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진흥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이라 합니다)이 2024. 1. 9.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 개정안은 2024. 1.경 정부에서 공포되면 그로부터 6개월 후인 2024. 7.경 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개정안은 ① 직무발명에 대한 사용자의 당연승계 규정 및 ②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사건에서의 자료제출명령과 비밀유지명령 제도의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합니다. 이하에서 구체적으로 설명드립니다.
Ⅰ. 개정안의 주요 내용
1. 사용자의 당연승계 규정 신설
1) 개정 내용
개정안 제13조 제1항에 따르면, 종업원등으로부터 직무발명의 완성사실의 통지를 받은 사용자 등이 직무발명에 대하여 미리 특허 등을 받을 수 있는 권리나 특허권 등을 승계시키거나 전용실시권을 설정하도록 하는 계약이나 근무규정을 정한 경우, 그 권리는 발명을 완성한 때로부터 사용자 등에게 승계되는 것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승계를 원하지 않는 사용자는 종업원으로부터 직무발명의 완성사실의 통지를 받은 때로부터 4개월 이내에 종업원에게 불승계 의사를 통지해야 합니다.
이는 ‘현행법상 사용자의 승계 통지 전까지 불확정적 권리관계로 인해 종업원이 제3자에게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를 승계하는 이중양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입니다.
현행법은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가 사용자에게 승계되는 시점을 ‘사용자의 승계 의사 통지시점’으로 정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승계 시점을 ‘발명의 완성 시점’으로 앞당긴 것입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전예약승계규정을 둔 경우 사용자가 4개월 이내에 종업원에게 불승계 의사를 통지하지 않는 이상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를 당연 승계하게 됩니다. 따라서 현행법상 사용자가 승계 여부를 통지하지 않은 경우 승계가 부정되는 것과 차이가 있습니다.
한편 개정안 제13조는 이 법 시행 이후 직무발명한 경우부터 적용됩니다(개정안 부칙 제2조).
2) 일본의 제한적 사용자주의 전환 규정과의 비교
개정안 제13조와 관련하여, 2016년 개정된 일본 특허법의 ‘사용자주의’ 규정과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발명자주의’는 직무발명에 관한 권리가 발명 완성과 동시에 발명자인 종업원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된다고 보는 주의입니다. 반면에 ‘사용자주의’는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는 시설과 자금을 지원한 사용자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된다는 주의입니다.
일본 특허법에서는 ‘종업원 등이 한 직무발명에 대해서는 계약, 근무 규칙, 그 밖의 규정에서 미리 사용자 등에게 특허 받을 권리를 취득하게 할 것을 규정한 때에는 그 특허 받을 권리는 그 권리가 발생한 때부터 해당 사용자 등에게 귀속한다’고 하여 사용자주의를 일부 도입하였습니다(제35조 제3항). 즉, 원칙적으로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는 발명자인 종업원에게 귀속하나, 예외적으로 계약, 근무 규칙 등에서 사용자가 권리를 취득한다는 규정을 두었다면 사용자에게 발명에 대한 권리가 원시적으로 귀속됩니다.
우리나라 특허법 및 발명진흥법은 발명자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며, 이번 개정안도 원시적 권리 귀속 주체를 발명자인 종업원으로 전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개정안을 통해 사용자주의로 전환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나, 사용자와 발명자의 계약 등을 통해 발명 완성 시점에 권리가 사용자에게 당연 승계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일본의 제한적 사용자주의 전환 규정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가질 것으로 판단됩니다.
2. 자료제출명령 및 비밀유지명령 규정 도입
개정안에서는 특허법에 준하여 직무발명 보상금에 관한 소송에서도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직무발명 보상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명할 수 있도록 하였고(제55조의 8),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비밀유지명령을 하거나 또는 그 명령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제55조의 9 내지 55조의 11)
이는 특허법 등 지식재산에 관한 법률과 달리 현행 발명진흥법에는 직무발명 보상금에 관한 소송에서 증거자료 제출을 유도할 수 있는 법원의 자료제출명령이나 비밀유지명령 규정이 없어 영업비밀 등의 이유로 당사자가 증거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합리적인 보상금 산정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신설하여 합리적인 보상금 산정이 이루어지도록 하려는 취지입니다.
