 지식재산·기술침해범죄 양형기준안(이하 “양형기준안”) 등을 의결하였습니다.
이차전치, 전기차, 차세대반도체, 로봇, 인공지능 등 신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기업들은 해당 분야의 선도업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술 유출을 둘러싼 국내기업간, 국내기업과 해외기업간의 분쟁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데,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6년간 산업기술 국외유출 적발 건수는 총 117건에 이릅니다.
그런데 2022년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접수된 형사공판사건 43건 중 징역형이 선고된 사건은 6건에 불과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술 유출에 따른 국가 안보 및 경제적 위협에 비하여 양형 및 징역형의 실형 선고비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이에 이번에 의결된 양형기준안에서는 전반적으로 권고 형량범위 및 집행유예 기준이 강화 되었는데, 2024. 2. 16. 양형기준안에 관한 공청회를 열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2024. 3. 25. 양형위원회 회의에서 최종 의결할 예정입니다. 이하에서 구체적으로 설명드립니다.
I. 「지식재산·기술침해범죄」 양형기준안의 주요 내용
1. 산업기술 등 침해행위를 새로운 침해 유형으로 신설
영업비밀에는 고도의 기술 정보 외에 고객이나 거래처 정보와 같은 경영상의 정보도 포함되는데, 이러한 유형의 정보는 기술 정보보다는 상대적으로 침해로 인한 피해 정도가 크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안이 그리 중대하지 않거나 행위의 위법성이 크지 않으면 양형이 낮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양형기준안에서는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종래 영업비밀 침해행위라는 하나의 유형으로 분류되던 기술침해범죄 중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른 국가핵심기술 등을 포함한 기술침해범죄를 독립된 유형으로 분리하였습니다. 나아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의 법정형 개정, 영업비밀 보호 강화 요청 등을 반영하여 영업비밀 침해행위 자체의 권고 형량범위를 상향하고, 기술침해범죄에 대하여 강화된 권고 형량범위를 제시하는 한편, 가중 조건이 감경 조건보다 2개 이상 더 많으면 형량을 최고 1.5배까지 올릴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가핵심기술 등 국외침해의 경우 최대 18년(산업기술 국내침해의 경우 최대 9년, 산업기술 국외침해의 경우 최대 15년)까지 권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업비밀 침해행위>
<산업기술 등 침해행위>
2. 특별양형인자의 기준 강화
1) 특별가중인자인 ‘권리자(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 경우’의 범위를 확대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손해는 그 피해 정도를 계량화하여 객관적, 정량적으로 피해액 등을 산정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어 부정경쟁방지법에서도 손해액의 추정 규정(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을 두고 있는데, 양형기준안에서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상당한 금액의 연구개발비가 투입된 특허권, 영업비밀, 기술을 침해한 경우’도 ‘권리자(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 경우’에 포함되도록 하여 가중 양형인자로 고려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2) ‘피고인이 계약관계 등에 따라 영업비밀 또는 산업기술 등을 비밀로서 유지할 의무가 있는 자인 경우’ 및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경우’를 특별가중인자인 ‘비밀유지에 특별한 의무가 있는자’의 범위에 추가
거래처, 파견직원 등에 의한 영업비밀(기술)의 유출의 경우, 현행 정의규정에 따른 ‘비밀유지의무’가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을 반영하여, 계약상 의무 등을 위반하여 영업비밀 또는 산업기술 등을 침해하는 경우에도 가중하여 처벌하고, 열거된 규정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이에 준하는 경우까지도 포함할 수 있도록 ‘비밀유지에 특별한 의무가 있는 자’ 정의 규정의 범위를 확대하였습니다.
