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제1심이 ‘A병원의 단체협약상 통상임금의 시간급을 구하는 법정수당 계산식에 220시간이 기재되어 있기는 하지만, 별도로 토요일을 유급휴일 처리한다는 명시적인 합의나 취업규칙 등에 명문의 규정이 없으니 토요일을 무급휴일로 보아야 하고, 따라서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수는 단체협약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209시간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판단한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근로자의 연장∙야간∙휴일근로(이하 “초과근로”)수당은 통상시급에 초과근로시간 및 가산율을 곱하여 산정되고(근로기준법 제56조), 그 중 통상시급은 ① 통상임금 산입 임금을 ②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수로 나눈 값입니다(동법 시행령 제6조 제2항). 그리고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수는 세 가지 항목으로 구분되는데, ㉠ 소정근로시간 40시간(주중 5일 × 8시간), ㉡ 근로기준법 제55조 제1항에 따라 근로제공이 없이도 유급처리되는 주휴일(일요일) 8시간, ㉢ 사업장별 유급처리 합의에 따라 근로제공이 없이도 유급처리되는 토요일 시간입니다(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2항 제3호, 제4호).
일반적인 통상임금 사건은 회사가 기지급한 임금이 ① 통상임금에 산입되어야 하는 임금인지, 통상임금 산입 결과 통상시급 상승 및 초과근로수당 차액이 발생하는지 여부가 문제됩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②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수’가 줄어들어야 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습니다. 특히 A병원의 단체협약상 법정수당 계산식에 220시간이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토요일을 유급처리하기로 하는 합의(위 ㉢ 부분)가 부정되는지(그에 따라 산정 기준시간 수 감소 → 통상시급 증가 → 초과근로수당 차액 발생)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제1심은 (1) 토요일을 유급으로 처리하기로 하는 합의는 근로기준법 제17조의 취지상 명문의 규정이 있어야 하는데, (2) A병원의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토요일’의 유급에 관한 문언이 없는 이상 토요일의 유급처리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이하 “BKL”)은 (1) 근로기준법 제17조는 임금의 항목과 계산방법을 알고 그에 따라 얼마의 금액이 지급되는지를 근로자들이 알 수 있으면 달성되므로 임금의 계산방법에 전제된 모든 합의사항에 명문의 규정이나 합의를 요구하는 취지는 아닌 점, 오히려 우리 판례는 ‘지급일 재직 조건’이나 ‘시간외근로시간 간주합의’ 등 명문 규정이 없을지라도 명시적·묵시적 합의 내지 관행에 따른 임금 계산의 요소를 널리 인정해온 점을 효과적으로 설득하였습니다.
이에 서울고등법원은 BKL의 주장을 받아들여 단체협약상 법정수당 계산조항에 토요일 4시간 유급처리를 전제로 하여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이 220시간으로 명시되어 있는 이상 근로조건이 명시∙고지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았고, 근로기준법 제17조 위반으로 가정하더라도 그 근로계약이 사법상 무효가 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BKL은 (2) 토요일 유급처리 합의의 존재에 관하여도 약 20여년 전의 교섭 회의록과 회사 내부 문건, 노동조합 소식지 등 관련된 문건을 전부 발굴하여, 시간급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에 관한 단체협약의 내용, 주 40시간이 도입되면서 토요일의 유급처리 여부가 결정된 2004년 당시 노사교섭의 경위 및 그 내용, 2004년 단체교섭 이후 작용하고 있는 토요일 유급처리 합의의 존재를 밝혀 냈습니다.
특히 BKL은 토요일 유급처리 시간이 최저임금법상 비교대상 시급을 구하는 ‘최저임금 적용기준 시간 수’에 산입되면 최저임금액이 상승하는 점에 착안하여, 원고들 중 수백 명이 2018년경 토요일 유급처리가 전제된 220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준수를 위한 조정수당을 지급받은 점을 파고들었고, 이러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최저임금 산정 시 적용된 기준은 통상임금 산정 시에도 마찬가지로 유지되어야 함을 강조하였습니다.
그 결과 서울고등법원은 BKL의 주장을 대부분 수용하여 “피고와 피고 노동조합은 2004년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토요일 4시간을 유급처리하기로 합의하였다”고 판단하였고, 또한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의 관계에 대하여도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에 있어서는 토요일을 유급휴일로 처리하고, 통상임금 산정에 있어서는 토요일을 무급휴일로 처리하게 되면, 이는 원고들에게 유리한 것만 취사선택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부당하다.”라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은 ‘토요일의 유급처리 합의’의 존재를 둘러싸고 (i) 근로기준법 제17조의 의미, (ii) 실제 A병원의 노사관계상 임금 계산 요소에 관한 명시적·묵시적 합의 내지 관행, (iii) 최저임금 적용기준 시간 수와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수의 관계 등 복잡한 쟁점이 산적해 있었고, 특히 제1심이 유지될 경우 2004년 주40시간제가 도입되면서 토요일을 유급화하기로 하는 노사 합의가 있었음에도 단체협약, 취업규칙에 별도의 명문의 규정을 두지 않은 사업장의 경우에는 그동안의 토요일 유급처리가 전부 소급하여 무효가 될 우려가 있었던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서울고등법원의 판결로 이러한 혼란은 정리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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