개정안에서는 자료의 제출을 거절할 정당한 이유의 당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제시된 자료를 법원에서만 보고 판단하는 인카메라(In Camera) 절차를 도입하고, 그 자료가 직무발명 보상액의 산정에 반드시 필요한 때에는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사유는 자료 제출을 거절할 정당한 이유로 보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이 경우 자료제출명령을 받은 자로서는 일단 자료를 제출하고, 별도로 비밀유지명령을 신청하여 영업비밀을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개정안은 자료제출명령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하여 명령위반에 대한 강력한 제제 규정을 마련하였습니다. 만약 당사자가 자료제출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법원은 자료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자료제출을 신청한 당사자가 자료의 기재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주장하기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고, 다른 증거로 증명하는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경우, 법원은 자료를 통해 증명하고자 하는 사실에 관한 주장까지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개정안에 따른 자료제출명령 및 비밀유지명령에 관한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이후 제기된 직무발명 보상금에 관한 소송부터 적용됩니다(개정안 부칙 제3, 4조).
Ⅱ. 시사점
1. 사용자의 당연승계 규정 신설 관련
현행법에 의하면 사용자가 승계 의사를 통지하지 않는 동안 종업원이 제3자에게 권리를 이중으로 양도하여 제3자가 먼저 출원하거나 출원인 명의변경 신고를 마친 경우 제3자가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사용자는 직무발명에 관한 권리를 취득할 수 없습니다. 또한 종업원이 직무발명을 완성한 후 승계 절차를 마치기 전 퇴직하여 소재를 알 수 없게 된 경우 사용자가 직무발명을 출원하여 특허 등록을 받더라도 추후 무권리자의 출원이 되어 무효로 될 위험성이 있었습니다.
개정안은 사용자의 승계의사 통지 여부와 무관하게 직무발명 완성 시점에 사용자가 직무발명에 관한 권리를 당연히 승계할 수 있도록 하여 직무발명을 둘러싼 권리관계를 조속히 확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용자의 절차적 부담을 경감할 수 있고, 이중양도 등으로 인한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발명의 완성시를 어떻게 특정할 것인지에 관하여 실무상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참고로 개정안은 ‘사전예약승계규정’을 둔 경우에 한하여 당연승계를 인정하고 있는데, 현행법에 따라 각 기업에서 마련해 두고 있는 ‘사전예약승계규정’은 사용자의 승계의사 통지에 따른 권리승계를 전제로 관련 절차를 규정하고 있을 것이므로, 개정안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발명 완성 시점에 자동으로 권리를 취득하고 사용자가 승계를 원하지 않을 때에 한하여 불승계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자료제출명령 및 비밀유지명령 규정 도입 관련
현행법은 자료제출명령이 규정되어 있지 않아 직무발명 보상금 소송에서 민사소송법상의 문서제출명령이 활용되어 왔습니다(민사소송법 제344조). 이러한 상황에서 개정안에 따른 자료제출명령이 도입됨에 따라 직무발명 보상금 관련 소송의 전략 수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현재 활용되고 있는 문서제출명령과 개정안에 따른 자료제출명령을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제출명령 대상 확대
문서제출명령은 제출명령의 대상이 문서에 한정되는데 반하여, 자료제출명령의 경우 문서 이외의 물건을 포함하는 자료에까지 그 대상이 확대됩니다.
● 제출 거부의 정당한 이유 축소
문서제출명령의 경우 대상 문서가 영업비밀이라는 사정은 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로 인정되나 개정안에 따른 자료제출명령에서는 대상 자료가 보상금 산정에 필요한 이상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개정안 제55조의 8 제1항 단서). 이로 인하여 비록 개정안에서 자료제출명령과 함께 도입된 비밀유지명령을 통해 영업비밀의 보호 가능성이 높아졌으나,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의 인정 범위는 좁아지게 되었습니다.
● 제출명령 불응에 대한 제재 강화
민사소송법상 문서제출명령이 내려졌음에도 문서제출을 거부하는 경우 문서 기재 내용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을 사실로 인정할 수 있는 것에 그치나(민사소송법 제349조), 자료제출명령 불응에 대하여는 일정한 경우 당사자가 입증하려는 사실까지 진실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여 제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개정안 제55조의 8 제5항).
이와 같이 새롭게 도입될 자료제출명령제도의 특성을 고려하여 향후 직무발명 보상금 관련 소송에서 입증 및 방어 전략을 보다 신중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