3) 특별감경인자인 ‘영업비밀(기술)이 외부로 유출되지 아니하고 회수된 경우’의 정의 규정을 보다 명확하게 수정
영업비밀(기술)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아 결과불법이 낮은 점을 고려한 특별감경인자에 대하여, 기술유출범죄의 특성상 대부분 자료들이 디지털화되어 복제가 용이한 점을 감안하여, 피고인이 영업비밀(기술)을 외부에 전혀 누설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유출된 영업비밀이 반환, 폐기되어 결과불법이 낮은 경우에 한하여 특별감경인자에 해당함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4) 특별감경인자인 ‘자수’를 ‘자수, 내부고발 또는 조직적 범행의 전모에 관한 완전하고 자발적인 개시’로 수정
기술유출 범죄는 은밀하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어 범죄의 인지 및 증거확보가 용이하지 않다는 특징이 있는데, 범죄 가담자의 수사 협조 유인책을 마련함으로써 암수범죄의 적발 및 추가 피해 방지를 유도하기 위하여, 현행 ‘자수’의 경우와 더불어, ‘내부고발 또는 조직적 범행의 전모에 관하여 완전하고 자발적으로 개시’하는 경우까지도 특별감경인자로 포섭하였습니다. 이는 조직적 기술유출 범죄의 인지 및 수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3. 집행유예 기준의 강화
영업비밀 또는 산업기술 관련 업무 종사자가 경쟁업체로 이직하면서 종전 직장의 영업비밀 또는 산업기술이 침해되는 경우의 대부분은 초범에 의해 발생합니다. 종래에는 초범인 경우 집행유예가 더 적극적으로 고려될 수 있었으나, 양형기준안에서는 ‘형사처벌 전력 없음’의 사정을 집행유예 주요참작사유에서 제외하고, 기술침해범죄 중 누설·도용을 제외한 산업기술 등 침해의 경우를 집행유예의 주요 부정적 참작사유로 설정하여 집행유예의 기준을 강화하였습니다.
4. 공탁 관련 양형인자의 정비
감경인자인 ‘실질적 피해 회복(공탁 포함)’ 및 ‘상당한 피해 회복(공탁 포함)’에서 ‘(공탁 포함)’이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실질적 피해 회복’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피해자의 공탁금 수령의사’, ‘피고인의 공탁금 회수청구권 포기의사 등’을 신중하게 조사, 판단하도록 하였습니다.
II. 시사점
1. 기술보호를 위한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의 체계적인 점검 필요성
지식재산·기술침해범죄에 대하여 강화된 양형기준은 기술유출 범죄 억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업비밀 또는 산업기술의 보유자는 다음과 같은 보호조치를 더욱 충실하게 강화해 나감으로써 사전에 기술유출 범죄의 발생을 방지하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1)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조치
실무에서 기술유출 방지를 위해 도입하고 있는 대비책은, i) 영업비밀 보호규정 등과 같은 사내 규정의 정비, ii) 임직원에 대한 서약서 징수, ii) 전직금지조항의 도입, iv) 임직원에 대한 사내 교육 등과 같은 컴플라이언스에 치중되어 있는 면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준법감시나 내부통제 방안은 그야말로 기본적인 것이고, 기술유출 자체가 발생하기 어렵도록 하는 기술적인 조치를 실질적으로 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외부로 나가는 모든 파일에 암호화를 하고, 이메일과 외부저장장치를 통제하며, 스마트폰 등을 활용한 촬영금지 조치 등을 실행하여 이를 수시로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영업비밀 유출의 위험성은 상당히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2) 연구개발자들에 대한 합당한 수준의 처우 개선 및 현실화
영업비밀 유출 사건은 임직원들의 이직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직무발명 등 보상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중요한 영업비밀을 개발한 연구개발자들에게는 합리적인 처우를 해주고, 퇴직 또는 이직자에 대하여는 전직금지에 상응하는 적정한 대가를 지급함으로써 영업비밀유출의 위험을 낮출 수 있을 것입니다.
2. 경력직 채용시 유의사항 및 관련 절차 마련 등
최근 주요 산업분야에 있어서는 경력직 인력의 이직이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타사의 근무 경력을 가진 인력을 채용할 경우, 해당인력의 경력 및 종전 회사에서의 업무 내용, 경쟁관계 등에 따라 의도치 않은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 휘말릴 수 있고, 이번 강화된 양형기준으로 인하여 그 법적 리스크의 수준이 심화될 잠재적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타사, 특히 경쟁업체 임직원 등 인력을 고용하려는 기업에서는 영업비밀과 관련한 컴플라이언스가 잘 준수되고 있는지 재점검하고, 컴플라이언스를 강화하는 조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러한 컴플라이언스 방안은 고객 회사의 전체적인 컴플라이언스 체계나 주요 인력의 구성, 산업 분야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지만 예를 들어 채용 과정에서 관련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채용 절차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경력직 임직원이 종전 회사의 업무 자료나 정보와 관련한 논란이 없도록 하는 물리적 및 계약상 조치 등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으며 이에 대한 체계적인 점검 및 모니터링 노력 등도 고려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